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기는커녕 뒤처지면 낙오가 되는 것이 일상인 사회에서 때로는 산다는 것, 그 자체가 힘이 들 때가 있다. 그러한 퍽퍽한 현실 속에서 하나뿐인 자식을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은 영화 <아버지의 초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티에리는 회사로부터 부당 해고를 당한다. 재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기껏 배운 교육과정은 실무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 또 다른 교육과정을 권하는 고용상담사의 말에 티에리는 할 말을 잃는다. 2년간의 재취업 실패로 생계가 어려워진 티에리는 부당 해고된 직원들과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려 한다. 승산이 있는 소송이었지만 자신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으로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물러난다. 티에리가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큰 이유는 혼자서 활동하는 데 제한이 있는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들의 교육비는 물론 옆에서 돌봐줄 인력도 필요하지만 티에리에겐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서 찾아간 은행에서는 가족들을 위해 사망보험금을 들으라는 어이없는 권유까지 받게 된다. 결국 교외에 가지고 있던 주택까지 팔아야 할 상황이 온다. 하지만 집을 사러 온 사람은 트집을 잡으며 정해진 가격을 깎으려고만 하고, 여기에 질린 티에리는 결국 팔기를 거부한다. 지칠 대로 지친 티에리지만 그래도 가족 때문에, 아버지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덤덤하게 매일을 살아간다.
 티에리는 가까스로 대형마트 보안요원으로 재취업에 성공하여 마트의 CCTV로 고객은 물론 함께 일을 하는 마트 직원들까지 감시하는 일을 맡게 된다. 재취업의 안도감도 잠시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며, 부인을 위해 생전 춰보지도 않은 춤을 배우는 평범한 티에리에게 감시라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CCTV를 통해 보이는 화면의 까맣고 작은 사람들은 모두 예비 범죄자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형마트는 인력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을 해고할만한 꼬투리 찾기에 혈안이다. 티에리는 직원을 철저히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러다 할인쿠폰을 빼돌린 직원이 발각되었고 그 직원은 해고된다. 평소 생활고로 힘들어했던 그 직원은 결국 얼마 후 자살을 하게 된다. 자신 역시 부당 해고를 당했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비통한 표정을 짓고 진심으로 애도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번엔 또 다른 직원이 손님의 포인트를 빼돌리다 발각되었다. 티에리는 자신이 해고를 당할지 물어보는 직원의 말에 당장이라도 점장에게 따질 듯이 사무실을 나갔으나, 티에리의 빠른 발걸음이 향한 곳은 자신의 차가 주차된 주차장이었다. 점차 멀어지는 티에리의 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는 초지일관 덤덤하면서도 사실적인 시선으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아낸다. 특별한 연출이 없는 영상은 영화의 느낌을 더욱 실제인 것처럼 느끼게 해 몰입도를 높여준다. 또한 티에리의 도덕적 딜레마에 따른 고뇌의 모습과 잔혹한 시장논리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지구 반대편의 모습도 경쟁이 전부인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퍽퍽한 아버지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힘이 들면 펑펑 울어볼 법도 한데 티에리는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구직 면접에서 비판 아닌 비난의 말을 들어도 애써 웃어넘긴다. 그가 바로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는 아이의 학비를 마련을 위해 상환금이 남은 상태에서 또다시 대출을 받으며 티에리는 말한다. "자식 일이 제일 우선이죠." 이 한마디에 녹아 있는 세상 모든 아버지들의 애환. 티에리를 비롯한 우리 아버지들의 삶에 위로와 존경을 표한다.

박찬수(복지보건학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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