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일 일본의 공영방송 NHK에서 방영된 스페셜 다큐멘터리의 제목이다. 다계통 위축이라는 진행성 신경질환을 앓고 있던 일본인 여성 코지마 미나는 2018년 스위스의 한 안락사 단체를 통해 삶을 마감했다. 한국에서 유학했던 경험을 살려 통번역 일을 하며 스스로 삶을 개척해왔던 그녀는 48세에 병을 선고받았다. 병이 진행됨에 따라 몸을 제어할 수 없게 되고 누워서 지내며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것은, 자립심 강한 커리어우먼이었던 그녀에게는 절망적인 현실이었다. 어렵게 몸을 움직여 자살 시도도 여러 번 하였다. 그러던
최근 스마트폰과 유튜브의 대중화로 인해 사람들의 독서량이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독서는 글쓰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자연스레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나 또한 대학에 입학했을 때, 그동안 오지선다형 문제에만 길들여 있다가 1학년 1학기 첫 중간고사 때 맞닥뜨린 커다란 서술형 답안지에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그야말로 '백지의 공포'였다. 나름 책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독서를 어느 정도 한다고 자부했던 나였지만, 그런 나에게도 글쓰기는 쉽지 않았다. 그 뒤로, 나는 유명한 글쓰기나 작문 관련
흔히 군은 자국의 안보를 지탱하는 최후의 마지노선이라 칭한다. 그러나, 간혹 일부 국가에서는 여러 사유 등으로 군이 자국을 상대로 쿠데타를 자행한 경우가 있었다. 이는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닌지라, 후일 미디어를 통해 재조명되고 작품에 따라선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기도 한다. 이번 영화 역시, 과거 대한민국에서 발발했던 군사 쿠데타와 연관된 작품이다. 작품은 10·26 사건 직후부터 시작된다. 대통령 서거 소식으로 전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국무회의를 통해 계엄령이 선포된다. 이후, 계엄사령관인 '정상호(이성민 분)' 육군참모차장의
〈파묘〉와 우리대학 박물관 무당, 풍수사, 장의사들이 거액의 돈을 받고 묘를 이장하며 생기는 미스터리를 다룬, 최근 개봉한 장재현 감독의 영화 열풍이 뜨겁다. 장재현 감독은 전작 (2015), (2019)에 이어 를 통해 K-오컬트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한편으로 김은희 작가의 (2023)도 작년 큰 화제를 모았었다. 이에 따라 한국 무속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 SNS 상에서 한국 무속 관련 학술서적을 서로 추천하는 모습도 보일 정도이다. 영화를 보고 혹 한국 무속에 관심이 생
일요일이었고 따뜻한 봄날이었습니다. 나는 평소처럼 점심을 건성 때우고, 소파에 습관적으로 널브러져 있었어요. 일요일이었으니까 조금은 봐줄 만한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지요. 나는 일요일의 몸을 가진 사람처럼 비스듬한 자세로 소파에 누워 라이터 같은 리모컨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어요. TV에서는 일요일 정오 뉴스가 담담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뉴스를 접한 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어요. 뉴스 헤드라인에는 "프랑스 파리의 심장, '노트르담 대성당' 불타고 있어"라는 자막이 커다란 글자로 붙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처음 노트르
자전적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위로를 건내는 작품, 을 소개한다. 영화는 1990년 서른 살 생일 전후의 조나단 라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대에는 무언가 이루어 놓고 싶었던 조나단은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서른 살 생일이 다가오자 초조한 압박감에 시달린다. 영화 제목인 은 무언가가 시계 바늘처럼 틱, 틱... 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붐하고 터져 버릴 것 같은 조나단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나타낸다. 조나단은 낮에는 문댄스 다이너에서 웨이터로 일하고, 밤에는 허름한 자신의
2023년 11월 21일 북한이 정찰위성 로켓을 발사하고, 우리 정부는 9.19 군사합의의 부분적 파기를 선포하고, 이윽고 22일 북한은 9.19 군사합의의 사실상 전면 파기를 선언하며, 남북한 관계를 다시 긴장과 갈등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 긴장과 갈등은 비단 남북한 사이에서만 상존하는 반복성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 중국와 일본 사이, 한국과 일본 사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 등등 동북아시아를 구성하는 각 나라들의 관계 어디에나 갈등과 긴장이 상존할 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의 정치경제 상황이 악화되어가면서, 점점 더 악화일로
