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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첫걸음>힘 센 문장을 베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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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28  21: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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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면 눈이 내렸다. 12월에 내리는 눈은 한 해를 마감하는 책의 표지다. 아쉽고  보람된 기억들이 눈 덮인 책이 된다. 흰 종이처럼 펼쳐진 캠퍼스에 드라마 '미생'의 한 대목을 베껴 쓴다. "길이란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모두에게 길은 열려 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길은 곧 글이다.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의 흔적이 길에 남듯, 글에는 글쓴이의 삶의 태도가 반영된다. 삶의 반영이란 세상에 대한 저자의 치열한 판단이다. 글쓰기는 경험과 판단을 통해 미래의 '문을 여는 행위'다. 겨울에서 봄을 그리는 간절함으로 꽃이 피어나듯, 글쓰기는 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려는 치열함으로 완성된다. 바꿔 말하면 글쓰기란 완생(完生)을 꿈꾸는 미생(未生)의 태도다. 글쓰기의 첫 걸음을 내딛는 지금, 여기. 세 가지를 유념하자. 
 첫째, '왜 쓰는가'에 대한 자의식이 필요하다. 글쓰기는 '왜'라는 목적지로 가는 약도다. 목적지가 분명치 않으면 신형 내비게이션도 쓸모없다. 그런데 내게 찾아오는 이들은 대부분 '어떻게'를 묻는다. 사실 글을 잘 쓰기 위한 '어떻게'의 정답은 없다. 다만 쓰임에 따른 모범 답안이 있을 뿐이다. '왜 쓰는가'의 절실함이 충만할수록 그 글은 특별해진다. 글쓴이의 치열한 가치 판단에서 '왜'가 시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이 자신의 얼굴'이라는 말은 글쓴이의 세상에 대한 프레임을 밝고 맑게 닦아야 함을 의미한다. 세상에 대한 이해(관점)가 부정적이면 표정도 어두워진다. 사고의 표현인 글도 마찬가지. 글쓰기는 자의식을 드러내는 창문이기 때문이다. 
 둘째, 퇴고를 오래해야 한다. 글은 줄일수록 좋아진다. 문장이 간결하고 정확해야 의미 전달이 쉽기 때문이다. 퇴고는 독자가 읽기 좋도록 글을 화장하는 일이다. '안 한 듯 하는 것'이 '글 화장'의 비결이다. 퇴고는 글쓴이의 열정이며 대상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다. 사랑하는 님과 만나기전에 정성껏 화장을 하듯 글을 다듬자. 이 열정이 글쓴이의 한계를 극복시킨다. 좀 더 수준 있는 퇴고를 하려면 한국어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우리말은 서술어가 강조되며 조사와 어미의 쓰임에 따라 변화한다. 다음 세 문장의 차이를 보자. '나는 너를 사랑해', '나를 너만 사랑해', '사랑해 나는 너를.' 조사와 순서만 바꿨는데도 의미가 확, 달라지 않는가? 
셋째, 좋은 문장을 베껴 쓰자. 좋은 문장이란 힘이 세다. 힘 센 문장은 오랫동안 기억된다. 문장력은 마치 근력 운동과 같아서 훈련을 통해 단련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이들은 지루하고 힘든 시간이 지나면 '운동에 취하는 순간'이 온다고 한다. 베껴 쓰기도 마찬가지다. 좋은 문장을 옮겨 적다보면 그 문장에 취하는 단계가 온다. 알콜이 온 몸으로 퍼지는 것처럼 멋진 문장이 스며드는 경험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이 단계를 경험하기 위해선 꾸준한 연습밖에 없다. 문장에 취하라.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이 취중에 튀어나오듯, 자신도 모르게 멋진 문장이 불쑥 튀어나올 것이다. 
 다시, 눈이 내린다. 열린 창문 틈새로 눈송이가 앞 다퉈 뛰어든다. 실컷 놀다가 집 안으로 뛰어 들어온 어린 애 같다. 지난 4년간 저 눈발처럼 글을 썼다. 마감에 쫓겨 원고를 썼고 보내고 나면 후회했다. 글은 삶의 반영이라 했는데 여전히 사는 게 서툴다. 옛 말에 눈 덮인 들판을 걸을 땐 함부로 걷지 말라고 했다.(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글을 시작하면서 '글쓰기 첫걸음'을 내세웠으나 길잡이가 서툴렀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준 독자들에게 감사한다.

 

 박태건(글쓰기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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