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란 실용적인 물건에 장식적인 가치를 부가함으로써 그 가치를 높이는 미술이다. 사전적의미만 본다면 공예가 굉장히 거창한 예술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아니다. 사람들이 머리에 달고 있는 리본, 손에 끼고 있는 비즈 반지,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장승까지도 모두 공예품에 속한다. 공예는 실생활에 제일 잘 접목돼 있는 미술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지난 9월 24일부터 29일까지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센터에서 '원광공예가협회 회원전'이 열렸다.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협회전은 우리대학 공예학과를 졸업한 사람들로 구성됐다.
   인사아트센터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인사동으로 향했다. 기자는 조계사 건너편에서 하차했다. 인사아트센터는 쌈지길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쌈지길이 있는 골목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주인공처럼 터널을 지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기자는 현장체험학습으로 인사동을 찾은적이 있다. 오랜만에 쌈지길을 걸으니 2년 전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방문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기자는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됐지만 인사동은 똑같은 분위기였다. 한국적인 미가 가득했고 다양한 나라에서 온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추억을 회상하며 걷는 동안 기자는 인사아트센터에 도착했다. 아트센터 건물의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중년 화가, 앉아서 쉬는 노인, 서로에게 기대어 노래를 듣고 있는 연인들 등 예술과 함께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가득했다.
   원광공예협회전은 지하 1층에 위치한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었다. 관람료는 무료였다. 지하 1층부터 6층까지의 모든 전시관이 마찬가지였다.
   '원광공예가협회 회원전'은 1985년에 우리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한 사람들이 모여 공예품을 전시하며 시작됐다. 지금은 40명 정도의 도공이 참여하고 있고, 금속 도자 섬유의 3개 전공 분야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었다.
 
▲ 인사아트센터 서울관에서 원광공예가협회 회원전 이 열렸다. 다양한 공예품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에는 약 40여점의 공예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각각 다른 작가들이 작품을 제작했는데 자기부터 브로치까지 다양한 재료들로 만들어진 공예품들이 기자를 반겨주고 있었다. 전시관에서는 작품과 어울리는 음악도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도슨트(박물관과 미술관 등에서 일반 관람객들을 상대로 전시물과 작가 등을 두루 안내하는 사람)가 있냐고 물어보니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구입한 도록에도 작품 설명은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40명의 작가가 모인 회원전인 만큼 공예품 또한 개성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돌이 재료인 것 같은 공예품은 보자기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작품 상단부는 보자기의 매듭을 표현해 놨다. 묶인 모습이 생생해 실제로 작가가 돌을 보자기처럼 묶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지로 만든 지갑은 굉장히 실용적으로 보였다. 판매한다면 당장 사고 싶은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거대한 크기의 거미를 재현해 놓은 공예품도 볼 수 있었다.
   전시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대학 출신의 공예작가들이 여는 회원전이기에 작가들의 지인이거나 공예를 전공하는 사람들 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자와 인터뷰 한 이화양 씨는(62.종로구)는 작가의 지인도 공예를 전공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이씨는 쌈지길을 방문할 때마다 인사아트센터를 방문하는 편이다. 부담 갖지 않고 자유롭게 예술을 관람할 수 있어 좋다 라고 답했다.
   이광진 원광공예가협회 회장(도예과 교수)은 "한 대학의 동문전이 30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진행돼 감회가 새롭다. 그리고 공예를 발전시키겠다는 마음이 큰 전시회다"라고 이번 회원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기자는 공예전을 모두 둘러보고 위층으로 향했다. 인사아트센터는 입구에 들어서면 작품들이 한눈에 보이는 구조로 되어있다. 2층에는 '사랑초 이야기'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사랑초는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서 자라온 상징적 생명체라고 한다. '꽃말은 절대로 당신을 버리지 않아요'다.
   인상 깊었던 것은 위안부 동상과 접동새를 둘러싸고 있는 사랑초 그림이었다. 또한 특이했던 것은 썩은 바나나를 잘라 나눠먹는 자매의 그림이었는데 자매 또한 사랑초로 그려진 담요를 함께 덮고 있었다. 자매는 채색이 돼 있지 않고 오직 연필로만 그려진 작품이었다. <사랑초 이야기>의 김은영 작가는 모두가 염원하는 서로 안아주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기자는 3층에 올라가 또 다른 전시회를 관람했다. 그곳에서는 'Key가 있는 방'이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진행 중이었다. 파란색과 하얀색 패턴의 판 위에다가 키를 걸어놓은 작품들이 벽에 설치돼 있었고 또 다른 면의 벽에는 오드리 헵번의 사진과 헤라를 교차시켜 걸어 놓고 있었다.
   헤라는 조소에 사용되는 미술도구인데 실제로 작품을 제작하면서 사용했던 도구라고 한다. 미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기자는 처음에 오드리 헵번과 뒤집개가 같이 걸려있는 줄 알았다. 큐레이터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는데 알고보니 큐레이터가 아니라 작품의 작가였다. 전시회에 참석한다고 해서 실제 작품의 작가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설레었다.
   인사아트센터에서는 한 공간에서 다양한 작가들의 각기 다른 생각들이 반영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지구별 편지' '바라보다' '사랑초 이야기' 등 전시회마다 각각의 테마도 다 달라 보고 싶은 대로 골라볼 수 있다.
   전시관을 둘러보며 가장 좋았던 것은 인사아트센터가 갖고 있는 자유로운 예술적 분위기였다. 커피숍을 가듯 부담 없이 전시회를 보러오는 사람들을 보며 '예술은 딱딱하다.예술은 예술을 하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다'는 기자의 편견이 무너졌다. 잘 알지 못해도 자신이 느끼는 대로 작품들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었다.
   현재는 기자가 소개한 전시들이 다 끝난 상태다. 하지만 새로운 작가가 새로운 테마를 들고 인사아트센터를 찾아오니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기자가 느낀 예술에 대한 새로운 감흥을 원대신문을 읽는 독자들도 같이 느껴봤으면 좋겠다. 인사아트센터에서 전시회 관람을 마쳤다면 바로 앞에 위치한 쌈지길에서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신수연 기자 shinsud@wku.ac.kr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