우리는 수없이 많은 경계들을 넘나들며 살고 있으며 지구화의 맥락에서 서로 다른 사회와 문화의 온갖 분야에서 상호작용과 혼합이 이루어짐을 목격하고 있다. 특히 역설적이게도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맞닿은 지점, 즉 경계가 그어진 지점에서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을 발견하게 되면서도 새로운 공간과 공간 사이에 경계가 그어지고 있다. 동사의 접두어로서의 탈경계를 의미하는 트랜스(trans)는 전이하고(transfer), 초월하고(transcend), 침투하는(trespass) 것을 말한다. '트랜스'는 일방향적이지 않으며, '정착되지 않은' 이
여러분은 '사법살인'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여러 미디어 물의 소재로 채택될 만큼 오묘한 주제이기에 단어 자체가 그리 낯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말하는 건 단어 인지도가 아니라 발생 실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는 것이다. 국가를 막론하고 사법살인은 암암리에 발생하지만, 언론에서 보도해도 자신에게 닥친 일이 아니기에 쉽게 망각하기 마련이다. 기자는 이런 사안에 대해 명확한 인지가 필요가 있다 판단해 다음과 같은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1999년, 전북 삼례 소재 '우리슈퍼'에서 강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잔혹성에
봉황은 어떤 새인가?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새 한 마리가 있다. 바로 우리 대학의 상징 봉황이다. 봉황의 봉(鳳)자는 약 3,000년 된 글자인 갑골문에서부터 등장한다. 신(辛)자와 조(鳥)가 결합한 형태로, 신은 무기를 뜻하며, 조는 토템을 상징하여 곧 제정일치 시대의 왕권을 나타낸다. 지금 우리가 가진 문헌 자료에서 '봉황' 두 글자가 나오는 최초의 책은 『산해경』이다. 산과 바다에 관한 경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책은 신비한 동물과 기이한 사람들을 이야기하며,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서라고 평가받는다. 여기서
名作의 기준이 무엇인가, 근원적 질문이 슬며시 고개를 들이민다. 고민은 핑계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결국 하게 될 터이니. 마흔두 살의 나는 아직도 이토록 점잖지 못하고 종종 위악적이다. 불안과 소요의 시간을 자기연민으로 포장한 채 말이다. 강단에 서 20대 청춘들을 지도한 지 어느덧 12년 차다. 학생들에게 대단한 학식을 전달하진 못 하지만 함께 깨달아가고 있단 믿음이 나를 버티게 했다. 서로 대등하게 고민을 나누는 관계, 드러나지 않던 그 시간에 함께 웃고 울며 학생들과 나는 자존감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함께 앉아 바라보던 것들
중국인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은 청나라 말기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여성 인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때 '여계혁명'을 외친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하진'이다. 하진은 1886년 태어나서 1904년 근대중국의 대표적 지식인의 하나로 이름이 알려진 유사배와 결혼했다. 결혼 이후 상해애국여학교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면서 '반'이라는 이름에서 '하진'으로 개명했다. 1907년 유사배와 함께 일본에서 하진은 중국 최초의 무정부주의 잡지 중 하나인 『천의보』를 발간했다. 당시 하진은 육회권, 서아준, 주노도, 장욱 등과 함께 '여자복권
미국의 서부 활극은 여러 면에서 중국의 무협 소설과 비교할 만하다. 중국의 무협 소설은 모두 알다시피 강호라는 중국의 무림을 배경으로 무술 고수들의 쟁투와 무용담을 담아내고 있다. 소설보다는 영화를 통해 더 익숙한 미국의 서부 활극 역시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총잡이들의 갈등과 대결을 그려내고 있다. 요즘의 문학 형식으로 보자면 장르소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 무술이든 총솜씨든 둘 다 무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면서 이른바 그들 세계 나름의 질서를 바로잡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서로 공통되는 부분이 적
이 영화는 노인들의 애환을 담은 영화가 아니다. 코엔 형제의 를 소개한다. 황량하고 무질서한 1980년 6월의 서부 텍사스. 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 역)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자신이 보안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곳에서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폭력 사태를 보며 슬퍼한다. 사냥꾼인 루엘린 모스 (조시 브롤린 역)는 틀어진 마약 거래로 인해 유혈 사태가 휩쓸고 지나간 곳을 지나게 된다. 사람과 개의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고 물을 구걸하고 있는 부상당한 멕시코인과 200만 달러가 든 돈가방이 있는 가운데
