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사법살인'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여러 미디어 물의 소재로 채택될 만큼 오묘한 주제이기에 단어 자체가 그리 낯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말하는 건 단어 인지도가 아니라 발생 실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는 것이다. 국가를 막론하고 사법살인은 암암리에 발생하지만, 언론에서 보도해도 자신에게 닥친 일이 아니기에 쉽게 망각하기 마련이다. 기자는 이런 사안에 대해 명확한 인지가 필요가 있다 판단해 다음과 같은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1999년, 전북 삼례 소재 '우리슈퍼'에서 강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잔혹성에 여론은 들끓었고, 이를 의식한 경찰은 신속하게 수사망을 좁혔다. 결국 동네에 거주하던 소년 3명이 살해 혐의로 체포 후 수감되고 사건은 조속히 마무리가 된다.
 그로부터 1년 후, '황준철'(설경구 분)이 사건 담당 경찰서에 반장으로 부임한다. 이때 그는 과거 사건의 미심쩍은 부분을 발견하고 의문을 품게 되고, 결국 이전에 체포됐던 소년들이 누명을 쓴 것이라는 진실을 포착하게 된다. 이윽고 조사를 하게 되면서 사건 당시, 경찰이 강압 수사를 자행하며 소년들에게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는 사실까지 알아내고, 재수사에 돌입한다. 
 그러나, 담당 형사였던 '최우성'(유준상 분)을 포함한 경찰 조직과 검찰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사사건건 훼방을 놓게 되고, 황준철은 이들과 대립하면서도 진범을 검거하고자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그는 좌천된다.
 그 뒤 16년 후, 사건의 목격자였던 '윤미숙'(진경 분)과 출소한 소년들이 다시 찾아오면서 함께 진상을 밝혀내자고 부탁한다. 좌천으로 힘이 빠졌던 황준철은 소년들의 아픔에 다시 한번 의욕을 다지며 그들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만천하에 알리기로 다짐한다. 
 얼마 안 가 경찰 조직과 검찰은 눈치채고 이번에도 그들을 방해해 사건을 은폐하려 든다. 하지만, 결국 진범을 찾아내 검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많은 이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야기한 '우리슈퍼 사건'은 모두의 관심 속에 재심을 진행한다. 
 이윽고 법정에서 소년들의 무죄를 둘러싸고 황준철 측과 경·검의 첨예한 대립이 벌어진다. 종국에는 마지막에 재판부가 황준철 측의 편을 들며 무죄를 선고하게 되면서 모순의 정의가 아닌 진실한 법의 심판이 이뤄지게 되면서 해당 작품은 끝이 난다.
 이 영화는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작품과 똑같이 진범은 따로 있었지만 경찰은 빠른 사건 종결만 우선적으로 두고 강압 수사를 벌인다. 결국 영화와 똑같이 무고한 어린 소년들이 살인범이라는 주홍 글씨가 박히게 된다.
 기자의 경우 여러 사법살인 사례를 접했지만 유난히 삼례 나라슈퍼 사건이 뇌리에 깊게 박혔다. 경·검이 작당해 무고한 민간인을 살인범으로 조작해 수감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통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특히, 삼례 나라슈퍼 사건에 버금가는 사법살인 사례가 여러 존재했다는 것에 과연 국가의 사법 시스템의 역할에 대한 의문마저 들었다.
 수사 기관은 시민들을 보호하고자 법의 칼날로 합법적 처단을 한다. 하지만, 그 칼날에 무고함을 짓밟는 악의의 혈흔이 덮여선 안 된다. 그걸 어기는 순간부터 그것은 범죄의 대변인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해당 작품에 대한 판단은 다양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 의의가 있다. 
 사법 시스템의 폐단은 수사 기관의 자성과 더불어 대중의 엄중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 범죄 피해에 있어서 예외는 없듯이 우리 자신이 사법살인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걸 명시하는 것이 어딘가에 또 존재하고 있을 무고한 '소년들'을 위한 진정한 구원의 손길이라고 본다.

이민서 기자 leeminseo120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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