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이미 겨울로 접어들었다. 계절의 순환으로서의 겨울이 아니라, 온 국민들의 마음이 참담함과 좌절감, 분노에 의해 꽁꽁 얼어버린 겨울이 되었다. 대통령과 그를 에워싼 비선실세 사태로 시국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밑바닥까지 떨어진, 가히 국가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몇 사람의 잘못을 가려내어 처벌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작금의 사태는 몇몇 사람들의 과오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오늘의 상황에 이르게 된 데에는 사익만을 추구한 몇몇 사람들과 그렇게 되도록 방치한 그들의 주변인들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우리가 처한 현대사회의 천박한 자본주의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현대 사회는 금전과 성공에 대한 숭배, 책임 의식의 부재와 때로는 양심의 가책에 무감각해진 생활을 하게 만들고 있다. 쉽게 얻어지는 물질적·감각적인 쾌락에 지배당하고, 정치에 대한 불신과 그로 인한 무관심, 무감각 속에 매몰되어 자신과 주변에 대해 진지하거나 심각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은 아닌가.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세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거나 진정한 자유를 찾지 못하고 안일한 삶에 끌려갈 뿐이다. 현대 대량 소비 사회는 우리들에게 무엇이 중요하며,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참된 생활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볼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첨단 과학기술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나머지, 현대사회는 개개인의 존재에 대한, 나아가 사회와 국가의 구성원으로서의 존재에 대한 의식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거대한 수레바퀴를 이루는 하나의 톱니처럼, 바쁘지만 수동적으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협동심이나 연대감, 비판 의식을 상실한 우리 사회는 구성원으로서의 동질감을 찾기 힘들어졌다. 최순실 사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임기응변의 적당주의와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근시안적인 사고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소통의 광장에, 시대의 어둠을 밝힐 200만 개의 촛불이 타올랐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 청년 실업, 양극화 현상 등으로 힘들어 하는 국민들이 거리로 나서게 만든, 국민을 좌절에 빠뜨리는 부정부패 풍토와 안일한 소신주의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뼈아픈 반성을 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확하게 재설정해야 한다. 지금은 현실을 직시하고, 협동과 연대감 형성을 통해, 무너진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한 해를 돌이켜 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이때에, 꽁꽁 얼어버린 모두의 마음을 녹일, 사회정의가 되살아난 봄을, 기다리지만 말고,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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