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린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고 한 번쯤은 생각해본 적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경험들이 모여 삶 한 페이지에 남긴 기록이 지금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밑바탕이 된 것 같다. 어릴 적 불확실한 현실과 씁쓸한 인생 속 꿈을 위해 달려 나간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 영화는 모든 것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져 위태롭게 매달렸던 어린 시절을 소재로 미약하게나마 퍼져나가는 미동을 현현하게 드러낸다. 게다가 싸우라는 할아버지와 받아들이라는 아버지 사이에 놓인 소년이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반복되는 그늘 속에서도 체념하지 않고 잊고 지나온 모든 것에게 따뜻한 포옹을 전한다. 자신의 과거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춘 감독이 던진 질문을 바탕으로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호 <원대신문>에서는 지난해 개봉한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아마겟돈 타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1980년 공립학교 6학년인 유태계 미국인 폴 그라프는 반항적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니 데이비스와 친구가 된다. 누구나 평등한 사회적 구조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상과는 다르게 현실이 펼쳐졌다. 집안의 재력, 피부색, 출신 등이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하기 때문이다. 인종차별과 경제적 부의 차이로 인한 불평등한 사회적 문제가 심심찮게 보이는 시대의 모습을 대변한 것으로 짐작된다. 화장실에서 대마초를 피우다 담임 선생에게 발각된 폴은 비싼 사립학교로 전학 갔다. 하지만 조니는 학교를 그만두고 위탁 가정에 보내려는 사람들을 피해 폴의 클럽하우스에 숨어 지낸다. 폴은 전학 간 학교가 주입하는 흑인차별과 소수가 세상에 군림하는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불공평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의식의 세계에서 짙게 드리운 차별과 혐오의 그림자에서 뛰쳐나오고 싶은 것이다. 
 이에 조니에게 학교의 컴퓨터를 훔쳐 함께 플로리다로 도망가 새롭게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폴과 조니가 훔친 컴퓨터를 전당포에 파는 과정에서 경찰에 체포된다. 폴은 두려움에 범행을 부인해 조니가 모든 잘못을 뒤집어 썼다. 하지만 폴이 용감하게 자신이 절도를 제안했다고 진술했으나 담당 경찰과 아는 사이인 폴의 아버지가 폴만 데리고 집으로 간다. 조니는 가혹한 법의 잣대대로 처리돼 소년원에 가게 된다. 영화 속 배경인 1980년대부터 지금의 현실에서까지 발생하는 뿌리 깊은 구조적 차별의 그림자가 한 소년의 사적인 일상에도 드리웠음을 성찰하고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폴과 조니의 일탈 후 응보는 결코 균등하지 않고, 다른 양상으로 나아간다. 결국 조니는 바닥으로 떨어져 꿈꿀 수 있는 자유마저 박탈당하는 것이다. 평범이라는 글자에 가려져 인지하지 못했던 불합리한 당연함을 직면하는 순간은 많은 여운을 남겼다. 조니는 오랜 꿈인 우주비행사가 세상의 벽에 가로막히더라도 폴을 위해 혼자 훔쳤다고 밝혔다. 낭만으로 가득 찬 우정에 가슴 한편이 시큰하게 저려 조니에게 한 줌의 위안을 전하고 싶다.
 카메라는 그들이 머물렀던 빈 공간을 다시 보여주고, 인물들은 목소리로만 다시 떠오른다. 이는 메워질 수 없는 구멍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의 순간을 지나 비로소 유년기와 이별했음을 의미한다. 폴이 자라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건 그러지 못한 어른들을 대신해서라도 덜 비겁하고 더 떳떳한 길을 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가장 강력하고 든든한 아군이 되는 삶을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은 참으로 반짝이게 빛날 것이다. 돌아보지 말고 내다보길 원하며 길을 가리키는 손가락 같은 제목은 어제의 추억을 내일의 발판으로 삼아 자신의 세계인 우주를 향해 힘차게 로켓을 쏴 올리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현서진 기자 jinnix23@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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