최근 방영 중인 MBC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와 ‘원더풀 라이프’의 공통점은 단 하룻밤의 실수로 인한 ‘혼전임신’과 그 결과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결혼’ 후 생활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두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우리와 같은 대학생, 성인이라는 사실에 다행스럽다가도 학생신분임을 생각해 볼 때 씁쓸함을 자아낸다.


 드라마에서 ‘혼전임신’으로 인한 당사자들의 진지한 고민이나 현실적 어려움은 보이지 않는다. 주변의 따가운 눈총과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은 그저 극적인 에피소드로 처리돼 시청자들에게 재미만을 주고 있다.

 제작자들은 ‘혼전임신’의 책임으로 ‘결혼’을 내세웠고, 사랑의 다른 이름은 책임이란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정신없이 아이를 낳고, 부모의 돈과 능력에 기대어 신혼살림을 차리는 드라마의 내용이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얼마나 전달할 지 의문이다. 
 

 지난해 결혼전문잡지 『마이웨딩』은 20대 남녀 1천200여 명을 대상으로 신세대 결혼관에 대해 설문했다. 혼전임신에 대한 물음에 51.5%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답했지만 혼전 임신을 해도 ‘상관없다’는 답도 45.4%에 달한 조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태어나는 아기는한해 50만명, 그에 반해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낙태 시술은 하루 평균 4천여 건, 한해 150∼200만 건이다. 태어나는 아기보다 낙태되는 태아가 3~4나 많은 셈이다.

 또한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10대, 20대 미혼모의 급증’의 보도를 볼 때 이제 더이상 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러한 결과에도 드라마와 스크린은 혼전임신을 핑크빛 엔딩으로 시청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무조건’ 아이를 낳고 ‘무조건’ 결혼을 한 뒤 알콩달콩 살아가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과연 우리의 현실 생활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의문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공부도 해야하고 취직도 해야하는 대학생에게 더 이상 ‘준비 안된 부모’란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대중매체의 극적이고 재미만 추구하는 혼전임신의 핑크빛 엔딩은 이제 정말 엔딩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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