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청탁을 받고 오랜만에 경험했던 일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무래도 우리 학생들에게 유익할 수 있는 내 과거 경험을 얘기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1995년 대학 졸업 후 2012년 원광대학교에서 재직하기까지 장기간의 미국 유학생활과 그 후 원광대학교 의과대학에서의 시간들을 돌아 보았다. 박사과정 동안 제브라피쉬(zebrafish)를 동물모델의 hindbrain 발생과정 동안 Hox 전사인자와 보조전사인자들의 역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당시 매우 유익한 동물모델로 떠오르고 있던 제브라피쉬를 활용하여 5년여 동안 hindbrain (성체에서 소뇌, 뇌교와 연수에 해당)의 형성을 현미경을 활용해서 실제 살아있는 배아의 발생과정동안 관찰했던 신선한 경험은 현재까지도 제브라피쉬를 주요 동물모델로 활용하고 있는 큰 이유 중의 하나일 것 같다. 사실 내가 박사학위를 수행할 연구실을 결정하기까지는 여러 연구실 경험이 필요했다. 박사학위과정 초기 2년여 동안 생쥐 동물모델과 세포주를 이용하는 여러 실험실에서 rotation을 통해 기관(treacheal) 세포에서의 칼슘 스파크 관련 연구, 조혈과정에서의 wnt 신호인자 연구와 세포분열/분화에서 MYC 단백질 기능 연구에 참여해 보았다. 물론 여러 연구실들을 경험하는 동안 '어떤 분야의 연구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왔고 여러 선택지 가운데 최종 제브라피쉬 동물모델을 활용하는 연구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 선택을 위해 다른 학위생들 보다 더 길게 lab rotation으로 보낸 시간이 과연 허비였던가?'란 질문에 '내가 좋아하는 연구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야이고 아직도 나는 새로운 발견에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에 당연히 아니라는 결론을 명확하게 내릴 수 있겠다.
   나는 다양한 경험이 최선의 선택과 집중으로 잘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얻고자 하는 정보가 있다면 손 쉽게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한다. 물론 입증되지 않은 인터넷 정보로부터 원하는 정보를 잘 발췌하여 취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럴 때 과거 경험이나 그 분야 전문가의 조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일을 실행함에 앞서 미리 경험해 보고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은 시대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 일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을 때는 특히 그러할 것 같다. 잘 아는 사실대로 우리 원광대학교는 국내 대학 중 의생명과학과 관련한 대학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학교로 의과대학, 한의과대학, 치과대학, 약학대학을 포함하여 보건과학대학, 농식품융합대학 뿐만 아니라 공대에서도 의생명관련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학교에는 의생명과학 전문가 집단이 많이 있다. 의생명과학 분야에 호기심이 있는 학생들은 교내에서 비교적 쉽게 전문가 의견을 구할 수 있고 관련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일례로, 원광대학교 지역혁신선도연구센터(RLRC)인 근감소증 3단계 토탈솔루션 선도연구센터(Sarcopenia Total Solution Center, 이하 STSC)는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선정되어 현재 1단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근감소증, 특히 일차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근육양과 근력, 근기능의 감소로 정의할 수 있는데 2021년도에 우리나라에서도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질병코드를 부여하게 되었다. 이제 근감소증은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라 예방이나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고, 우리 STSC에서는 우리 대학과 전라북도, 익산시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의과대학 교수 5명과 타 대학 교수 3인 등 교수연구진과 참여연구자들이 근감소증의 진단 표준화, 개선/치료법과 예방법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최근 '지방 중소도시 소멸'이란 무서운 신생어가 도래하고 지방대학의 존립위기가 이슈화된 상황이지만, 우리 대학의 의생명과학은 다른 어느 대학과 견줄만하다고 본다. 이러한 기회가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미래 설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최성규 교수(의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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