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원 기자

   마크 주커버그, 빌 게이츠, 리오넬 메시,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사들이 대거 참여 중인 ALS아이스버킷챌린지가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SNS에서는 누가 아이스버킷챌린지에 참여했다더라 하는 내용이 연일 쏟아지고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이 누구를 지목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대단하다.
   아이스버킷챌린지는 루게릭병으로 일컬어지는 'ALS'치료법 개발을 위해 미국 ALS 협회가 진행 중인 모금 운동에서 시작된 것으로 참가자가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시작된다. 참가자는 동영상을 통해 도전을 받을 세 명의 사람을 지목하고 24시간 이내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미국 ALS 협회에 기부하도록 유도한다. 그 후 참가자가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간단한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배우 이켠이 이에 대해 쓴소리를 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21일 이켠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유행처럼 아이스버킷챌린지 동영상이 올라온다. 그런데 루게릭병에 관해서 알고들 하는 건가?" 라며 "차가운 얼음물이 닿을 때처럼 근육이 수축되는 고통을 묘사한건데 다들 너무 재미삼아 즐기는 것 같다. 그럴 거면 하지 마" 라며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는 "얼음물 뒤집어쓴 뒤 대부분 해외 스타들도 그렇고 기분 좋게 시원해 하는 모습, 난 별로다" 라며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다. 이처럼 캠페인의 본질을 잊은 채 유명인들의 이름 알리기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은 도리어 부디 계속해서 이 챌린지를 이어나가줄 것을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 제 아버지는 제가 3살 때 루게릭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로 시작하는 글을 쓴 미국의 어느 네티즌은 아이스버킷챌린지의 불꽃이 꺼지지 않기를 간곡하게 부탁했다.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캠페인이다. 즉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관된 계획 하에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잡지 등 매스컴을 동원하여 일정 기간 일반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일련의 사회운동이다. 웃고 장난치는 모습이 이벤트의 취지를 흐린다는 걱정은 필요 없는 걱정일 뿐이다. 처음부터 아이스버킷챌린지의 목적은 루게릭병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기부였으니 말이다.
   아이스버킷챌린지가 기존의 기부문화에 비해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의 양상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기부는 엄숙하고 경건한 사랑의 리퀘스트 같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아이스버킷챌린지를 통해 루게릭병 환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훨씬 커졌다. 관련 단체에 기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ALS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아이스버킷챌린지 모금액이 1억90만 달러(한화 약 1천27억1천620만 원)를 돌파했다고 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280만 달러(한화 약 28억5천40만 원)가 모인 것에 비하면 약 3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늘어나는 기부과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좋은 의미로 지속됐으면 한다. 이벤트의 특성을 지나치게 딱딱하게 규정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배우 유아인의 말처럼 그림자를 드리우고 인상을 쓰고 눈물을 쥐어짜야 경건한 진심인 건 아니다. 희귀병이었던 루게릭병이 이렇게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그것이 설사 유행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기부란 크면 클수록 좋다. 눈치 볼 필요 없다. 더 다양하게 즐겨라.

김명원 기자 kimmw0715@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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