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창 화산 농장 전경
 졸업시즌이 다가왔다. 대학생활을 동고동락한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려니 아쉬운 마음에 휴대폰을 찾게 된다. 연락이 잦은 만큼 모임 약속도 늘어나고 장소를 고민하던 학생들은 누구나 좋아하는 치킨 집에서 모이게 된다. 치킨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브랜드에 따라 조리법도 특성화하고 맛도 다양해졌다.
 작년 한해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1.6kg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닭의 중량이 대략 800~900g이니 1인당 연간 소비량은 14마리 정도라고 보면 된다. 한 달에 1마리 이상 먹고 있다는 것이다. 닭을 이용한 새로운 메뉴 개발과 매장 증가 등이 소비량의 증가 요인이다. 여름철 먹는 삼계탕 소비도 빠질 수 없다. 전체 소비량의 30~40%는 복날을 전후로 소비되기 때문이다. 작년 한해 도축된 닭은 7억여 마리다. 닭고기 소비량이 많다고 할 수 있지만 외국에 비하면 국내 소비는 적은 편이다. 외국 소비량의 경우 미국 44.6kg, 캐나다 31.4kg, 일본 15.2kg 등 이다. 
 기자는 국민들이 요리해서 먹는 닭이 어떻게 길러지는지 알기 위해 전북 고창군 심원면에 위치한 화산농장을 찾았다. 익산에서는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 정읍과 흥덕을 경유해 도착했다. 양계장은 선운산 산기슭에 위치해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바람이 세고 공기가 맑은 곳에 있었다.
 화산농장을 경영하는 농장주 박우조 씨(고창군 심원면)는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시며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아주 어렸을 적에 마당에서 암탉은 병아리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먹이를 찾으며 보살피고 수탉은 주변을 감시하며 병아리를 지켜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했다.
 그렇다. 1950년대만 해도 닭은 마당에 풀어 재래식으로 길렀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닭고기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양계사업도 점차 기계화 되고 밀식으로 키우게 된 것이다. 밀식으로 키우다보니 질병에 취약하고 전염병의 위험성도 높아졌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비롯한 각종 약을 사료에 투약한 것도 오늘날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마당에 풀어 놓아 기른 닭과 양계장에서 밀식으로 키운 닭은 품질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기자는 양계 사업의 이해를 위해 일을 도우며 배웠다. 양계장은 모두 6동으로 한 동에 1만 마리의 병아리들이 있었다. 병아리가 입추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아 농가의 손길이 바빴다. 단기간에 사육하여 출하하는 육계는 육추 초반이 매우 중요해서 병아리를 들여오기 전후로 계사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닭은 항온동물로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만 적정 온도 이상 혹은 이하가 지속될 경우 체온 조절기능에 이상이 생겨 생산성이 저하되고 심할 경우 폐사한다. 첫 일주일은 32~35℃를 유지하고 이후부터는 일주일 간격으로 3℃씩 온도를 낮추어 21일 경에는 최종온도가 21~22℃에 도달하도록 한다. 따라서 사육 기간 내내 적정 온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한다. 농장에서는 겨울철 온도 유지를 위해 4만 리터의 기름을 난방에 사용한다고 했다.
 온도만큼 중요한 게 습도이다. 습도는 계사 환경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친다. 장마철과 같이 습도가 높을 때는 곰팡이로 인해 사료가 변질되기 쉽고 유독물질이 생성되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기자는 입추된 병아리의 탈수 방지를 위해 가습기나 분무장치를 활용해서 상대 습도가 70%를 유지하도록 했다.
 적정 습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건조한 공기 흡입으로 인해 기관지가 손상을 입게 되고, 기관지 손상은 외부 먼지나 오염물질이 몸속으로 흡입되어 호흡기 계통의 질병 발생의 원인이 된다. 또 습도가 높으면 닭이 체감온도를 높여 더욱 더위를 느끼게 하므로 적절한 환기를 통해 조절해준다. 온도와 습도는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시로 점검해주어야 한다.
 입추 초기에는 병아리의 사료섭취 여부를 확인해야하는데 병아리 목 앞부분에 위치한 소낭을 확인하면 된다. 입추 8시간 후에는 소낭의 80%가 차야하며 24시간 이후에는 95%가 차야 한다. 이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병아리는 충분한 물과 사료를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사람 몸의 60~70%가 물로 이루어져 있듯 병아리는 몸의 80%가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20%만 부족해도 폐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료 섭취량의 2배에 달하는 물을 마시는데 온도 변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물은 24시간 언제든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질 관리도 중요하다. 닭이 물을 마시는데 유해물질이 미량이라도 함유되어 있으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물에는 약 2,000여 종의 물질이 오염될 수 있기에 수질기준을 정해놓고 적합한 물을 공급해야 한다. 따라서 1년에 한 번은 수질검사를 통해 음용수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성장을 위해 각종 약 투여도 빠질 수 없다. 최근에는 항생제 대체제를 사용하는데 닭의 상태, 성장 단계, 사육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용한다. 항생제를 사용해도 모든 질병 및 스트레스를 제어할 수 없었던 것처럼 항생제 대체제도 마찬가지다. 가축 생산성 향상 및 건강증진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양계도 사업이 된 후로 병아리는 부화장에서 생산하고 닭은 양계 농장에서 키운다. 그런데 농장 현실이 즐겁지만은 않다. 농장을 건축하려면 행정에서 허가 받아 설계해 짓는데 건축 비용이 많게는 수십억씩 필요하기 때문이다. 화산농장도 토목, 건축, 부대시설 등 많은 비용이 투자돼 부채를 갚아야하니 최대한 병아리를 많이 키울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언급했듯 밀식을 하면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 좁은 면적에서 자라니 저항력도 약해 각종 약을 먹여야하는 것이다.
 양계 현실의 이면을 알게 된 기자는 마음이 무거워졌는데 반가운 소식도 접했다. 앞으로 화산농장은 자연으로 튼튼한 닭을 기르겠다고 한다. EM효소로 바닥을 발효시켜 암모니아 발생을 줄인다. 또 보약 기능을 하는 산야초와 효소 발효제를 사용해 깨끗한 닭을 키우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양보다 질을 생각하겠다는 농장주의 다짐에 먹거리가 안심된다. 농장주 박우조 씨는 "산과 들판에 공간을 충분히 주어 이삼년 내에 건강한 닭을 생산하겠다"며 "건강한 닭고기를 먹고 자란 학생들이 벼슬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이를 위해 농장 이름도 화산에서 효자로 바꿔 효자(孝子)농장으로 경영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며 양계 사업을 이어가는 화산농장에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고창 질마재길을 걷다 보면 쉽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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