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시사저널
 '한한령'이란 2016년 7월 한반도에 사드 배치가 확정된 후부터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한국에서 제작된 콘텐츠 또는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 등의 방영을 금지하도록 명한 한류 금지령이다.
 사드 배치 확정 이후, 가장 먼저 보복의 화살을 맞은 건 연예계였다. 중국 광전총국이 각 방송사 및 기획사에 하달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 인기 아이돌 그룹의 중국 활동 금지 ▲한국 아이돌 1만 명 이상 공연 불허 ▲신규 한국문화산업회사 투자 금지 ▲합작 포함 사전 제작 금지 등의 항목들이 적혀 있다. 광전총국은 중국 내 TV, 라디오 등 방송을 관리· 감독하는 국가 기관으로, 위 항목은 당분간 사드 국면이 정리될 때까지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현지에 전달했다.
 이후 연예계에서는 사드 배치 보복으로 인한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7월 마지막 주부터 김희철, 유인나, 엑소, 빅뱅, 헨리 등 몇몇 연예인들의 녹화본이 편집됐고, 촬영이 취소되거나, 중국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도 미뤄졌다는 내용이 루머처럼 떠돌아 다녔다.
 다행히도, 확인 결과 김희철, 엑소 등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유인나, 빅뱅 등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활동에 변동이 없고, 촬영 또한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슬아슬한 평화는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던 한류 콘텐츠가 결국 사라지고 만 것이다.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일부 불법적인 사이트에서 공유됐던 인기 드라마 <도깨비> 역시 이젠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던 <런닝맨>도 <도깨비>와 같은 길을 걷긴 매한가지다.
 지난 10일 소녀시대 태연은 자신의 SNS에 롯데 제과의 인기 제품인 '말랑카우'를 게재했다. 롯데는 최근 사드 부지 제공으로 중국 전역에서 반감을 사고 있는 상태다. 이 사진이 중국에 퍼지자마자 중국 네티즌들은 '태연이 사드를 지지한다', '중국에 대해 충만한 악의를 드러냈다'고 비난을 쏟아 냈다. 심지어 '태연도 자국을 사랑하니 우리도 조국을 위해 태연의 중국 활동을 제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가수 최시원도 자신의 친누나가 SNS에 올린 롯데빌딩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자 중국 네티즌들은 '사드지지 연예인'이라며 비난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기로 유명한 제주도에는 지난 16일 제주와 중국을 드나드는 유람선이 끊기고, 항공편이 줄어들면서 관광객이 하루 1천 명대로 급감했다. 지난해 8천 596명에 비하면 급속도로 줄어든 수치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세도 꺾이고 말았다.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외국인 관광객은 49만 1천 21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인 49만 1천 787명보다 소폭 감소했다. 이 수치는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이후 1년 만에 나타난 감소치이다.
 우리나라처럼 일본과 타이완도 중국의 보복을 당한 적이 있다. 일본은 2012년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하자 중국이 관광 보복을 했다. 타이완은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됐을 때도 똑같이 관광 보복을 했다. 그러자 일본과 타이완은 단체 관광객 대신 개별 여행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동남아 신규 시장 개척 등을 통해 다른나라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 이외에도 우리나라 한류에 관심이 많은 나라는 많다. 이란에선 드라마 <대장금>과 <주몽>이 현지에서    8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중동 지방의 경우, 무슬림 여성들의 한국 화장품 관심으로 2015년 180억 달러(20조 6천억 원)에서 2020년에는 360억 달러(41조 2천억 원)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날 전망이다. 동남아와 중동의 국민이 한류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중국의 힘이 아니라 한국 스스로가 해낸 힘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이용해서 중국인들의 빈자리를 채우려고만 하는 시도보단, 장기적으로 투자해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파트너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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