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시위 중인 영화 관계자들                                   출처 : 씨네21

  지난달 개봉된 <부산행>이 큰 화제를 모았다. 개봉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관객 400만 명을 넘기며 손익분기점인 330만 명을 가볍게 넘었다. 관객의 긴장감을 유지한 채 엔딩까지 내달린 <부산행>은 개봉 직전 주말 '유료 시사회'라는 이름으로 예정 개봉일보다 앞당겨 개봉됐다. 영화계는 거센 비난을 가했고, 영화 칼럼니스트 김태훈은 "인간의 이기심을 그린 이기적인 개봉"이라고 평가했다. 사필귀정의 꼴을 낳으며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431개관에서 약 56만 5천 명의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한편, <부산행>이 예정일보다 앞당겨 개봉되자 영화 <데몰리션>은 관객 확보에 있어서 피해를 받았다. 한겨레는 <데몰리션>이 최대 40%의 관객 손해를 봤다고 예측했다. 흥미로운 점은 <데몰리션>이 '제이크 질렌할', '나오미 왓츠' 주연의 전형적인 미국 할리우드 영화란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미션 임파서블>, <캐리비안의 해적>, <다빈치 코드> 등의 할리우드 영화에 자국 영화가 밀리던 일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자국 영화로 인해 할리우드 영화가 타격받는 상황이 연출되는 지금, 스크린쿼터를 되돌아보자.
 
 스크린쿼터의 역사
 스크린쿼터란 극장으로 하여금 특정 영화를 정한 비율만큼 상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스크린쿼터가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1927년 영국이었다. 그 당시 영국 의회는 영국의 모든 극장이 영국 영화를 30% 이상 상영하도록 하는 규정을 담은 영화 헌장을 제정했다.
 우리나라의 스크린쿼터는 1966년에 최초로 범제화되어 1961년부터 시행됐다. 당시 영화법 시행령 제25조에 의해 한국 영화 상영 기준을 연간 6편으로 하되 2개월마다 1편 이상으로 하고 연간 총 상영 일수는 90일 이상으로 했다. 우리나라의 스크린쿼터는 영화계의 흐름에 따라 규제가 완화되기도 하고 강화되기도 했다.
 2006년 참여정부가 한미 FTA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이 스크린쿼터 축소를 내걸었다.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였고 연간 국내 영화 상영일 수는 146일에서 절반인 73일로 줄어들었다. 당시 스크린쿼터 축소의 여파는 대단했다. 이준기, 강동원, 이나영 등 유명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시위를 하는가 하면, 스크린쿼터 축소 찬반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라가 떠들썩했지만 참여정부는 뜻을 강행했고, 73일이란 상영일 수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예술영화를 위한 스크린쿼터
 아직까지 스크린쿼터에는 상업영화와 예술영화 사이의 구분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상업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예술영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예술영화관의 다수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예술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지역적으로 차이를 보인다. 최근 5년간 예술영화 관객 중 수도권 지역 관객 비중이 66%에 달한 것으로 보아 상업영화에 비해 예술영화는 대중적으로 즐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3월, 영화진흥위원회는 대작 영화에 밀려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국 예술영화를 위한 스크린쿼터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아직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기초 연구와 이해 당사자의 의견 등을 수렴 중이다. 상업영화와 구분되는 예술영화 스크린쿼터의 도입을 기대해볼만하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이 제도를 중소도시 영화관과 대도시 영화관에 똑같이 적용하는 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인구 규모와 상영관의 시장 점유율 등을 고려해 상영 의무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요와 불필요의 경계에서
 한국 영화는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도 위용을 떨치고 있다. 올해 제69회 칸영화제에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은 비경쟁부문에 진출해 프레스 스크리닝에서는 이례적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는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장센이 절정에 달했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현지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국내 상업영화가 국내외에서 성공하는 시점에서 스크린쿼터는 불필요한 제도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예술영화에 대해 언급했듯이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는 스크린쿼터를 필요로 하고 있다. 박영주 감독의 <1킬로그램>과 윤재호 감독의 <히치하이커>가 올해 칸에 초청됐지만, 국내에서는 대중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국 영화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목적으로 유지된 스크린쿼터, 그 범위와 규정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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