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기자는 어릴 적부터 사후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왔지만, 아직까지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고 그 중 하나가 오늘 소개할 영화로부터 나왔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사후세계를 그려낸 영화, <코코>를 소개한다.
 주인공 미구엘은 대대로 신발 제조업을 이어온 집안에서 태어난 작은 소년이다. 처음 가문에서 신발 제조업을 시작한 이는 고조할머니 이멜이다. 그녀는 어린 딸 코코와 아내인 자신을 버리고 뮤지션의 꿈을 찾아 집을 나가버린 남편 때문에 생계를 잇고자 신발 제조업을 시작했고, 그 일이 가업으로 대대로 이어졌다. 때문에 미구엘 집안 식구들은 전부 음악이라면 질색한다. 하지만 미구엘에겐 고조할아버지의 피가 흐르기라도 하는 듯, 본능적으로 음악에 이끌린다. '죽은 자들의 날'이 다가오던 어느 날, 미구엘은 제사상에 모신 고조할머니 이멜다 사진 옆에 서 있는 얼굴 없는 고조할아버지의 손에 들린 기타가 자신의 우상인 델라 크루즈의 기타와 동일하다는 것을 눈치 챈다. 자신이 그의 자손임을 알고 흥분한 미구엘은 음악대회에 참가하기로 한다. 부서진 기타밖에 없던 그는 문득 '델라 크루즈 기념관'에 전시된 유품 기타가 떠오른다. 몰래 기념관에 침입하여 성공적으로 그의 기타를 손에 넣는 순간 영혼이 돼 버린 미구엘. 산 사람은 자신을 통과하고, 해골 모습의 유령들이 나타나 여기저기서 제사 음식을 먹는 것이 보인다. 그가 그렇게 된 이유는 죽은 자의 물건을 만졌기 때문이었다. 미구엘은 해가 뜨기 전에 이승에 돌아가야만 살 수 있고, 가족의 축복이 담긴 꽃잎을 건네받아야만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미구엘은 고조할아버지 델라 크루즈를 찾아 그의 축복을 받겠다며 죽은 자들의 도시 탐험에 나선다. 미구엘은 결국 델라 크루즈를 만나고, 그의 환영을 받는다. 하지만 얼마 안 돼 미구엘은 델라 크루즈와 우연히 마주친 유령, 헥터의 사이를 알게 된다. 그들은 함께 공연하던 팀이었는데, 어느 날 집이 그리워진 헥터가 집에 돌아가려고 하자 델라 크루즈가 독약을 먹여 헥터를 죽이고 그의 기타와 그가 쓴 곡들을 훔쳐서 유명해진 것이었다. 헥터는 미구엘에게 자신이 왜 '산 자들의 땅'에 가려고 하는지 털어놓는다. 그는 죽은 자가 살아있는 자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잊히면 저승에서도 영원히 소멸하게 된다고 말한다. 헥터는 자신의 딸 코코가 자신을 완전히 잊기 전에 돌아가서 마지막으로 딸의 얼굴을 보고 싶은 것이었다. 그 순간, 미구엘은 헥터가 그의 진짜 고조할아버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진 속 기타는 바로 델라 크루즈가 빼앗은 헥터의 기타였으며, 코코 할머니는 가족 중에서 그를 유일하게 기억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헥터의 축복으로 '산 자들의 땅'으로 돌아온 미구엘은 서둘러 코코 할머니에게 달려가고, 헥터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Remember Me'를 연주한다. 'Remember Me'는 헥터가 집을 떠날 때 코코에게 들려준 노래였다. 그 순간, 코코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난다. 코코는 가족들에게 헥터에 대해 말해주고, 그렇게 헥터는 소멸하지 않고 가족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는다.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렇기에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그 두려움이 조금은 줄어들 것만 같다. 죽음이란 남겨진 자에게도 남기고 가는 자에게도 너무 슬픈 일이다. 하지만 영화 속 죽음은 전혀 어둡지 않고 밝고 생기 있다. 코코의 조그마한 기억이 불씨가 돼 소멸하지 않은 헥터. 결국 이 영화의 핵심은 '기억'에 있다. 사람이 진정으로 죽는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잊혀졌을 때다. 누군가 기억만 해준다면 그는 결코 죽은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평생 살아갈 수 있다. 누군가를 잃은 슬픔도, 더 이상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허함도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이은교 기자 dldmsry11002@wku.ac.kr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