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란에는 원대신문사의 연속기획 라는 제목으로 글쓰기센터의 연속기획 와 2012년 1학기부터 개설된 원고를 번갈아 싣는다. 국내외 여러 석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속기획을 통해 인간 이해와 사유의 깊이를 확인하기 바란다. /편집자
 
 
  분별력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힘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대부분 분별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 지않을 때 사람은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분별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즉 우리가 어떤 점을 갖추었을 때 분별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분별력을 결정하는 두 개의 결정적인 지표가 있다고 합니다. 분별력을 갖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인간의 본성’ 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인간의 감정’ 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는 것이고요. 내가 분별력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2가지 지표가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내가 인간의 본성 과 ‘인간의 감정’ 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비교적 분별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분별력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요.
  물론 ‘인간의 본성’이나 ‘인간의 감정’은 인간 모두가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이라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삶의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인간의 본성’ 과 ‘인간의 감정’ 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제가 여러분께 말씀드리려는 것은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과 ‘인간의 감정’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아래 나열된 12개 단어들의 공통점
 
  <질투>, <배신>, <변덕>, <배은망덕>, <이기심>, <이중성>, <속물근성>, <허영심>, <인정받고 싶은 마음>, <무례함>, <비판>, <폭력성>
  이 단어들의 첫 번째 공통점은 이 단어들 모두가 ‘인간의 본성’ 혹은 ‘인간의 감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단어들이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이 단어들 모두가 인간을 판단하는 부정적 의미의 단어들이라는 것입니다. 첫 번째 공통점과 두 번째 공통점이 서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들을 인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니까요. ‘인간의 본성’ 혹은 ‘인간의 감정’ 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들을 인간을 판단하는 부정적 의미로만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본성’ 혹은 ‘인간의 감정’을 깔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타인에게 이러한 것들이 있다 해도 지나친 것만 아니라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의 본성’ 과 ‘인간의 감정’ 을 깔본다면 우리는 인간의 마음을 알 수도 없고 얻을 수도 없을 것 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12개 중 질투 에 대해서만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면 관계상 질투 하나밖에 말씀 드릴 수 없음을 이해해주세요.
 
 
 
  ‘질투’는 나쁜 거라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질투는 정말 나쁜 걸까요? 질투가 나쁜 것은 질투심으로 다른 사람을 폄훼하기 때문입니다. 질투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 중 하나입니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인간의 운명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만들어 놓았고, 이룬 자와 이루지 못한 자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인간의 질투를 이해할 수 없다면 인간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인간의 질투를 이해할 수 있을 때 인간을 이해할 수 있고, 인간의 질투를 이해할 수 있어야 분별력도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질투는 ‘인간의 감정’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함부로 무시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친구는 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했고 한 친구는 떨어졌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학교 같은 과 동기였습니다. 시험에 합격한 친구는 시험에 떨어진 친구를 위로하고 싶어 여러 번 만남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시험에 떨어진 친구는 진심으로 위로하려는 친구를 만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둘 사이는 멀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시험에 합격한 친구가 떨어진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정말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친구를 질투하냐? 너는 친구도 아냐.”
그는 자신의 친구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시험에 떨어진 친구를 통해 나중에 들은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합격한 친구를 축하해주고 싶었지만,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없을 것 같아 만나지 않았다고, 시간이 지나 마음 속 상처가 아물고, 진심을 다해 축하해줄 수 있을 때 합격한 친구를 만나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어떻습니까? 그의 심정을 이해하실 수 있겠는지요?
  “친구를 질투하냐? 너는 친구도 아냐”라고 말했던 후배는 오랜 친구 하나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가 질투라는 ‘인간의 감정’을 깔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질투한다 해도 나를 형편없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반대로 누군가 나를 질투한다고 해도, 그를 내 삶 바깥으로 쉽게 밀어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점만 볼 것인가, 장점까지 볼 것인가
 
