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이라는 건 뭘까? 사람마다 명작의 정의는 다 다르겠지만, 저는 '자기와 자기 주변의 사람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책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제 중요한 아이덴티티 중의 하나는 한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람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원광대학교에 몸을 담고 있는 많은 선후배동료 교수님들, 대학원생들, 학부생들의 아이덴티티도 일정 부분 학문과 연구에 있을 것이기에, 인생에 자그마한 좋은 영향이라도 끼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1, 2』라는 책을 권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2014년에 전일제 한의약임상연구 박사과정을 시작하고 이런 저런 곳들을 거쳐서 2022년에 전임교원이 된 후에 실제로 연구실의 대학원생을 받고 지도하게 된 지 이제 딱 1년을 채웠습니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대학원생을 지도하는 일은 아직 초보 딱지를 못 떼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실시간으로 경험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제가 소개하는 책이 학부생, 대학원생들이나 초임 교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의학 연구를 소개하거나 강의를 하다보면 "선배님은(교수님은) 왜 한의학 임상연구를 시작하셨어요?" 라고 물어오는 후배님들(학생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제 블로그 대문에 있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는 블로그 인사말을(blog.naver.com/julcho) 보여줍니다.  

 읽고, 생각하고, 쓰고, 설득하는 사람 
 제 직업은, 한의약이 보건의료의 어떤 부분에서 역할이 있고, 효과가 있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 질적인 혹은 양적인 데이터를 만들고 입증해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한의약이 왜곡된 인식과 사다리 걷어차기로 인해 사장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라는 믿음에서 저의 연구는 출발했지만, 그로 인해 편향된 주장을 하지 않고자 끊임없이 고민하는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위와 같은 마음에 처음에는 무작정 한의약의 가치를 밝혀보자는 마음에 전일제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대학원 생활이랑은 꽤 달랐습니다. 하지만 그건 대학원이 뭔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그냥 무작정 뛰어들었던 제 잘못이었습니다. 뭐랄까 저는 대학원이라는 곳이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를, 논문을 '어떻게' 쓰는지를 가르쳐주는 A to Z로 모든 것을 떠먹여 주는 일종의 '학원'이라고 생각하고 진학을 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기 전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충분히 고민하고 갔어야 하는데, 그런 고민 없이 한의학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마음만으로 진학을 했기에 처음에 꽤 힘든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블로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처음 출판된 것은 2019년이지만 블로그의 시작은 2016년이니까 저의 좌충우돌 박사과정의 후반부와 박사 후 연구원 시절을 함께 해준 소중한 블로그였고, 블로그의 글을 모은 책이 나온다고 했을 때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여기저기 소개를 했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들 하나하나가 저의 박사과정과, 박사 후 연구원, 그리고 초보 교원이 된 지금까지도 저의 사고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한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내용들은 역시나 연구 주제를 정하는 연구자의 마음가짐과 관련된 내용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장기적인 연구 생산성이나 생존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technic-oriented(기술지향적)인 것보다는 problem-oriented(문제지향적)인 쪽이 훨씬 유리하다. 문제 지향적이라고 해서 문제 해결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터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동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당신은 학문적 리더가 되려고 하는 것이지 기술적 리더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와 같은 내용들은 지금까지도 무엇을 배울까 말까, 관심을 가질까 말까 고민될 때 기준이 되어주는 말 중의 하나입니다. 그 외에도 '(p.89) 교수님 저는 어떤 연구를 하면 되죠? 라고 묻는 것은 교수님 저는 무얼 궁금해하는 사람이죠? 라고 묻는 것과 같이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이다. 또한 교수님 저는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요? 라고 해결책을 물으며 교수님이 하라는 대로 했는데 다 안되던데요? 라며 지도교수를 비난하는 것은 연구의 주체가 본인이어야 함을 망각한 미성숙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는 내용도 연구자로써 내가 무엇을 풀고 싶은지 본인의 평생의 주제에 대해서 먼저 깊게 생각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줬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대학원생 면담을 하면서 다시금 정말 중요한 부분임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는 친구들, 특히 학교에 남고 싶어서 고민하는 친구들에게는 이 책 3부 권창현 교수님이 쓰신 부분 중에 7장 '교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교수가 된다' 라는 파트를 꼭 읽어보라고 하면서 '읽어 보면 학교에 남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답이 나올 겁니다'는 말을 함께 남깁니다. 저도 임용 면접 준비 과정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가장 길잡이가 되어 주었던 챕터였습니다. 
 이 책은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내용들이 많아서 미리 읽어보고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덜 거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제가 큰 도움을 받았듯이, 이 글의 독자분들도 본인이 앞으로 해 나갈 일을 정하는데 제가 권하는 '명작'이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임정태 교수(한의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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