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을 포함한 어문규정 정도야 컴퓨터에 의지하면 되는데 굳이 배울 필요가 있냐고 생각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필자는 지금 "XX2010"으로 작업 중이다. 주지하듯이 이 프로그램은 확실치 않은 표기에 대해 빨간 줄을 표시한다. 그런데 그 빨간 줄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제목에 쓰인 '씌어진'에 대해 컴퓨터 프로그램은 어떻게 반응할까? 빨간 줄이 뜰 것으로 생각하고 '씌어진'을 타이핑해 본다. 빨간 줄이 뜨지 않는다. 필자가 모르는 사이 이 단어가 표준어로 등재된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곧바로 '씌어지다'를 입력해 보았다. 빨간 줄이 뜬다. '참을 인 忍' 하나를 새기고 다시 '씌어지고', '씌어져서', '씌어지니', '씌어졌다' 등을 연속으로 타이핑한다. 빨간 줄이 하나만 표시된다. 이상하다. 기본형이 '씌어지다'이니 이것이 틀린 표기라면 그 활용형 '씌어지고', '씌어져서', '씌어지니', '씌어졌다' 등도 당연히 틀린 표기여야 한다. 이처럼 컴퓨터의 맞춤법 관련 프로그램(이하 컴)은 그리 미덥지 않아 보인다. 
 사실 '알맹이/알멩이×', '돌맹이×/돌멩이'와 같은 고정적인 형태에 대해서 컴은 귀신같이 반응을 한다. '-째'의 경우는 어떨까? '뿌리채/통채'를 입력하면 빨간 줄이 나타난다. 반면, '뿌리째/통째'를 입력하면 빨간 줄이 보이지 않는다. '뿌리째/통째'가 맞는 말이라고 입력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장구채'와 '장구째'를 연속으로 입력해 본다. '장구째'에 빨간 줄이 나타난다. 혹, '장구째'라는 말은 없을까? "그 사람이 장구째로 주고 떠났어요"는 틀린 문장이 아니다. '장구'를 '통째'로 주고 떠났다는 의미이다. 이쯤 되면 컴의 한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컴의 자동 교정 기능을 해지하고 사용한다. 불확실한 부분에 표시된 빨간 줄이 오히려 필자를 더 당황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말은 어미가 발달되어 있으므로, '-ㄹ게'에 대한 컴의 반응도 흥미로울 수 있다. '할께'를 입력한 후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자동적으로 '할게'로 바뀐다. '야' 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그런데 '먹을께', '입을께'를 입력하니 더 이상 자동으로 수정되지 않는다. 감탄사는 필자의 입에서 한 번만 나온 셈이다. 이것이 바로 컴의 한계이다. "XX2010" 후속 프로그램에서 '-ㄹ게' 결합형에 대한 처리가 제대로 보완되었을 수 있다. 관련 프로그램을 매도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으니 우리 젊은 대학생들이 보다 매진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제목으로 돌아가면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씌어지다'도 틀린 말이고 '쓰여지다'도 틀린 말이다. '쓰이다'만 맞는 표현이다.
 
1. (글씨가 잘 )씌어지네, 씌어지니까, 씌어져서 
2. (글씨가 잘 )쓰여지네, 쓰여지니까, 쓰여져서
3. (글씨가 잘) 쓰이네, 쓰이니까, 쓰여서
 
 1, 2, 3에서 의미차가 감지되지 않는다면 셋 중에 하나만 맞는 것으로 하자(의미차가 있다고 느끼는 독자도 있을 수 있다. 이유는 생략한다.). 가장 간결한 3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른바 이중피동(쓰다 → 피동 '쓰이다' → 이중피동 '쓰이-어지다')으로 이해하면 되는데 그 이유는 다음 호에서 구체화된다. 크게 보면 '역전앞'과 같은 유형이다.     
 
  임석규(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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