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1시 56분. 택시에 탑승한 시간이다. 기자를 포함해 택시에 탑승한 친구들 사이에서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불과 몇 분전, 최근 상영하는 인기작을 보고 들뜬 기분으로 영화관을 나섰다. 일행은 나를 포함해 총 5명이었기 때문에 운전 기사에게 간청했다. 기사는 사이드미러를 흘깃 보더니 흔쾌히 승낙했다. 들뜬 기분으로 택시에 탑승하자 기사는 "몸이 뻐근해서 그런데 5분만 운동하고 올게요"라고 양해를 구했다. 기사가 나가고 그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지금 시각으로부터 5분 후면 자정이 넘어 야간할증이 붙기 때문이다. 
 이하는 우리 일행의 대화 내용이다.
 
 "뭐야 (야간할증 붙이려고)일부러 나간 거 아냐?"
 "에이, 설마"
 "시간이 절묘한데? 5분 후면 할증 붙는 시간이잖아"
 "그런가...?"
 
 그리 좋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기사는 간단히 몸을 풀고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단 2분 만에. 당시 시각은 11시 58분. 일행은 할증이 붙지 않은 요금표 앞에서 심히 무안해지고 말았다. 
 기사는 "혹시 나중에 5명이 택시를 타게 되면 뒤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가 있는지 확인해봐요. 뒷차는 손님을 뺏겼다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웃음)"라며 친절한 조언까지 덧붙였다. 택시에 탑승했을 때 기사가 사이드미러를 확인했던 이유다. 그런 기사님에게 일행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오셀로』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다. 셰익스피어는 독자에게 주인공 오셀로가 의심과 질투로 자멸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셀로는 북아프리카 출신 군사령관으로서 유능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부관 카시오와 기사 이야고를 부하로 두고 있다. 이야고는 오셀로가 부관 자리에 카시오를 앉힌 것에 대해 앙심을 품고 계략을 준비한다. 그는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훔쳐 카시오의 방에 떨어뜨린다. 그리고 오셀로에게 데스데모나가 카시오와 바람이 났다고 거짓증언한다. 
 이야고의 계략으로 결국 오셀로는 자기 아내를 목 졸라 죽이고 만다. 오셀로는 훗날 진실을 알게되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의심이 만연해진 세상이다. '택시기사가 무언가 먹을 것을 건네면 거절해야 된대', '한 청년이 길을 가다가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할머니를 돕다가 납치 당했대. 할머니가 한 패였더래'라는 등 이런저런 흉흉한 소식들을 접하면서부터일까. 현대인에게 의심은 '본능'처럼 느껴진다.
 주변인의 친절과 배려가 가식처럼 느껴지던 때도 있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관계형성을 위한 노력이었을 것이다. 반면 기자에게는 타인의 친절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유없이 그들을 피했고 필연적으로 관계는 소원해졌다.
 맹목적인 믿음보다 무조건적인 의심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스스로 고립되는 일은 없을테다.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조금 열어보자. 누군가를 믿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