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른들이 한때는 어린이였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어린 시절 <어린 왕자>의 아름다운 일러스트에 눈길이 간 경험은 누구든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접하게 되었던 쌩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라는 도서는 그 이후 몇십년간 여러번 이사를 하는 동안에도 늘 챙겨 책장에 꽂아 두고 이따금씩 읽어보는 책입니다. 제가 어린이였을 때와 청소년이었을 때, 그리고 어른이 되었을 때마다 함께 한 어린 왕자는 늘 같은 내용이었을테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는 느낌은 어릴 적의 생각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야기는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에 불시착한 비행사가 어린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그 어린아이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어린 왕자였습니다. 그 소년은 B612라는 이름을 가진 아주 작은 별에서 혼자 살고 있는 별의 왕자였는데요. 왕자는 비행사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줍니다. 자기 별에는 바오밥이라는 나무가 있는데, 온 별이 나무로 뒤덮이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손질을 해주어야 하고, 화산이 세 개 있는데 날마다 그을음을 털지 않았다가는 폭발해서 별이 날아가 버린다는 이야기들이 그 것입니다. 또 명령만 하는 왕이 혼자 살고 있는 별, 박수받기만을 바라는 허영쟁이의 별, 계산만 하고 있는 상인이 있는 별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기도 합니다. 1주일 동안 왕자와 같이 한 이후 비행기의 수리가 끝났을 때 왕자는 별에 남겨 놓고 온 꽃이 걱정이라고 말하고는 사막에서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진행되기 전에 이 작품의 서두에서는 어른의 세계와 어린이의 세계가 대립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보아 뱀이 코끼리를 삼킨 그림을 어른은 모자로 본 이야기가 그 중 하나입니다. 어른들은 집을 볼 때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 생각을 해 본다면 집의 가격이나 접근성 등을 생각하겠지만, 그 집의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이는 드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그 집에서 자라고 있는 화분 속의 식물 하나에도 아름다움을 느낄 것입니다. 어린 왕자 속의 이야기들을 읽노라면 이러한 어린이의 순수한 세계를 수많은 세월을 지나오면서 어떻게 잃어왔던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을 중시하는 어른들의 시선은 한정적인 부분만을 보면서 살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은 부분의 진정한 모습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의 눈을 통해서 사물을 바라볼 때 그 참된 의미를 온전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은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일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린 왕자가 별에 있는 꽃을 걱정하며 사라진 부분에서는 어린 왕자와 꽃 사이의 관계를 통해서 사랑이라는 고귀한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지구의 한 정원에서 키우는 5천 그루의 장미에서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을 단 한 송이 장미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그 단 한 송이 장미를 위해 어린 왕자가 물을 주고 고깔을 씌워주고, 병풍으로 바람을 막아주고 꽃에 접근하려는 벌레는 잡아줬기에 가능하였을 것입니다. 그 꽃이 불평하고 뽐내고 아무 말 하지 않는 순간에 그 꽃과 함께 있으면서 가만히 그의 호소를 들어주는 것. 그건 바로 어린 왕자만의 장미라고 생각하며 어린 왕자가 정성을 기울이는 과정이었을 것입니다. 삶 속에서 사랑이라는 소중한 감정을 가벼이 여기는 풍조 속에서 이러한 어린 왕자의 노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단 순간에 일구어 낼 수 있는 감정도 아니며 오랜 기간 관심을 기울이며 정성을 쏟으며 깊은 공감과 함께 곁을 지켜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사랑의 대상들에게 어린 왕자처럼 정성을 쏟는 관계맺음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 메시지는 어린 왕자와 여우와의 대화에서도 또 한 번 드러나는데 이 둘은 '길들인다'는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이 '길들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만남 또는 관계맺음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어른들의 일상 세계에서 나타나는 타산적인 관계와는 다른, 참을성과 정성을 필요로 하는 내적인 순수한 마음으로써의 관계맺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어린왕자는 사막과 별의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사막은 우물이 있어 아름답고, 별은 꽃이 있어 아름답다는 그의 말에서 그는 관계맺음이라는 과정에서 길들여짐에 의해 찾을 수 있는 진정한 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으로의 인식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린왕자처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주변에 대해 아름답게 여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해답은 그가 한 말들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일상적인 고독을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이 고독이라고 하는 것은 군중을 떠나서 홀로 있기에 찾아오는 것이라기보다는, 순수한 시각으로 사물이나 사람을 대하며 길들임의 관계맺음으로 정성을 쏟아야 할 시간에 좁은 시야로 이들을 발견하지 못하며 관계맺지 못함으로 인해서 찾아오는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이 가을, 어린이들과 같은 순수한 시각을 되찾고, 주변을 돌아보며 길들임의 정성을 쏟아 사랑의 관계맺음을 실천해 보는 삶이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이루어져,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어지기를 소망해봅니다. 

 

강소라 교수(간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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