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다. 한 끼를 위해 줄을 선 노숙의 화면이 짠하게 하고, 골목을 기웃거리는 노인의 곱은 손에 들린 박스조각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수원 세 모녀의 죽음이 엊그제 같은데 최근 생활고 때문에 자살한 신촌 모녀의 소식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하지만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것은 정치인의 무능과 언행이다. 정치인의 말은 대표성을 띠므로 신중해야 하고 대통령은 아무리 신중에 신중함을 더해도 부족함이 없다. 국민은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희망과 자부심을 갖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한다. 때문에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국격은 물론 국민에 대한 신뢰 여부를 결정짓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세상에는 많은 글이 있고 말이 있다. 이것을 모두 언어라 하고, 그 언어에는 국민성과 문화가 담겨있을 뿐 아니라 언어의 구사에 따라 가치관과 철학 그리고 사람 됨됨이가 드러나기도 한다. 그런 만큼 말은 참으로 조심해야 할 것 중의 우선이다. 이를 테면 '물'을 표현함에 있어 '냉수'는 사람이 마시는 물이고 '찬물'은 세수나 등목을 하는 물로 인식되는 것처럼 같은 성질이라도 어떤 어휘를 취사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다르게 인식된다.
 역대 정치인들 중 말을 함부로 하여 낭패를 본 사람이 참으로 많다. 장관을 지냈던 모 소설가는"재봉틀로 입을 꿰매버리겠다."는 말을 하여 세간의 이목이 된 적이 있었으니, 언어야말로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하는 척도라 할 수 있겠다. 때문에 조직에 입사할 때도 면접을 통해 응시자의 말을 귀담아 듣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예컨대 아침 이슬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고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는 이치처럼  말은 기호를 넘어 살아 있는 존재다. 하여, 말은 입과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해야 한다. 최근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른 대표적인 사람이 있으니, 다름 아닌 대통령이다. 그는 미국 방문 중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 라는 말을 해 곤욕을 치렀다. 일테면 '바이든'이 '날리면' 이 된 사례가 그것이다. 더 슬픈 것은 언어학자도 인정한 사실을 변명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없으면 나라의 존재 가치가 없다. 어느 사회고 주인처럼 무서운 존재는 없다. 한 끼의 밥 때문에 줄을 서고 자살을 하는 사람들 역시 이 나라의 주인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인격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좋은 인물이 모이기 마련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준비되지 않은 언어였다면 지금부터라도 정직하게 인정하고 고쳐나가면 된다. 언어는 이럴 때 쓰라고 있다. 그 과정이야말로 국민으로부터 믿음과 신뢰를 얻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을 섬기는 일이며, 그런 마음자리가 되었을 때 비로소 한 조각의 폐지에 마른기침 얹어 새벽을 끄는 노인의 거친 숨을 보듬을 수 있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리라.

 배귀선 교수(문예창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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