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 11조 1항에 명시돼 있는 내용이다. 이처럼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대한민국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가?
 최근 한 기업 회장의 일명 '황제노역'에 대한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조세포탈혐의와 횡령혐의로 2011년 벌금 254억을 선고 받은 A회장은 선고 다음날 해외로 도피해 호화로운 생활을 하다 지난달 22일 귀국해 노역장에 들어가게 됐다. 호화생활도 모자라 A회장의 노역일당은 5억으로 책정됐다. '환형유치'라는 법적 제도를 통해 254억이라는 거액의 벌금을 약 50일의 노역으로 갚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황제노역'이라는 국민들의 거센 비난으로 현재는 노역이 중단된 상태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환형유치제도'는 판결 확정일 30일 내에 벌금을 내야하며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교도소에서 1일 이상 3년 이하의 노역을 해야 한다고 한다. 애초부터 벌금을 낼 형편이 못 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실제로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어려운 경제적 형편 탓에 일당 5만 원 짜리 노역을 하고 있다. 하지만 A회장은 단순히 벌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이를 악용했다.
 서양에서는 왼손에는 저울을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눈을 가린 채 서있는 정의의 여신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저울은 공정하고 공평한 법의 집행을 상징하며 칼은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법의 권위를, 눈가리개를 하거나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선입견이나 편견에 흔들리지 않고 저울질에 있어 주관성을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법원의 정의의 여신상은 편안히 앉아 칼 대신 법전을 든 채 눈을 뜨고 있다.
 이를 보고 혹자는 '같은 죄를 지었어도 누구냐에 따라 다른 판결을 내리기 위해 두 눈을 뜨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고 하며 혹자는 '저울도 한 쪽은 돈이 잔뜩 놓여있거나 한 쪽은 커다란 힘으로 누르고 있어 균형감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정의의 여신상이 더 이상 눈치 보지 않도록 눈을 가리고 저울을 바로 세우며 무뎌진 칼날을 갈고 닦아야 할 때이다. 
 현재 대법원이 '환형유치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3월 28일에 열린 전국 수석부장판사 회의에서도 '황제노역'을 막기 위한 환형유치 기간의 적정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한다. 원칙적으로 벌금 1억 원 미만의 선고사건의 경우에는 1일 환형유치금액을 10만 원으로 정하고 벌금 1억 원 이상의 선고사건은 1일 환형유치금액을 벌금액의 1/1,000 기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이다.
 추후 이 제도가 어떠한 방식으로 개선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사법부는 다시는 국민들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또 다시 '환형유치제도'가 경제 능력이 충분한 회장님들의 숨겨놓은 재산을 지키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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