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부시장 외부 제공 : 익산시청
▲ 북부시장 내부 제공 : 익산시청

 그곳에는 '삶'이 있다.

 물건을 사고, 팔고, 흥정하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한 장씩 세보는 상인들의 손에는 굳은살이 배겨있다. 부모나 조부모의 손을 잡고 뒤따라온 어린아이들이 꽈배기 빵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샛노란 마룻바닥 위에는 사람들이 앉아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가 상 위에 올려진다. 뜨거운지 연신 후후거리면서 젓가락을 움직인다.
 그러나 이러한 삶은 이제 회상으로만 만날 수 있다. 바쁜 풍경이 모두 과거 속에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이야기다. 오가는 사람들이 지워진 시장에는 소수의 상인만이 남아 자리를 우두커니 지키고 있다.
 
   익산시의 12개 시장
 익산에는 현재 공설 5개, 사설 7개, 총 12개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익산에 이렇게 많은 시장이 형성돼 있는 이유는 지리적으로 풍요롭고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양옆에 흐르는 금경과 만경강 덕분에 수로가 주된 교통 방식이었던 조선시대엔 교통의 중심지였으며, 만경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만경평야는 예부터 굴지의 곡창 지대였다.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호남선, 전라선, 군산선, 장항선 등의 철도와 전군가도 등의 도로가 부설돼 교통의 편의성이 더해졌다.
 1925년 기록에 따르면, 당시 이리장에 상로판을 벌인 상인은 880명, 시장을 찾은 고객은 3천 명 정도이다. 시장을 찾는 고객은 5리 이내의 주민들과 기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었다. 연 거래액은 32만 8천318엔이었다. 이마저도 줄은 거래액이었다고 하니, 당시 익산 장이 얼마나 유명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익산 장의 가장 중심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북부시장은 1975년에 개설됐다. 전라북도에서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정기시장으로, 4일과 9일마다 장이 열린다.
 
   화려한 입구, 초라한 내막
 그러나 현재는 북부시장과 같은 일부 시장을 제외하고는 상인 수가 30명밖에 되지 않는 등 많은 시장이 침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상권의 중심이 그쪽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는 지난 5일 장날에 맞춰 황등시장을 찾았다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황량한 풍경에 당황했다. '황등풍물시장'이라고 적힌 커다란 입구가 무색하게 시장의 규모는 매우 작았다. 지나가는 손님들도, 그리고 자리를 잡은 상인들도 얼마 없었다. 그저 생선 앞으로 파리들이 몰렸고, 상인들이 파리채를 흔들며 서로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밤과 고구마 등을 파는 김연옥 씨(77세)는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없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없다"고 한탄했다. 시장의 예전 규모가 어땠는지 묻자 "굉장히 컸다. 서점도 있고 대리점도 있었다. 없는 게 없었다"며 "지금은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잘 되지가 않는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시장 안에 있는 채소가게에도 찾아갔다. 가게 주인인 김팔수 씨(67세)는 "예전에는 황등면에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초등학교 전교생 숫자가 3천 명이었을 정도다. 그러나 지금은 200명밖에 안 된다. 면에 사람이 없으니까 장꾼들도 찾아오질 않는다"며, "게다가 지금은 마트도 많지 않으냐. 사람들이 전통시장에 찾아올 이유가 없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태껏 방송국이나 신문사에서 시장에 많이들 찾아왔다. 그렇지만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며 "젊은 세대는 없는데, 노령 인구만 많고…… 잘 될 수가 없지"라며 하던 일을 마저 했다.
 
   관광형 시장으로의 변화가 목적
 현재 익산시에서는 침체된 전통시장을 다시 살리고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우선 시설현대화 작업을 통해 새로운 건물을 만들어 그 안에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옛날에는 천막을 쳐놓고 장사해 날씨에 따라 가능 여부가 갈렸지만, 현재 새로운 건물이 생긴 만큼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장사가 가능하다. 또한 집집마다 차가 있는 것을 고려해 시장별로 주차장을 설치했다.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상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도 익산시의 방안 중 하나다. 익산시청 관계자는 "전통시장의 침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상인분들의 높은 연세이다. 이 때문에 활성화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상인들을 교육해 관광형 시장을 만들자는 게 우선 첫 번째 목표다"라고 말했다.
 시대가 바뀐 만큼 전통시장이 다시 주 상권이 되기란 어렵다. 그러나 시청 관계자가 말한 대로 '관광형 시장'으로서의 발전은 기대해볼만 하다. 관건은 어떻게 재개발하느냐다.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