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연예술을 대표하는 공간인 대학로가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대학로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호객 행위로 관객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공연품질을 떨어트리며,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공연예술인들이 대학로 밖으로 쫓겨나고야 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둥지 내몰림)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대학에서는 이러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네온사인이 반짝이고 그림자가 비틀거리는 우리대학 대학로에는 문화공간 대신 유흥상점만이 즐비하다. 공연 의 품질과 젠트리피케이션을 고민하는 서울 대학로보다 우리대학 대학로는 여타 연극장이나 공연장이 없어 서울 대학로의 고민은 먼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학생이 주를 이루는 대학로에서 학생을 위한 시설 부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 유흥주점이 즐비한 우리대학 대학로

   원대 대학로의 현주소

   익산시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신동 내 음식점과 주 점은 344곳, 스포츠 및 오락 관련 서비스업은 69곳, 창작, 예술, 여가 관련 서비스업이 8곳 영업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근거해 우리대학 주변에는 문화시설보다 음식점과 주점이 주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우리대학 대학로는 대학생 들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적인 문화공간은 고사하고 서점조차 학생회관내 학교서점 하나만 존재한다.
   문화시설이나 문화공간이 없다 보니 대학로에서 연극 동아리 및 밴드 동아리가 나설 자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연극 동아리 '멍석'의 회장 임형태 씨(소방행정학과 2년)는 "익산은 문화생활 활성화가 잘 돼 있지 않다" 며 "아직 시스템에 관련해서 건의를 한 적은 없지만, 익산시에서 문화공간 마련이나 기타 시스템을 마련해준다면 적극적으로 참가할 의향이 있다" 고 전했다. 밴드 동아리 야인 의 회장 신재송 씨(신문방송학과 3년)는 "대학로에 공연장이 없다 보니 술집과 얘기해보고 허락해주는 곳에서 공연한다"며 "교내 공연에 관해서는 학교 축제나 행사가 있을 때 불러주는 것 말고는 밴드부가 공연할 기회가 많지 않다. 주최 측에서 비용을 부담해주지 않는 이 상 밴드부 내에서 공연비용을 지급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대학생들은 유흥을 즐기기 위해 대학로에 간다고 말한다. 박근하 씨(역사교육과 1년)는 "대학로는 주로 애들이랑 술 약속이 있을 때나 공강 시간에 밥을 먹으러 나갈 때 이용하는 편"이라며 "대학로에 연극 상연관이 생기면 좋겠다. 익산역 근처에 아르케가 있긴 하지만 학교와는 너무 멀다"고 말했다.

 

   타 대학들도 같은 문제로 골머리

   대학로 문화시설 부족은 우리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화여자대학의 경우 2000년대까지 은하미용실 등 고급 미용실들이 있었고, 정문 옆에는 보세옷가게들이 즐 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인 관광객의 명소가 됐다. 대학생들을 위한 대학로가 아닌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맞춤 상권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전북대의 경우도 비슷하다. 전북대 대학로는 과거 전주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서울 대학로와 같은 문화공간으로 진화하지 못하고 상업중심으로 치우친 나머지 정체성을 상실했다. 이에 덕진 지역구 국회의원은 덕진희망만들기 8+5사업 을 공약으로 걸고 전북대 놀이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시발점으로 전북대 대학로 문제는 제도권에서도 논의되기 시작했다.
   아직 우리대학에서는 문화발전을 위한 노력은 미미하다. 익산갑의 이춘석 의원이 지난 3월 우리대학을 방문해 지역과 우리대학의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간담회를 가졌지만, 청년창업지원센터 유치에 관한 논의만 있었을 뿐 대학로 문화공간 조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바뀌지 않는 이유와 바꿀 사람들

   대학로에 문화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이유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인도와 도로를 확실히 구분 짓지 않아 교통 상황이 혼잡한 것도 이유 중 하나이며, 쓰레기 무단 투기 및 학생들의 안이한 쓰레기 처리도 고쳐야할 점이다. 허나 우리대학 학생들이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게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대학로 문화를 위한 익산시 자체의 환경 정비, 문화공간 확보, 정책적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대학로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노력이 선행될 때 가능할 것이다. 우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소극적 목소리가 아 닌 적극적인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 출처:해피소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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