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중에 전봉준(1855~1895)과 안중근(1879~1910)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중근이 아버지와 함께 동학농민군 진압에 나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안중근과 전봉준은 대외적으로는 일본에 저항했지만, 대내적으로는 대립 상태에 있었다. 왜 그랬을까? 두 인물 모두 유학자로 출발하였다. 전봉준은 전라도에서 서당 훈장을 하였고, 안중근은 황해도의 양반 가문 출신이다. 하지만 전봉준은 1890년 전후에 동학에 입도한 뒤 동학농민혁명 당시에는 '동도대장(東道大將)'으로 불렸다. 안중근은
내 인생의 소중한 지금을 타임라인에 흘러가는 인스타 피드(feed)처럼 그냥 재핑(zapping)하듯 흘려보내고 계시진 않는가요? 스마트폰을 신주단지인양 내려두지 못한 채 무심코 열어본 릴스나 숏폼 콘텐츠를 쳐다보기 시작하고는 10~20분은 그냥 훌쩍, 때론 한 두시간이 찰나와 같이 지나가버리더군요. 눈이 침침해지고 손끝이 얼얼하여 슬며시 내려두고 날 때 쯤이면 나에게 남은건 무엇이던가 돌아보게 되곤 합니다. 지금처럼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콘텐츠가 활성화 되기 전까지는 블로그가 대세인 시절이 있었지요. WEB에 적는 LOG라 하여 B
인간에게 화재는 무엇으로 다가올까? 대부분의 사람은 두려움과 공포, 더 나아가 죽음을 연상할 수도 있다. 그렇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연평균 300여명이 화재로 인하여 사망하고 있으며 2000여명이 부당 당하고 있으니 화재를 죽음과 연관시키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나! 자신과 관련하여 화재가 발생할 확률을 묻는다면 돌아오는 대답의 대부분은 '내게 결코 일어나지 않는 일'로 치부하고 말 것이다. 이 또한 당연한 대답일 수 있다. 그러나 틀린 대답일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연평균 약 5만여건의 화재가 발생하여 일일평
2023년 올해 여름은 무척이나 더워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실제로 미국항공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의 고다드 우주연구소 과학자들은 올해가 1880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한해였다고 말한다. 이처럼 기후변화를 넘어서 기후위기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빙하가 녹는 남극이나 대형 산불이 몇 달간 이어졌던 호주와 같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도 자주 듣게 될 날이 다가온 것이다. 기후위기는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사는 생물들에게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2
원고 청탁을 받고 오랜만에 경험했던 일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무래도 우리 학생들에게 유익할 수 있는 내 과거 경험을 얘기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1995년 대학 졸업 후 2012년 원광대학교에서 재직하기까지 장기간의 미국 유학생활과 그 후 원광대학교 의과대학에서의 시간들을 돌아 보았다. 박사과정 동안 제브라피쉬(zebrafish)를 동물모델의 hindbrain 발생과정 동안 Hox 전사인자와 보조전사인자들의 역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당시 매우 유익한 동물모델로 떠오르고 있던 제브라피쉬를 활용하여 5년여 동안 hi
작년 겨울에 모 대학 학생으로부터 성적과 관련된 메일을 한 통 받았다. 그 메일을 공유하는 것으로 얘기를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이번 00년도 0학기 000강의를 수강한 00대학교 000입니다. 원격 수업이었지만, 이번 학기에 교수님 강의 내용이 유익하고 재밌어서 열심히 들었던 강의 중 하나입니다. 특히 5주차의 강의내용 중 (중략)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성적에 대해 의문이 들어서 이렇게 갑작스레 연락드립니다. 출석도 모두 했고, 중간 기말 시험 성적도 (중략) B가 나와 당황스러워 바로 연락드린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성적이 이렇
인공지능(AI)은 눈 코 뜰 새 없이 성장하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여러 산업 분야에서 혁신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 교육, 금융, 교통 및 여러 기타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상 생활을 이전보다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물론 사법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경찰의 경우 직업적 특성상 항시 범죄와 대립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범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경찰력은 고도화된 기술이 요구될 수 밖에 없는데, 인공지능은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공지능의 고도 발전으로 인해 경찰은 범죄 예방, 수사 활동, 안전 확
