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긴 아깝고
                                    박철
 
 일면식이 없는 
 한 유명 평론가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서명을 한 뒤 잠시 바라보다 
 이렇게까지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싶어 
 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 
 
 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 
 여차여차하여 버리긴 아깝고 해서 
 주는 책이니 읽어나 보라고 
 
 며칠 뒤 비 오는 날 전화가 왔다 
 아귀찜을 했는데 양이 많아 
 버리긴 아깝고 
 
 둘은 이상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뭔가 서로 맛있는 것을 
 품에 안은 
 그런 눈빛을 주고받으며

 

  계륵(鷄肋)은 말 그대로 닭의 갈비뼈를 의미합니다. 항간에는 '버리기 아깝다'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무엇을 취해 보아도 이렇다 할 이익이 없을 때 계륵은 그 어떤 말보다도 안성맞춤입니다. 소설 삼국지에도 계륵에 관한 일화가 등장합니다. 조조와 유비가 한중(漢中)의 땅을 놓고 장기전을 벌일 때, 장수 하후돈이 "오늘 밤 암호는 무엇으로 할 것입니까?"라고 조조에게 묻습니다. 조조는 그 물음에 방금 먹은 닭갈비를 떠올리며 '계륵'이라고 말합니다. 하후돈에게 이 암호를 건네받은 양수는 바로 수하의 장수를 시켜 철군을 명합니다. 그는 조조가 건넨 계륵이라는 말 속에서 '먹을 건 없고 버리긴 아깝다'는 속내를 읽어낸 것이지요.
   작품 속에서도 '시집'은 둘 사이의 암호처럼 읽힙니다. 서명이 들어간 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을 눈치 없이 건네도 될 만큼 시인과 식당 여주인과의 관계는 내밀해 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버리기 아까워 건넨 시집에 식당 여주인은 암구호를 대듯 아귀찜으로 화답합니다. 이 둘 사이의 '눈빛'은 아귀의 생김새처럼 야릇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애써 외면할 필요 없는 둘 사이의 정분이 오히려 그 둘의 관계를 더욱 비밀스럽게 만듭니다. 이 둘은 처음부터 서로가 서로를 버리기 아까운 존재로 여기며 살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마치 '진정 순수하게 사랑받고 싶거든 주머니 안에 과자 부스러기를 조금쯤 갖고 있는 편이 좋다'는 로맹가리의 말이 문득 이해가 되듯 말이지요. 로맹가리의 전언을 이 글에 덧붙일까 말까 고민하다 끝내 버리기 아까워 덧붙이는 심정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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