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BS
 
 
 
  '화장실 냄새가 지독하면 비가 온다', '서리가 많이 내리면 날씨가 좋다'라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이 말들은 일상생활의 미세한 변화로 날씨를 예상한 옛날 사람들의 지혜다. 날씨를 예상하지는 않지만, 오늘날에도 일상생활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경제를 예측하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일상의 소비로 경기를 예측한다?
 1960년대에 들어 경제학자 마브리가 뉴욕 증시와 치마 길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치마 길이가 짧아지면 주가가 오른다'는 '치마 길이 이론(Skirt-length Theory)'를 제시했다. 세계 경제가 호황을 누리던 1960년대에는 짧은 치마가 크게 유행했다. 반면, 세계 경제가 불황을 겪은 1970년대에는 긴 치마가 유행했다. 이같이 이론의 근거들이 차례차례 제시되면서 한동안 치마 길이 이론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치마 길이와 경기 사이에 어떠한 관련성도 없다고 결론이 났다. 실제로 여성이 치마를 구매하는 이유는 경기 상황 때문이 아니라 패션이나 유행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치마 길이 이론처럼 일상의 소비 형태 변화로 경기 변화를 예측하는 시도는 이전부터 많이 있어 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장 중 하나인 남대문시장의 경우, 오래 전부터 신사복의 판매 추이를 통해 경기 변화를 예측해 오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외투에 덜 민감한 가장들이 형편이 어려워지면 바로 자기 자신의 옷 구매부터 줄이기 시작하고, 형편이 좋아져도 가장 나중에 자신의 신사복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신사복으로 인해 경기를 예측한 건 남대문시장 상인들만이 아니다.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는 경기가 좋아질 경우 남성들의 셔츠의 색이 다양해진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보도 내용에 따르면, 금융 위기 당시의 영란은행 머빈 킹 총재의 셔츠 깃과 금융 위기를 벗어나기 시작했을 때의 카니 총재의 셔츠 깃이 다르다며, 현직 총재는 경기가 살아나는 것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경기가 불황이면 뽑기는 호황
 우리나라는 조선업계에 닥친 최악의 불황과 관련업 종사자들의 대량 실직 우려, 미 대선 이후 불안해진 금융 시장 등의 악제가 겹치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게 떨어졌다. 경기가 불황으로 빠질수록 사람들은 적은 돈으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오락으로 눈길을 돌린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뽑기다.
 대학로에서 자취를 하는 변주현 씨(복지보건학부 2년)는 "작년 늦가을부터 뽑기방이 여러개 생기기 시작했다 뽑기를 해보려고 몇 번 들어가 본적이 있었는데, 들어갈 때 마다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21곳에 불과했던 뽑기방은 지난해 8월에 147곳으로 증가했다. 그 기세를 멈추지 않고 지난해 11월에는 500곳 이상으로, 2년 사이에  24배가 늘었다.
 뽑기에서 도박으로 
심각한 경기 불황에서 뽑기가 주는 작은 만족감과 성취감은 뽑기의 인기를 더욱 키우는 원인이 됐다. 천 원에서 만 원 사이의 돈을 투자해 눈앞의 목표를 뽑으면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구직이나 시험 등 만만치 않은 현실 속에서 성취감을 느끼기 힘든 사람들에게 뽑기는 스트레스 해소와 더불어 소소한 재미와 행복을 주는 오락거리가 됐다.
 뽑기는 적은 금액을 투자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그 중독성이 도박에 버금갈 수 있다며 뽑기의 유행을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형을 뽑을 때의 짜릿함을 잊지 못하거나, '한 번만 더 하면 뽑힐 거야' 라는 생각 때문에 뽑기에 돈을 투자한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뽑기로 인형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한 번의 시도로는 잘 뽑히지 않는다. 약간 억지스럽다고 지적할 수 있겠지만, 뽑기로 얻은 인형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은 과연 한 번에 뽑았을지 의문이다.
 과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재미만을 위해 즐긴다면, 뽑기는 저렴한 가격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즐거운 오락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뽑기에 몰두하고 집착한다면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로 변질될 수 있다. 도박이란 '불확실한 상황에 돈이나 그에 상응하는 제물을 걸어서 요행을 바라는 행위'다. 위의 의미로 본다면 뽑기도 도박의 범주에 걸쳐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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