  우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를 때때로 품어야 합니다. 설령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내게 유익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누군가의 단점을 품어야하는 분명한 이유입니다.
“그런 인간, 안 보면 그만이야!”
  종종 우리가 하는 말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런 말을 많이 할수록 우리는 고립될 것이며 불행해질 것입니다. 결국 우리 곁에 남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인간의 단점만 볼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장점까지 볼 것인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나의 단점만 볼 것인가, 아니면 나의 장점까지도 볼 것인가에 대한 선택도 결국은 내가 해야 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장점까지 보려고 할 때 비로소 우리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인정할 수 있고 상대방의 마음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장점까지도 보려고 할 때 비로소 나는 나를 인정할 수 있고 나를 사랑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질투>, <배신>, <변덕>, <배은망덕>, <이기심>, <이중성>, <속물근성>, <허영심>, <인정받고 싶은 마음>, <무례함>, <비판>, <폭력성>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것들은 모두 ‘인간의 본성’과 ‘인간의 감정’ 에 관계된 단어들입니다. 이것들은 또한 인간을 판단하는 부정적 의미의 단어들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인간의 본성’ 과 ‘인간의 감정’ 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분별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배신도 하고 상황의 유 불리에 따라 마음을 바꾸기도 하는 ‘인간의 본성’ 과 ‘인간의 감정’ 을 경계하지 않으면 우리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다시는 일어설수 없을 만큼 절망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인간의 본성’ 과 ‘인간의 감정’ 을 긍정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일 다른 사람을 깔보거나 질투한다면 우리 곁에 남을 사람은아무도 없습니다. 또한 ‘인간의 본성’ 과 ‘인간의 감정’을 깔본다면 우리는 나 자신을 혐오해야할지도 모릅니다. 나 또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면, 정도의차이일 뿐 인간은 질투할 수 있고, 배신할 수도 있고, 변덕을 부릴 수도 있으며, 또한 다른 사람의 은혜를 잊어버릴 수도 있고, 이기적이며 이중성과 속물근성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인간은 누구나 허영심을 가지고 있으며, 인정받고 싶어 하며, 무례함과 비판적인 성향과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12개의 생각’은 두 개의 의미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나를 위로하거나 변명하거나 합리화시키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이기적인 내 모습 때문에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고, 누군가를 질투하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을 비하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사정으로 누군가를 배신했거나 변덕을 부렸다 해도 자신을 지나치게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이중성이라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삶의 상황을 낯설어하지 않기를 바라며, 자신에게 속물근성이 보인다 해도 그것을 지나치게 혐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허영심을 깔봐서도 안 되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자신의 마음을 소중히 보살피고, 무례함과 폭력성을 지닌 자신의 모습 때문에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인간에 대한 12개의생각 을 타인을 이해하는 소통의 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타인의 이기적인 모습 때문에 지나치게 마음 상하지 말아야 하고, 타인이 설령 나를 질투한다 해도, 그가 여전히 나의 친구임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배신으로 상처 받았다면 그 언젠가 나의 배신으로 상처받은 사람은 없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사람을 잘못 본 자신의 안목도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누군가의 변덕스러운 마음에 상처 받았다면 그 언젠가 나의 변덕으로 상처받았을 누군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누군가의 이중성을 보았다고 해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라고 함부로 속단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말과 행동 속에 속물근성이 가득해도 그를 함부로 얕잡아 봐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허영심을 멸시하거나 조롱하지 말아야 하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상대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어 작은 일도 인정해주고, 지나친 것만 아니라면 상대의 무례함과 폭력성까지도 때로는 품어야 하겠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그러한 단점과 함께 장점도 함께 지닌 사람들이니까요. 우리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물론 우리 주변엔 눈씻고 봐도 장점은 한 가지도 없고 단점만 가득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구제불능을 어쩌겠습니까.
 
  지금까지 말씀드린 인간에 대한 12개의 생각 이 나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수단으로 모두 사용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철환(작가)
  소설과 동화를 쓰는 작가이며 풀무야학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작품집으로는『연탄길』과『위로』등 총 23권이 있다.『연탄길』은 뮤지컬로 만들어져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에서 소극장창작뮤지컬상 을 수상했으며, 동화『따뜻한 콜라』가 중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홍보대사로도 활동했으며, 2000년부터 책 수익금으로 운영해 온 을 통해, 낮고 그늘진 곳에 있는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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