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7일, 여느 때와는 달리 따뜻한 날씨 속에서 고3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학력을 부추기는 사회 속에서 '수능 날'이 그들에게 주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 우리의 입시전쟁과 똑 닮아가고 있는 중국의 수험생들 이야기가 있다.
 중국의 수능, 까오카오(高考)
 매월 9월에 학기가 시작되는 중국은 6월에 우리나라와 같은 대입시험을 치른다. 지역마다 시험이 치러지는 날짜는 아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6월 초에 치러지며 양일에 걸쳐서 진행된다. 중국 대입시험은 '고등학교학생모집시험(高等校招生考으로 줄여서 까오카오라 부른다. 까오카오가 치러지는 중국의 대입시험이 '고등학교'라고 표기되어 있어 흔히 우리나라의 고등학교로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중국에서 고등학교는 '고급중학교(高中로 까오중(高中)이라 한다.
 중국 수험생들이 보는 까오카오는 과목이 많지 않지만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첫째 날은 어문과목과 수학, 둘째 날은 영어와 문과(文 또는 이과(理 중 선택한 과목으로 이뤄진다. 어문과목은 우리나라 대입시험의 국어과목과는 달리 논술의 형태이다. 우리나라의 수시와 정시처럼 대학입시 전형이 다양화되어 있지 않은 중국은 까오카오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다.
 인생을 결정하는 치열한 6월
 생활수준의 향상, 1자녀 정책 등으로 학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중국 사회에서 까오카오가 치러지는 6월은 수험생에게나 수험생을 둔 부모에게나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치열한 시기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그간의 노력이 점수화되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시험이 끝난 뒤에도 점수에 비관하여 자살했다는 수험생에 관한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중국식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대학 진입이 인생의 향방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한 해 까오카오에 응시하는 학생은 대략 천만 명 정도 되는데, 그중 70%인 700만 명 정도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대학의 정원을 확대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대학 진학률은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까오카오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수험생은 '명문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인생을 걸고 있다.
 대학 입학관문을 통과하는 700만 명 중     50%는 4년제 대학인 '번커(本科)'에, 나머지 50% 정도는 전문대 개념인 '까오즈(高에 입학하게 된다. 번커의 경우, 3등급으로 나눠져 있고, 명문대학은 1등급에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수험생들은 1등급에 포함된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시험이 끝난 후 학부모는 1천 7백만 원짜리 대학진학 상담을 받기도 한다.
 많은 중국의 청소년들도 우리의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꿈 없이 대학 또는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인생 목표로 두고 있다.
 까오카오의 사회적 영향
 이처럼 치열한 중국의 대학입시는 사회의 여러 모습도 변화시키고 있다. 우선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무허가 짝퉁대학이다. 이들 짝퉁대학은 예지따쉐(野大와 쉬자따쉐( 假大 등으로 불리며, 400여 개 리스트가 인터넷에 공개돼 수험생들의 주의를 요했다. 이들 대학은 인터넷 웹사이트에 그럴듯하게 대학을 홍보하며 학생을 모집하고, 인터넷 강의 등 부실한 수업을 제공한다. 또한 가짜 졸업장이나 중국 교육부가 인정하는 정식 학사 학위가 아닌 일종의 수료증을 발급하기도 한다.
 또한, '까오카오 경제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중국 수험생들은 어느 지역에서 생활하는지와 관계없이 수험생의 호적지에서만 시험을 치를 수 있다. 따라서 까오카오 시즌이 되면 시험을 치기 위해 본인의 호적지로 이동하는 수험생과 그 부모들로 인해 시험장 주변의 호텔은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요금이 폭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와 더불어 수험생의 심리적 부담을 덜기 위한 심리치료, 영양제, 보건 식품 등 관련 서비스 및 제품이 급증하여 기업 및 산업이 호황을 누린다.
 까오카오에 대한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보니, 부정행위에 대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부정행위가 고도화, 지능화되고 있어 이를 감시하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시험장 입구에 공항검색대를 방불케 하는 장비가 등장하기도 하고, 드론을 띄워 부정행위를 감시하기도 한다. 특히, 올해 2016년부터는 개정된 형법이 적용되어 까오카오 부정행위를 중범죄로 다루고 있다. 부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최고 7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매년 부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더욱 교묘해지는 까닭에 내려진 특단의 조치로 보인다.
 중국을 G2로 이끈 저력에는 샤오미, 바이두, 텐센트 등을 창업한 젊은 CEO들이 있었다. 점점  학벌만을 고집하는 사회 풍토가 계속된다면, 이런 창조적 인재를 양성하기는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나 중국이나 시험으로 인재의 능력이 점점 더 획일화되고 있어 다양성과 창조성이 존중될 수 있는 교육시스템과 사회 분위기의 조성은 요원해 보여 안타깝다.

                                                                                                    윤성혜(한중관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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