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보스전이 눈앞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데 모든 소모품을 다 사용했고 체력과 마나도 바닥이다. 결과는? 참혹하게 졌다. 그러나 이때 죽었던 곳에서 다시 시작하겠습니까? 라는 문구와 함께 현금결제 창이 떴다. 난 자연스레 마우스 버튼을 눌렀다.
   무슨 말을 하냐고? 현금결제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다. 현금결제는 '상품의 수요자가 공급자에게 상품 가격을 현금으로 치르는 일'을 말한다. 게임에 빗대면 유료화 게임(정액제)을 이용하는 경우와 부분 유료화 게임에서 캐시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를 이른다. 다른 말로는 속칭 '현질(온라인 게임의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사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유저들은 왜 게임을 하며 현금결제를 하는 것일까?

   강해지고 예뻐지고 싶어요
   첫 번째 이유는 게임 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메이플스토리'나 '던전앤파이터' 등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유저들끼리 결투를 하는 활동이 주를 이루는 MMORPG 게임이 대표적인 예이다. 좋은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거나 경험치를 빨리 쌓고 싶은 경우, 현금결재를 통해 일시적으로 캐릭터의 이동속도를 늘리거나 능력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 박진우 씨(20, 광주)는 "여러 게임에 현금결제를 했다. 그중에서도 RPG 게임에 가장 많이 결제를 했다. 현금결재를 하는 이유는 다른 유저들보다 앞서 갈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캐릭터를 코디하기 위해서다. 게임 내 캐릭터의 얼굴이나 머리 모양 또는 방어구나 무기의 생김새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현금결제를 통해 바꿀 수 있다. 이러한 캐릭터 꾸미기는 자신의 개성을 캐릭터에 표현하고 싶어하는 게임 유저들에게 매우 인기있는 콘텐츠이다. 게다가 꾸미면서 덤으로 부과효과까지 얻을 수 있으니 유저들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에 송주호 씨(20, 남원)는 "LOL이라는 게임의 스킨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결제를 하곤 한다. 결제하고 후회하지만 예쁜 스킨이 나오면 다시 결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금결제와 기업
   그럼 이렇게 결제된 돈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 바로 게임을 만드는 기업이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재미 삼아 만든 게임이라면 상관없지만, 게임은 한 기업 안에서 뜻을 같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만드는 대작이다. 시간이 투자된 만큼 이윤이 남아야 하기 때문에, 게임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 및 유지비를 충당하기 위해 수익을 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캐시아이템을 만들어 유저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캐시아이템의 성능을 게임 내 밸런스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높게 설정하여 판매한다. 이런 경우 현금결제를 하지 않은 유저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현금결제를 통해 좋은 아이템은 얻은 유저를 이길 수 없다는 문제점이 생기고 만다.
이런 식으로 캐시아이템이 남발된다면,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던 유저들은 게임을 떠나고 현금결제를 한 유저들만 남아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남아있는 유저들에게 캐시아이템을 팔아 현금결제를 유도해야 하므로 더욱 밸런스가 맞지 않는 캐시아이템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다. 결국에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게임의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끝내는 서비스가 종료되고 만다.
그럼 게임을 처음부터 무료로 하면 어떻게 될까? 이것의 예를 보여주는 게임이 90년대에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트리스2'이다. 이 게임은 탱크를 움직여 상대 탱크를 포격해 승부를 벌이는 게임이었다. 포를 발사했을 때 날아가는 포물선의 각도와 거리를 계산하여 상대방을 명중시키는 통쾌함 덕에 '포트리스2'의 인기는 단숨에 높아졌다.
   그러나 이렇게 기세등등한 게임에는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그 시대에 같이 등장한 '스타크래프트'는 CD를 팔고 '리니지'는 월정액제로 매출을 올렸지만, '포트리스2'는 돈을 벌어들일 방법이 없었다. 이에 기업은 PC방에 한해 정액제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하루아침에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였지만, 기업은 점점 오만에 빠졌고, 이후에 새롭게 등장한 게임들은 매출을 올리는 데에만 급급해 제대로 된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았다. 더불어 핵심인력의 부재로 그나마 흥했던 '포트리스2'마저 망하면서 결국 무료 게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실패는 후에 나온 게임들에 부분유료화 방식의 현금결제 서비스 도입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게임은 좋은 여가활동이고, 여가활동엔 조금씩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것에 중독이 되어 엄청난 비용을 들인다면,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게임에 결제된 돈이 아까워서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게임을 하면 누구든 싫을 것이다. 현금결제는 게임을 더욱 즐겁게 만들거나 더욱 재미없게 만드는 양날의 검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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