이상기온, 자연재해, 급속도로 무너져가는 기후변화들… 지진과 산불 그리고 전쟁 예측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갑작스럽게 덮쳐오곤 한다. 폴란드의 11비트 스튜디오에서 2014년에 출시한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은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약 3년 8개월에 걸쳐 일어난 보스니아 내전을 모티브로 삼은 게임이다. 게임을 실행하면 "현대전에서는… 당신은 아무 이유 없이 개처럼 죽을 것이다."라는 문구가 나타나는데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전쟁에 관한 명언이다.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창틀을 '프레임(frame)'이라고 한다. 우리가 쓰고 있는 안경 같은 것이어서,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리 보인다. 프레임이 크면 큰 세상을, 작으면 작은 세상을 보게 된다. 핑크색이 칠해진 유리를 입힌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은 핑크빛 가득한 모습이겠지만, 더럽혀진 유리를 붙여놓으면 세상은 추하고 역겹게 보일 것이다. 프레임 이론은 미국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이 제시한 이론으로 개인의 사고는 맥락(context)에 의해 결정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시인 추곡(秋谷)의 '대낭' 문구를 떠올린다. "대나무는 모진 눈보라와 북서풍 덕분에 곧고 맑은 나무로 자란다." 대낭은 제주어로 대나무를 뜻한다. 무심하게 하늘로 곧게 뻗은 대나무 숲을 바라보거나 걷다 보면 상념에 젖을 수도 있고, 복잡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도 있다. 외부로부터 차단돼 고립된 느낌이 들다가도 숲 사이사이로 소통하는 기운에 힘입어 왠지 모르게 다짐을 하게 한다. 우리사회의 사월은 어떤 이미지일까.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에 숙연해야 할 추념일이 있다. 최근 제주 4.3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올리기 위한 노력을
사고력은 사용하면 할수록 고갈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실용적인 사람들로 선택을 단순화시키는 가치관을 지닌 독특한 사람들이다.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는 검은 상의와 청바지를, 조 폴리스(아마존 창업자)는 같은 종류의 재킷과 청바지를 입는다. 제로드 카마이클(미국 배우 겸 코미디언)은 매일 아침 블루베리와 아몬드를 곁들인 스크램블 에그를 먹는다. 선택을 단순화 시켜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면 아이디어를 효율적으로 집약시킬 수 있어 효율성과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다. 생활 속에서 이러한 인식이 깊이 숨어있
영화를 좋아한다. 여학교 때는 매주 TV의 〈주말의 명화〉 보느라 밤잠을 설쳤고, 대학 때는 목요일 2시마다 〈목영〉 을 보러 자연대 건물로 달려갔다. 유학 중에도 영화에 빠져 교내 극장, 학생회관 강당, 예술대 건물을 드나들었고, 학교에서 못 보는 걸작은 클리블런드 시내의 시더 리(Cedar Lee) 극장까지 가서 보고 왔다. 아파서 휴직했을 때 처음으로 밖에 나간 것도 〈캐롤〉 개봉 때문이었다. 책 수집가들이 초판본 구입에 큰돈을 쓰듯이 영화마니아도 개봉 당일에 그 작품을 봐야 한다는 묘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똑같은 영화인데
최근 대한민국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학교 폭력'(학폭)이다.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방영한 '더 글로리'는 2023년 최고 화제 드라마였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는 아들의 학폭 문제로 결국 낙마했다. 그만큼 관용을 베풀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이다. 폭력 피해자는 신체적 손상 외에도 커다란 심리적 타격을 입는다. 예컨대 모멸감, 좌절, 우울, 분노, 복수심 같은 부정적 감정에 휩싸인다. 피해자의 영혼을 파괴한다. 지옥의 삶이다.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회 구성원들 상호간 신뢰 또한 떨어질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거든 온 길을 되돌아보면 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어디서 오고 있는지 모른다면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새로운 길과 방향을 찾고자 할 때 한 번 되돌아보는 것은 결코 낭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되돌아봄을 통해서 자신이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가야할 지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려면 과거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는 과거의 미래이며, 또한 현재는 미래의 과거이기 때문이다. '역사의 효용성'이라 하겠다. 미래 사회의 트렌드 역시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를,
