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위안부 문제와 독도 영유권 주장. 일본은 우리에게 언제나 뜨거운 감자이다. 특히 요즘에는 일본이 독도를 두고 ‘다케시마는 일본영토’라고 고등학교 교과서에 싣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등 모르쇠와 우기기로 일관하고 있는 우리와 먼 나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본은 우리와 지리적 뿐만 아니라 역사·정칟경제·사회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또 근래에는 한류 열풍이 전 일본을 휩쓸고 있어 문화적으로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의 경우 한 해 방문객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일 정도로 일본은 우리와 가까운 나라이다.

 두 이미지 중 6박 7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필자는 일본이 먼 나라라는 이미지보다 가까운 나라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다.

 특히 예의를 중시하는 일본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버스에서 젊은 남자의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가 왔는데 에티켓 모드로 해 두지 않았는지 ‘딩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그 남자는 일어나서 승객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스미마생(すみません-죄송합니다)”을 연발했다.

 보통 우리나라 같은 경우 그 정도 소리는 소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큰소리로 떠들면서 통화하는 경우를 생각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이 외에도 여행하는 내내 스미마생을 들었던 것 같다. 가이드가 귀뜸해 주길 거리에서 조금만 스쳐도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스미마생을 말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는 ‘일본인을 정의할 수 있는 단어는 ‘스미마생’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또 일본은 장수국(長壽國)답게 노인들이 많았는데 버스 기사들은 매 정류장마다 노인이 버스에 올라타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천천히 출발했다. 그 모습은 일부 불친절하고 마치 난폭운전을 하는 우리나라의 버스와는 확연히 비교되었다.

 우리나라 버스를 타보고는 ‘레이싱 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 했었던 일본인 친구의 말이 새삼 생각났다.

 노인을 배려하는 일본의 모습은 여행하는 내내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여행지 곳곳마다 휠체어가 구비되어 있었는데 휠체어를 어느 곳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동행한 노인들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친절이 좋기도 했지만 너무 인위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물론 일본인들의 타인에 대한 배려와 노인 공경 등의 친절함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지만 한편으로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자기중심적 사고도 엿 볼 수 있었다.

 일인별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칸막이가 있는 라면집 등이 그 예이다. 찌개를 식탁 가운데에 두고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 문화에 익숙한 나로서는 식사마저 혼자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시부모님이 멀리에서 자식 집에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도 잠은 자식 집이 아닌 여관에서 잔다고 한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경우 자식의 집에서 자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데 일본에서는 오히려 여관에서 자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니 한국인인 나로서는 이해 할 수 없는 일본만의 문화였다.

 일본을 두루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은 친절 속에 가려진 일본의 삭막함이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정(情)이 새삼 소중하게 여겨졌다.
박 상 우 (유럽문화학부 1년)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