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화재는 무엇으로 다가올까? 대부분의 사람은 두려움과 공포, 더 나아가 죽음을 연상할 수도 있다. 그렇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연평균 300여명이 화재로 인하여 사망하고 있으며 2000여명이 부당 당하고 있으니 화재를 죽음과 연관시키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나! 자신과 관련하여 화재가 발생할 확률을 묻는다면 돌아오는 대답의 대부분은 '내게 결코 일어나지 않는 일'로 치부하고 말 것이다. 이 또한 당연한 대답일 수 있다. 그러나 틀린 대답일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연평균 약 5만여건의 화재가 발생하여 일일평균 135건의 크고 작은 화재로 인하여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왜 화재에 대하여 자신에게는 결코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일상성의 편견(Nomalcy bias)" 때문이라고 한다. 일상성의 편견이란 우리의 일상성, 즉 일상적인 생활이 설마 깨지기야 하겠느냐는 착각이다. 즉 인간의 뇌는 패턴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현재에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의 정보를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패턴이 없는 상황에서도 뇌는 패턴을 찾다 보니 예외적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상성이 유지될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은 '일상성의 편견' 때문에 외부의 자극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는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으며 이러한 사고는 피해의 규모를 가름하기 어렵게 한다. 
 2022년 화재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현상을 주목할수 있다. 첫째 주거시설의 불안정성이다. 발생건수와 인명피해건수가 이미 도를 넘고 있다. 우리나라는 화재로인한 사망자의 절반이 주거시설화재에서 발생하고 있다. 둘째 공장의 경우 기업에서의 안전관리가 과거와 다르게 좋아지고 있으나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재산피해는 감당하기 어려울정도이다. 전체화재의 30%가 공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니 말이다. 셋째 최근 물류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창고업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화재는 위에서 보는것과 같이 발생빈도수, 재산피해가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창고업의 특성상 많은 물건들을 적재하거나 보관하는곳으로 화재하중이 매우 큰 장소이다. 따라서 창고화재는 많은 재산피해를 예고하는것이며 최근 창고업의 대형화로 인하여 화재진화에도 매우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들불, 산불, 야외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들불, 산불, 야외에서 발생하는 화재원인은 대부분 부주의에의한 화재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더한다.
 이런 현상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화재 발생에 대하여 단지 운의 소관으로 치부한다. 흔히 재수가 없어서 발생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운은 단지 운일뿐이다. 일상성의 편견을 극복하고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비하고 예방하는 사회적 습관이 중요하다. 재난전문기자인 아만다 리프리는 『언싱커블(The Unthinkable)』에서 재난을 예방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이기보다는 사회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자신의 생활반경내에서 주변을 살피고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 기초소방시설(소화기와 단독형감지기)를 주거시설에 비치하는 것과 사용법을 충분히 습득하는 것, 작업장에서는 안전규칙을 지키고 비상상황을 가정하여 행동요령을 익혀 두는 것등은 고도의 기술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익혀야 할 사회적 습관일 뿐이다. 그러나 이는 어떠한 고도의 기술보다 더 생명을 살리는 기술일수 있다.   

전미희 교수(소방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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