겨울이다. 한 끼를 위해 줄을 선 노숙의 화면이 짠하게 하고, 골목을 기웃거리는 노인의 곱은 손에 들린 박스조각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수원 세 모녀의 죽음이 엊그제 같은데 최근 생활고 때문에 자살한 신촌 모녀의 소식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하지만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것은 정치인의 무능과 언행이다. 정치인의 말은 대표성을 띠므로 신중해야 하고 대통령은 아무리 신중에 신중함을 더해도 부족함이 없다. 국민은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희망과 자부심을 갖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한다. 때문에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국격은 물론 국민에 대한
텃밭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작물을 거둔 가을 텃밭은 때론 황량하고 쓸쓸해 보입니다. 서리 맞은 고춧대와 호박잎은 축 늘어져 있고, 깨와 콩을 내어 준 깨와 콩의 줄기들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말라 비틀어져 밭 주변에 쌓인 작물의 잎은 언제 신록의 계절을 살아왔는지 모를 정도로 볼품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존재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들입니다. 매운 고추를 달아줬고, 탐스런 호박과 향기로운 들기름을 준 이들이 그들입니다. 하늘과 땅과 인간과 식물이 만들어낸 위대한 결실을 인간은 향유했습니다. 인간의
하나. 집권 여당의 집안싸움이 가관이다. 절차를 따지는 30대의 이준석 전 대표 대(對) 당 윤리 잣대를 들이대는 기성정치 그룹 간 대결 구도다.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을 법적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당내 문제가 정치 이슈가 되고 있다. 야당은 20대의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일찍이 짓눌러 버렸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여당과 야당에서 동시에 불거진 내부 갈등. 겉으로 보기엔 2030 정치인의 저항과 윤리 문제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기성 정치권의 배신이 도사리고 있다. 짐승을 물어온 사냥개를 뜨거운 가마솥에 밀어 넣는 토사구팽(兎死
역사란 과거 인간이 경험한 일이나 사건들을 조사·탐구하는 학문으로 '과거'와 '기록'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가 평가 대상이기 때문에 사건의 의미나 가치가 이미 결정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역사는 시대적 가치관에 따른 요구로 현재의 입장에서 재해석·재평가 된다. 기존에는 지배층 중심으로 역사적 사건이 선택되고 평가되었다. 예를 들어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에는 포악한 백성이 나라를 어지럽혔다는 의미인 '갑오년의 난(甲午之亂)'이라 하였다. 이는 지배자의 입장에서 반란으로 규명되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s dilemma)*는 스스로의 자립과 상대와의 일체감이라는 두 가지 욕망에 의한 딜레마이다. 추운 어느 날, 두 마리의 고슴도치가 서로 몸을 붙여서 온기를 나누고자 하는데 너무 가까워지면 상대방의 가시에 찔러 아프고 그렇다고 서로 떨어져 있으면 춥기 때문에 여러 번의 모임과 떨어짐을 반복해본 고슴도치들은 최소한의 간격을 두는 것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온기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적정거리를 찾게 된다는 것이
한국연구재단에서 시행하는 '전문경력인사 초빙활용지원사업' 프로그램으로 지난 3년 동안 원광대에서 강의를 했다. 현직(MBC)에서 물러나 처음으로 가져 보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정말 값지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작년 봄 에 「언론사 입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한 적이 있다. 요지는 이랬다. 1)중앙언론사의 경우 전국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이기에 서울소재 대학 출신들만 채용하지 않는다. 지방대 출신들이 필기시험만 통과하면 면접에서 오히려 더 주목 받을 수 있다. 2)언론사 공부는 준비기간이 긴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