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0일, 전라북도 정읍시 덕천면에 위치한 황토현다원에 방문해 자생차에 대해 알아보고 발효차와 떡차 만들기 과정을 직접 체험 해봤습니다.
   조선시대 토산 녹차 중에 '작설차'라 불리는 차가 있다. 작설차는 곡우(4월 20일)에서 입하(5월 5일) 사이 차나무의 새싹을 따 만든 한국의 전통차다. 작설차에 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실리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세종실록실리지에는 차가 전라도 28개 군현에서 생산되었으며, 고부군의 작설차는 약으로 활용됐다고 쓰여있다.
   『동의보감』에서 허준은 작설차의 효능에 대해 "맛이 달고 쓰며 독은 없다. 기를 내리게 하고 뱃속에 오래된 음식을 소화시킨다. 머리를 맑게 해주고 이뇨제 작용을 하여 당뇨병을 치료하며 불에 덴 화독을 해독시킨다"고 설명했다.
   정읍시 덕천면에 위치한 황토현다원은 자생차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기자는 지난 20일 황토현다원에 방문했다. 정읍 시내에서 덕천 방면 시내버스를 타고 덕천 사거리에서 내려 도보로 10분 정도 이동하니 도착할 수 있었다. 
   황토현은 덕천면 하학리에 위치한 고개로 1894년 동학농민운동 당시 농민군이 관군을 크게 물리친 격전지다. 황토현다원은 황토현에 자리한 차밭을 말한다. 
   차는 '야생차'와 '재배차'로 분류할 수 있다. 야생차는 천연 차로 인공적으로 비료나 퇴비, 농약을 전혀 하지 않은 산에서 자생하는 차를 말한다. 이러한 차밭이 전국에 2만여 평 산재해있다. 
   정읍의 자생차는 전국에서도 유명하다. 그 이유는 차 재배에 적합한 기상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정읍 자생지에서 종자를 채취해 친환경 농법으로 차를 재배하고, 차를 가공할 때 증기에 찌지 않는 '전통 수제 덖음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황토현다원에서는 차를 직접 재배해서 만들어 볼 수 있다. 차 종류로는 녹차, 황차, 개똥쑥차, 뽕잎차, 연잎차, 꾸지뽕잎차가 있고 체험 종류로는 덖음차, 발효차, 떡차가 있다. 덖음차 체험은 5~6월, 발효차는 5월 중순~8월, 떡차는 6월부터 가능하다. 또한 도시민 체험학습, 다도 및 생활예절 교육도 받아볼 수 있다. 연중 체험이 가능하고 2~3시간 정도 시간이면 충분하다.
   녹차는 채취 시기에 따라 우전, 곡우,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뉘고 채엽 시기에 따라 첫물차, 두물차, 세물차, 끝물차로 분류할 수 있다. 첫 싹이 나오는 4월에 어린 잎이 1창 2기(1심 2엽)가 되면 새순을 채취한다. 이 때, 잎의 크기가 1.5~2cm인 것을 우전, 2~2.5cm인 것을 곡우라 한다. 새순이 1창 3기(1심 3엽)인 새잎을 4월 하순에서 5월 초순까지 채취하면 세작, 5월 초순에서 5월 중순까지 채취하면 중작, 5월 중순에서 5월 하순까지 채취하면 대작이라 한다.
   첫물차는 곡우(4월 20일)에서 입하(5월 5일)전까지 잎을 따서 만든 차로 맛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뛰어난데 비해 두물차는 입하 이후부터 5월 하순 이전까지 만들어져 차맛은 강하나 감칠맛이 떨어진다. 세물차는 7월 하순까지 잎을 따서 만들어진 차로 떫은 맛이 강하고 아린맛이 약간 있다. 마지막으로 끝물차는 8월 하순에서 9월 상순 사이에 잎을 따기 때문에 섬유질이 많아 형상이 거칠고 맛이 떨어진다.
