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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부서진 단어
박서영 부편집장  |  hisyiya@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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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05  14: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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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가 부서졌다. '국가', '대통령', '민주주의' 등, 초등학생도 아는 기초적인 단어의 정의가 완전히 박살 났다. 단어를 깨뜨린 사람들은 지난 4년여간의 '박살'을 1분 35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압축시켜 사과하거나, 검찰 수사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하거나, 사과 아닌 변명만 늘어놓는 식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발 내딛는 곳마다 단어의 파편이 떨어져 있다. 이를 주워 다시 맞추는 건 애꿎은 국민이다.
 미르재단·K스포츠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 언론의 취재는 이화여대의 정유라 씨 특혜로 이어져서 결국 최순실 씨의 태블릿PC를 찾아내는 데까지 다다랐다. 최 씨의 태블릿PC 안에는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롯해 외교·안보 자료 등 국가기밀이 들어있었다. 중요한 건 최 씨가 국가기밀 열람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형법 제113조와 127조에 명시돼 있는 외교상 기밀 누설죄와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된다. 일반인 최 씨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 4년여간 국가의 안보와 외교와 법안과 행정을 농단했다.
 봉건시대가 아니고서야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사태다. 이처럼 그동안의 국정농단이 실오라기 없이 다 벗겨졌건만, 당사자들은 분노한 국민 앞에서 눈 감고 귀 막은 채 모르쇠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은 명백한 범법 행위를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고 표현하고, 최 씨는 "연설문이 국가기밀인 줄 몰랐다"고 말하고, 대통령의 최측근은 국민에게 사과는커녕 몰랐다고 부인하고 잘못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하다.
 사실 대통령과 최 씨 일가의 관계에 대한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선후보로 있던 시절부터 줄곧 언급됐으며, 그때마다 대통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당선 후 2013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을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함으로써 좌천시켰다. 이유는 당시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가 출전한 전국승마대회에서 판정시비와 관련해 조사를 맡은 문화체육관광부 간부가 '최 씨 파와 이에 반하는 파 모두가 문제'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후 대통령이 "이 사람 아직도 있어요?"라고 말하면서 간부는 결국 공직에서 완전히 떠나고 말았다.
 사건의 배후는 끝도 없이 계속 나오고 있다. 사이비 종교, 샤머니즘, 올림픽을 비롯한 국가 행사까지의 영향력 행사, 최 씨 위에 있는 또 다른 비선실세까지, 이른바 막장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 전개되고 있다. 유명 코미디언이 과거 정계를 은퇴하면서 남긴 "4년 동안 코미디 많이 배우고 간다"는 말처럼, 국가의 일꾼이라는 사람들이 정말 코미디처럼 밑도 끝도 없이 엉뚱한 행보만 보이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해 나라살림을 대표하는 총책임자이다. 그 어떤 국민도 최 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지 않았고, 최 씨에게 국가 통솔권을 쥐여주지 않았다. 아울러, 이 코미디 같은 국정농단은 최 씨만의 잘못이 아니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취임 선서를 지키지 않았다. 또한 현 사태 앞에 서서 민심파악은커녕 기습 개각을 하는 등 정국을 더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통령의 불통은 끝이 어디인가. 깜깜하다. 자주적인 결정을 할 줄 모르는 대통령에게 국민은 더 이상의 정치를 바라지 않는다. 모든 책임을 지고 하야하는 일만 남았다.
   오랜 시간 고민했던 글을 이제야 마무리한다.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겠다. 현세를 직시하고 있으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역사 앞에서 죄인이나 다름없는 행동이다. 무엇보다 기자는 가까운 미래에는 완전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다. 발언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 국민으로서의 주권을 지켜주는 사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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