북극 지역의 일부와 시베리아·극동은 러시아 연방의 영토로 '러시아의 아시아지역'이라고 불린다. 흔히 '동토의 왕국'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곳에도 짧지만 아름다운 사계절이 존재하며, 우리 한국인과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고아시아인종'을 포함한 다양한 토착종족들의 오랜 삶의 터전이다. 이들 중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수가 약 4만 명 정도 되며, 과거 원주민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담긴 '사모예드'로 불리기도 했던 툰드라 네네츠인이다. 북극과 시베리아·극동지역의 토착종족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툰드라 네네츠인도 전통적으로 사냥과
모든 어른들이 한때는 어린이였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어린 시절 의 아름다운 일러스트에 눈길이 간 경험은 누구든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접하게 되었던 쌩텍쥐페리의 라는 도서는 그 이후 몇십년간 여러번 이사를 하는 동안에도 늘 챙겨 책장에 꽂아 두고 이따금씩 읽어보는 책입니다. 제가 어린이였을 때와 청소년이었을 때, 그리고 어른이 되었을 때마다 함께 한 어린 왕자는 늘 같은 내용이었을테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는 느낌은 어릴 적의 생각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야기는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사후세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기자는 어릴 적부터 사후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왔지만, 아직까지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고 그 중 하나가 오늘 소개할 영화로부터 나왔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사후세계를 그려낸 영화, 를 소개한다. 주인공 미구엘은 대대로 신발 제조업을 이어온 집안에서 태어난 작은 소년이다. 처음 가문에서 신발 제조업을 시작한 이는 고조할머니 이멜이다. 그녀는 어린 딸 코코와 아내인 자신을 버리고 뮤지션의 꿈을 찾아 집을 나가버린 남편 때문에 생계를 잇고자 신발 제조업을 시
최제우의 시천주적 인간관 지난 9일과 10일 동경대학에서 열린 "제3회 존엄학 심포지엄"에서 강연을 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한국철학의 인간관"에 대해서 1시간 동안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주저없이 최시형(崔時亨)의 인간관을 소개하겠다고 하였다. 최시형(1827~1898)은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1824~1864)의 제자로,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동학 교단의 최고 지도자였다. 이하에서는 이날 발표한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동학(東學)은 '동방의 학문'이라는 의미로, 지금으
명작이라는 건 뭘까? 사람마다 명작의 정의는 다 다르겠지만, 저는 '자기와 자기 주변의 사람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책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제 중요한 아이덴티티 중의 하나는 한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람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원광대학교에 몸을 담고 있는 많은 선후배동료 교수님들, 대학원생들, 학부생들의 아이덴티티도 일정 부분 학문과 연구에 있을 것이기에, 인생에 자그마한 좋은 영향이라도 끼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1, 2』라는 책을 권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2014년
"내가 내린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고 한 번쯤은 생각해본 적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경험들이 모여 삶 한 페이지에 남긴 기록이 지금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밑바탕이 된 것 같다. 어릴 적 불확실한 현실과 씁쓸한 인생 속 꿈을 위해 달려 나간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 영화는 모든 것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져 위태롭게 매달렸던 어린 시절을 소재로 미약하게나마 퍼져나가는 미동을 현현하게 드러낸다. 게다가 싸우라는 할아버지와 받아들이라는 아버지 사이에 놓인 소년이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