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학교 폭력'(학폭)이다.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방영한 '더 글로리'는 2023년 최고 화제 드라마였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는 아들의 학폭 문제로 결국 낙마했다. 그만큼 관용을 베풀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이다. 
 폭력 피해자는 신체적 손상 외에도 커다란 심리적 타격을 입는다. 예컨대 모멸감, 좌절, 우울, 분노, 복수심 같은 부정적 감정에 휩싸인다. 피해자의 영혼을 파괴한다. 지옥의 삶이다.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회 구성원들 상호간 신뢰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해결책은 있다. 첫째, 반드시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 근대 형법의 아버지라 불리는 체사레 베카리아(Cesare Beccaria)는 자신의 책 ≪범죄와 형벌≫(1764)에서 '형벌의 강도'보다 '형벌의 확실성'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범죄의 예방에도 더 효과적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더 글로리'에서 동은이를 괴롭혔던 연진이 일당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이용해 학교와 사회의 처벌을 피했다. 정 변호사의 아들도 아빠 찬스로 '강제 전학' 처분을 2년 여 늦췄다. 그 기간 2차 가해는 계속됐다. 심지어 그는 서울대에 진학했다.
 둘째, 가해자의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다. 진실된 마음으로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화해와 용서로 가는 문이 열린다. 하지만 연진이나 정 변호사 아들은 진정성은커녕 형식적 사과도 하지 않았다. 더불어 사과할 때는 피해자에게 후회와 양심의 가책을 표해야 한다. 스스로를 수치스러워하고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 가해자가 자신의 행위를 치욕스러워 할 때, 자존감이 하락했던 피해자의 상태와 비슷해진다. 가해자도 자신처럼 힘겨워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그에 더해 적절한 배상을 해야 한다. 피해자는 배상을 받았을 때, 가해자가 사건 이전으로 상태를 회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배상 없는 단순한 변명이나 형식적 사과는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국가 폭력 가해자인 일본을 보자. 2018년 대법원이 15명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인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일본제철과 미쓰비시 중공업 등은 불복하고 배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2019년 일본 총리가 나서서 한국에 소재, 부품, 장비 수출을 막았다. 배상하라는 판결에 무역 보복으로 앙갚음한 것이다. 적반하장이다. 악랄한 2차 가해다. 참고로 미쓰비시는 중국의 강제연행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사상최대의 보상금도 지급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어땠나? 독립기념일이라 할 수 있는 3.1절에 대통령이 '앞으로 일본과 동반자로서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교부 장관은 우리가 재단을 만들어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일본 대신 배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아시아 안보와 국익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40년 지기라는 검사 출신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일본에 배상하라고 악쓰지 좀 말란다. 국민의 힘 김영환 충북지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의 애국심에 고개숙어 경의를 표한다"는 글을 올렸다.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라고 고백했다. 그 글의 제목은 '내 무덤에도 침을 뱉어라'였다. 
 연진이 패거리가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동은이가 미래를 위해 그들과 화해하고 협력하나? 90세가 넘은 두 강제징용 피해자가 국회 앞에서 외쳤다. 일본 대신 한국 재단이 주는 배상금은 필요 없다고 말이다. 우리 정부는 가해자인 일본 기업과 정부에게 대법원 판결을 제대로 지키라고 강하게 항의해야 했다. 그게 자주 국가가 할 일이다. 피해자의 자존감을 지키는 유일한 해법이다. 가해자는 뻔뻔히 사과하지 않겠다고 버티는데, 왜 우리 정부가 나서서 피해자에게 이제 그만 용서하라고 다그치나. 동은이의 학교 선생님이 오버랩 된다. 도대체 왜 한국의 보수는 한국이 아니라 항상 일본 편에 서나?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친일이 아니라 민족반역이자 매국이다. 충북지사의 주장에 답변하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그런 식으로 반역행위를 한다면, 나는 기꺼이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어주마!"

김요한 교수(행정언론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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