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부 활극은 여러 면에서 중국의 무협 소설과 비교할 만하다. 중국의 무협 소설은 모두 알다시피 강호라는 중국의 무림을 배경으로 무술 고수들의 쟁투와 무용담을 담아내고 있다. 소설보다는 영화를 통해 더 익숙한 미국의 서부 활극 역시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총잡이들의 갈등과 대결을 그려내고 있다. 요즘의 문학 형식으로 보자면 장르소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 무술이든 총솜씨든 둘 다 무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면서 이른바 그들 세계 나름의 질서를 바로잡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서로 공통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하지만 중국의 무협 소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서부 활극 역시 대체로 비현실적이며 리얼리티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동안 본격 문학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장풍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는 식의 설정이나, 번개 같은 속도로 총을 뽑아 백발백중으로 상대방을 맞춘다는 식의 설정도 그렇지만, 우연성을 남발하고 주인공의 영웅적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양쪽 모두 그 문학적 완성도를 논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00년에 나온 『와호장룡(臥虎藏龍)』(이안 감독)이라는 영화는 중국의 정통 무협의 정석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으면서도, 심지어 하늘을 날아다니며 검술을 벌이기도 하면서도, 그 미학적 완성도가 깊고 심오하다는 평가를 세간으로부터 받게 된다. 미국의 서부 활극 문학에서 이런 데 비견될 만한 작품을 찾는다면 단연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의 소설을 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말하자면 코맥 매카시는 서부 활극을 고급 문학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는데, 여기서 소개하는 『모두 다 예쁜 말들(All the Pretty Horses)』(김시현 옮김, 민음사, 2008)이 바로 그런 평가를 받는 작품 중의 하나다. 

코맥 매카시
코맥 매카시

 코맥 매카시는 우리에게도 낯선 작가가 아니다. 그의 여러 소설 작품들이 영화화되어 우리에게 소개되곤 했기 때문이다. 가령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나 <로드> 같은 영화들은 바로 코맥 매카시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다. 이 영화들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소설 『모두 다 예쁜 말들』의 작가가 바로 코맥 매카시라는 데서 한층 친숙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코맥 매카시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현대 소설가의 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전문 비평계나 대중들 양쪽 모두에게서 인정을 받는 작가로 자라집고 있기도 하다. 
 『모두 다 예쁜 말들』은 코맥 매카시에게 그야말로 엄청난 명성과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미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전미 도서상과 전미 비평가협회상 등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이 출간된 1992년 그해를 통틀어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매력은 기존의 단순한 서부 활극을 능가하는 리얼리티와 함께,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 그리고 마치 영상을 접하는 듯한 언어의 세련미가 돋보이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소설의 줄거리는 열여섯 살의 카우보이 소년 존 그래디가 국경 넘어 멕시코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운명을 그려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일종의 매혹적인 성장소설로 볼 수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냉혹한 세상에 내팽개쳐진 개인의 좌절을 유려한 서정의 문제로 묘파한 모험소설로 볼 수도 있다. 작품 곳곳에 삶과 죽음, 그리고 가혹한 운명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엿볼 수 있는 문장들이 숨어 있어 흥미를 더하고 있기도 하다. 가령 "흉터에는 신기한 힘이 있지.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거든. 흉터를 얻게 된 사연은 결코 잊을 수 없지, 안 그런가?"라는 대사는 얼마나 처연하면서도 서정적인가. 
 작품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마치 자신들도 함께 사막과 목장을 오가며, 카우보이 소년들의 우정과 사랑에 공감하고, 말들과 교유하며 애착이 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시적이면서도 간결하게 오가는 대사를 통해 삶과 인생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코맥 매카시는 이 소설과 함께 『국경을 넘어』와 『평원의 도시들』같은 작품을 발표하는데, 이들 세 작품은 모두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지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이른바 코맥 매카시의 '국경 3부작'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한 마디로 세 작품 모두 재미있다. 우선 이 『모두 다 예쁜 말들』을 통해 코맥 매카시의 문체에 흠뻑 젖어보기 바란다. 그럼 남은 두 작품은 스스로 찾아서 마저 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연호 교수(문예창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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