   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덖음차와 떡차 만들기 체험을 직접해봤다. 덖음차는 1창 2기인 새순을 채취해 솥에서 순이 죽을때까지 덖어주고, 덖어낸 차 잎을 바람에 식힌 후 공을 굴리듯 부드럽고 힘 있게 두 손으로 돌린다. 그후 비비기, 털기를 반복한다. 비비기가 끝나면 솥에서 두 덖음 해주며 잎을 건조시킨다. 건조시킨 차는 잎을 넓은 자리에 펴서 불순물을 가려내고 정리해준다. 이후 잎이 완전히 건조될 때까지 덖음 과정을 반복해줘야 한다. 
   떡차는 모양이 엽전처럼 생겨 전차라 하기도 하고, 곶감을 만들듯 차를 꿰었다 하여 곶차라 부르기도 한다. 떡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맑고 구름 없는 날을 골라 잎을 따야 한다. 가마 위에 시루를 걸고 바닥에는 대나무로 엮은 그물을 건다. 그리고 찻잎을 그물 위에 넣고 가마의 끓는 물로 찐다. 찐 잎을 절구에 넣고 찧어 틀에 넣고 찍어낸다. 틀에서 꺼낸 차는 그물 위에 널어서 자연 건조시킨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마르면 복판에 구멍을 뚫어 돈처럼 꿴다. 이를 화로에 건 후 불을 쬐어 말리면 완성이다. 완성된 떡차는 대곶이나 닥나무 껍질에 꿰어 6개월 정도 보관하면, 비로소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
   체험이 끝나고 6개월이 지난 떡차를 받아 맛을 봤다. 맛이 깊고 향이 부드러웠다. 
   녹차의 효능은 널리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녹차를 마시는 것으로만 생각해 차를 우려낸 후 남는 찌꺼기를 그냥 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영양소를 100% 섭취할 수 없다. 차 성분에는 수용성뿐만 아니라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성분도 많기 때문이다. 불용성 성분으로는 비타민A, 비타민E, 식물 섬유 등이 있다. 이는 건강한 신체를 위해서 꼭 필요한 성분이니 훌륭한 건강 음료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차를 마시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먹기도 한다는 것이다. 차라고 하면 '뜨겁다'는 인식이 강한데 차가운 차도 그 나름의 맛을 갖고 있다.
   박정옥 황토현다원 대표는 "황토현다원은 올해로 11주년을 맞이했다. 정읍의 자생차를 알리고 차를 재배하는 과정이 즐거워 지금까지 오게 됐다"며 "차를 재배하고 만들어 마시는 과정에서 인간의 도리를 추구하고 심신을 수련하는 다도와 다례를 배울 수 있다. 황토현다원은 이러한 수련을 위해 다양한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자생차에 많은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읍은 보성이나 하동에 비해 채엽 시기가 2주정도 늦다. 보성이나 하동에서 첫물차를 4월 중순경에 채엽하는데 비해 정읍에서는 5월 초에야 채엽이 가능하다. 다른 차밭이 음력 2월경 동해 피해를 많이 입는 것에 비해 황토현다원은 소나무와 편백나무 아래 차 밭을 일구어 동해 피해가 없다. 소나무와 편백나무가 서리를 방지하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또 붉은 황토 위에 밭을 일궈서 차나무가 건강하다.
   우리나라 다도정신은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이 곧고 바름, 또는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알맞음'의 뜻을 내포한 '중정(中正)'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유교의 다도정신으로 중국의 중용(中庸)과 일본의 화(和)와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의 다인들은 다도생활을 생활 속에 존재하는 실용철학이라는 점에 큰 의미를 둔다. 실용을 중시하는 현대에 다도가 갖는 실용철학은 앞으로 더욱 부각될 것이다. 작설차의 향기와 맛, 체험과정에서 철학까지 배울 수 있는 황토현다원에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규상 수습기자 gyosang2@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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