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중구에 위치한 애관극장
 오늘날에는 개인 극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주위를 둘러보면 롯데 시네마, CGV 등의 대형 기업에서 세운 프랜차이즈 극장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단관극장 형식의 개인극장이 많았다. 그 장소에서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풋풋한 청춘의 사랑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프랜차이즈 극장의 경우 4D 영화와 레스토랑 식사까지 한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그로 인해 개인 극장은 손님이 점점 줄어 폐업까지 치닫는 경우가 많다. 애관극장은 인천에서 유일하게 무사히 살아남은 개인극장이다.
 인천의 동인천역과 배다리 주변에는 극장이 많았다. 애관극장, 미림극장, 피카디리극장, 현대극장 등 많은 극장이 있었다. 하지만 애관극장을 제외하고 전부 문을 닫았다. 하지만 미림극장은 실버극장으로 재탄생해 옛날영화 재개봉관 형식으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애관극장은 원래 단관극장으로 시작했지만, 멀티플렉스 열풍으로 5개의 상영관으로 탈바꿈해 살아남았다.
 기자는 인천 애관극장으로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갔다. 상영관 안에 들어가서 자리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지만, 상영관 내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기자가 본 영화가 재미없어서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인가 싶었지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영화 평점은 낮은 편이 아니었고 또 그 영화의 총 하루 관객 수가 2위를 하고 있었다. 영화를 다 보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다른 영화의 잔여 좌석 수를 확인했다. 전체 누적 관객 수 2위를 기록한 영화 <국제시장>도 거의 90석 이상이 남아 있었다. 나머지 영화도 잔여 좌석이 많이 남아 있었다. 대체로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고 있다.
 인천의 애관극장은 인천 출신의 사람들의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다. 아버지, 어머니 세대에는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곳이었다. 인천에 거주하는 중년 여성 A씨는 "중매로 결혼해 결혼 전 연애를 제대로 못 해봤다"며 "결혼 후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갈 때마다 남편과 데이트하는 기분이 들어서 행복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또 애관극장 주변에는 학교들도 많아 그 지역 학생들에게는 친구들과의 놀이 공간이자 가족과의 나들이 공간이 되어 주었다. 초등학생들이 선생님과 손잡고 만화영화를 관람하기도 했다. 기자도 인천에서 태어나 애관극장 주변에 있는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친구들과 팝콘 하나를 나눠 먹으며 영화를 관람했다. 그리고 길 건너편에 있는 시장에서 닭강정을 먹으며 웃던 추억이 있다.
 기자 바로 옆자리에 한 중년 부부가 앉았다. 그 부부의 모습은 20대의 풋풋한 커플 같았다. 꼭 잡고 있는 손과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모습이 매우 아름다웠다. 기자도 부모님께 연애담을 들은 적이 많다. 그 부부는 기자의 부모님께 들은 이야기와 비슷하게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기자는 그 부부에게 이 영화관은 소중한 장소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 부부에게는 오늘 상영된 영화와 더불어 극장이라는 공간이 함께 추억으로 남겨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그 부부가 이것을 자녀들에게 이야기하면 자녀들도 그 장소에서 부모와 같은 추억을 쌓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한 패턴이 반복되다보면 그 추억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한 집안의 추억에 또 그 추억이 쌓여 한 지역의 추억으로까지 자리 잡게 되는 상상을 해본다. 
 애관극장은 11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95년 <협률사>라는 상설연극 공연으로 시작했다. 또 한국 최초의 활동사진 상설극장이기도 하다. 1925년에 애관극장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애관'이란 보는 것을 사랑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이 찾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1950년 한국전쟁으로 소실됐다. 그리고 1960년 다시 지어졌다가 2004년에 5개관으로 상영관 수를 늘렸다.
 하지만 지금은 관람객이 점점 줄고 있다. 대부분 프랜차이즈 극장을 찾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극장과 개인극장의 차이점은 예매 방식에 있다. 프랜차이즈 극장의 경우 극장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반면에 개인극장은 티켓 예매 사이트를 통해서 예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예매하는데 불편함이 있다. 또 좌석이 자동 배정 형식이어서  앉고 싶은 자리에 앉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웠다. 그 점이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게 하는 큰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팝콘과 콜라도 인터넷으로 쉽게 계산할 수 있는 시대에 이런 불편함은 핸디캡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요즘은 개인극장이 폐관되는 추세다. 대전에 위치한 대전아트시네마는 지원금에 비해 운영 실적이 낮다는 이유로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 운영지원 사업'에서 2년 연속 제외됐다. 그로 인해 그곳은 현재 3000만 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고 급기야 폐관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 2012년에는 서울에 있는 개인극장 드림시네마(옛 이름 화양극장)이 폐관됐다. 각 지역의 개인 극장이 이와 같은 상황이다.
 한 시대의 문화산업의 중심이었던 개인극장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깝다. 누군가에게는 실컷 웃고, 울고, 즐기던 추억이 있는 장소다. 그런 추억의 공간이 손님이 없어 문을 닫는 것은 여러 사람의 추억이 송두리째 날아가는 일과 같을 것이다. 한 번쯤은 부모님의 정든 추억 속의 공간을 찾아서 옛날의 정취를 느껴보면 어떨까? 그러면 개인극장은 언제나 영원히 기억 속에 남는 공간이 될 것이다. 그런 추억의 공간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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