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에 물려서 긁는 모습 (위 사진은 연출된 장면입니다.)  / 사진: 조혜연 기자
빈대에 물려서 긁는 모습 (위 사진은 연출된 장면입니다.)  / 사진: 조혜연 기자

 고대 이집트 기록에도 나오는 빈대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간을 괴롭혀왔으며,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유기염소 계열 살충제 디디티(DDT)가 널리 사용되면서 자취를 감추었지만, 살충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경고한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이 큰 반향을 일으켜 디디티 사용이 금지되면서 다시 나타났다. 디디티를 이겨내고 재등장한 빈대는 신경계 돌연변이가 생겨 살충제로 쓰는 신경독소에 노출되어도 죽지 않는다. 이런 살충제 내성은 세계적으로 빈대가 재창궐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다. 현재 대한민국 또한 때아닌 빈대 공포에 빠졌다. 인천 사우나, 부천 고시원, 대구 계명대 기숙사에 이어 충남에서 발견되는 등 유럽 발 빈대 공포증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해외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유입 경로와 기원 추적에 나섰다. 질병관리청은 이달 중 해충 방역업체로부터 빈대 샘플을 제공받아 분자 분석을 실시할 계획이다. 발견 장소가 외국인들이 머문 곳이고 유럽 빈대와 동남아 빈대가 섞여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에서는 지난 9일 아산의 한 원룸에서 처음 발견된 뒤 이튿날 서산의 한 다중시설에서 빈대 탈피각이 확인됐다. 충청권 자치단체는 빈대가 잇따라 출몰하자 다중이용업소를 대상으로 긴급 위생 점검을 실시하고 빈대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충남교육청은 학교 점검을 강화하고 전문방제업체에 의뢰해 교실, 기숙사, 보건실, 통학 차량의 빈대 서식 여부를 정밀 진단할 예정이다. 김지철 교육감은 "학교 내 빈대 확산이 우려된다"며 "학생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정기 소독과 방제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빈대는 맹독성 살충제인 DDT 사용으로 70년대 이후 사라졌다. 언론 보도처럼 올해 갑자기 많이 출현한 게 아니라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적인 상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방역업체에 따르면 작년 이맘때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빈대 신고가 접수됐다. 유럽에서 빈대가 기승을 부리자 국내 언론이 호들갑을 떨어 사실이 과장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빈대 출몰이 아니라 기존 살충제에 내성이 강한 외래종이라 완전 퇴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화학적 방제에 대한 수요에도 대응하기 시작했다. 환경부는 빈대 방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디노테퓨란 성분의 살충제 8종의 사용을 긴급 승인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피레스로이드계 성분의 살충제에 빈대가 내성을 가지며 새로운 성분의 살충제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디노테퓨란 성분의 살충제는 곤충의 신경계에 작용해 살충 효과를 낸다. 그러나 새로 승인된 살충제는 아직 전문 방역업체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이에 환경부는 디노테퓨란 살충제의 가정용으로의 사용이 적합한지 후속 승인 절차에 착수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빈대는 흡혈 해충으로 감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물릴 시 심한 피부 가려움증이나 알레르기 반응, 피부감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빈대를 발견하거나 피해 발생 시, 올바르게 대응해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다른 곳으로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인간이나 동물의 피를 먹지 않고도 최대 6개월까지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게다가 빈대는 어두운 틈새에 숨어 살고, 야간 활동성 곤충으로 주로 밤이나 이른 새벽에 활동해서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질병청에 따르면 빈대의 주요 서식지는 침대 매트리스의 주변이나 침대 틀의 틈새, 벽에 걸린 액자 뒷면, 커튼 사이, 카펫 등이라고 한다.
 이때 빈대를 직접 찾기보다는 빈대의 허물이나 잉크 자국처럼 나타나는 배설물 같은 흔적을 찾는 것이 효율적이다. 
 빈대를 발견했을 경우에는 물리적 방제와 화학적 방제를 병행해야 한다. 먼저 물리적 방제로는 스팀청소기 등을 이용해 고열 스팀 소독을 하고, 남아있을 수 있는 알과 잔해를 진공청소기로 치운 뒤, 오염된 옷과 침대 커버 등 직물은 건조기로 50~60℃의 온도에서 30분 이상 소독해야 한다. 이후 화학적 방제로는 빈대용으로 환경부의 승인을 받은 살충제를 용법·용량을 지켜 꼭 필요한 곳에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한다. 
 빈대에 물렸을 경우 물린 자국은 모기 물린 것과 비슷하나, 빈대가 혈관을 잘 찾지 못해 여러 곳을 연달아 물어 일렬이나 원형, 삼각형 등으로 자국이 생긴다. 빈대에게 물렸다면 물과 비누로 씻고, 의사나 약사를 찾아 증상에 따른 치료법과 의약품 처방을 상의해야 한다. 이외에 빈대와 관련된 정보는 질병관리청이 제작해서 배포한 빈대 정보집에서 더욱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빈대가 아닌 나를 죽이는 행동
 한편, 빈대를 박멸하기 위한 잘못된 '셀프 방역법'이 인터넷상에서 퍼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규조토 분말을 뿌려두면 빈대가 사라진다는 정보가 퍼졌고 이에 규조토 판매량이 급증했다. 그러나, 일정 기준치 이상의 분말 규조토에 노출될 경우, 폐에 흉터가 생기는 규폐증이 유발되고,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갈 경우,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규조토 분말이 빈대 퇴치에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체에 위험하고 일반 살충제보다 효과가 떨어진다고 밝혔다. 또 '천적인 바퀴벌레를 이용해 빈대를 잡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무관하다.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옛말이 있다. '작은 일 때문에 큰일을 망친다'는 속담이지만 자칫 방치하면 집까지 태워야 할 만큼 빈대 박멸이 쉽지 않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국가비상사태'라는 말까지 등장한다. 완전한 퇴치 대책을 세워 빈대 몇 마리가 공중 보건 위기로 번지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배성민 기자 aqswdefr3331@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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