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철 기자

   우리대학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번 2015년 학생자치기구 선거기간 동안 SNS에는 학생자치기구와 관련한 각종 폭로가 이어졌다. 여기에 각 단대회장, 중앙운영위원, 지난 6·4 지방선거 후보자 등이 끼어들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여기서 이름이 거론된 이들은 나름의 해명을 내놓으며 '너는 깨끗하냐'는 식의 반박을 이어나갔다. 악순환은 계속됐고 학생회에 대한 학우들의 불신은 깊어졌다. 학생들은 '아무도 뽑고 싶지 않다', '여기가 정치판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학생은 이번 네거티브 전에 대한 내용을 동영상을 제작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번 사태는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다. 그간 쌓아온 업보에 대한 결과인 것이다. 비난의 중심에는 저조한 공약 이행률과 불투명한 회계가 있었다. 회계 투명화는 학생자치기구가 지금껏 풀지 못한 과제이자 반드시 풀어야만 하는 과제다. 불투명한 회계는 학생회비 납부율에 영향을 미친다. 학생회비가 어디에 사용되는 지 알 수 없는 이상, 학생들은 학생회비 납부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저조한 학생회비 납부율은 학생자치기구 활동 예산과 직결되니 학생회비 납부율이 계속해서 낮아진다면 그 역할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새로 출범하는 2015년도 학생자치기구는 이번 사태를 한낱 해프닝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학생자치기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또한 내년도 회계를 투명하게 관리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학생회비와 관련한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상, 학생회비 납부율이 올라가진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학생회비 납부를 학생의 의무라고 여기는 학생들마저 조만간 등을 돌릴 것이다.
   감사위원장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학생회비 지출 내역을 관리·감독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대학은 매년 3월 중순에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열어 감사위원장을 선출한다. 감사위원장은 간선제로 선출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감사위원장이 대표단을 통해 선출되는 만큼 '객관적인 감사가 가능한가'에 대한 주장도 있다. 실제로 올해를 돌아봤을 때 감사위원장의 활동으로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겉으로 보이는 활동이 없으니 감사위원장의 존재조차 모르는 학생들도 많다. 감사위원장이 형식적인 직책이라고 칭해지는 이유다.
   학생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학생자치기구는 지켜보는 이가 많아질 때 긴장 속에서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 간선제로 선출되는 학생복지위원회, 졸업준비위원회, 도서관자치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행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태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행보는 어떤가. 올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책공청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정책공청회는 각 후보자들의 공약을 검증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선거에 앞서 반드시 이뤄져야 할 행사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정책공청회에 참여함으로써 공약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현실성이 있는지 따져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정책공청회가 무산되면서 후보자들의 공약을 검증할 공식적인 자리를 갖지 못했다. 더군다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선거를 하루 앞두고 잠적하는 등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지 못했기에 더욱 실망이 크다.
   선출된 대표단은 기본을 잊지 않길 바란다. 투명한 회계 관리와 약속한 공약 이행뿐만 아니라 일상 속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활동에 있어서 학생들의 의견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학교 구석구석을 위해 힘써줬으면 한다. 그 자리가 갖는 무게를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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