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대학가는 바야흐로 술자리 풍년의 달이다. MT, OT, 환영회, 입학식, 개강모임, 동아리 회식 등등 새학기와 함께 술집과 대학로에는 술을 마시러 나온 학생들로 북적인다. 어느 대학가이건 차이 없이 술잔과 목소리를 높이는 시기다. 그러다 보니, 술로 인한 사고도 잊힐 만하면 발생하기 마련이다. 성추행과 막말은 흔히 있는 일이며, 경기 지역의 모 대학 OT 술자리에서는 신입생이 술에 취해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에, 요즘 대학가에서는 음주 대신 절주를 권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술잔을 낮추고 전공책을 높이자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음주문화 실태
 우리나라는 특유의 강제성을 띤 술자리가 많고, 그에 따른 음주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한국인의 음주문화는 다른 나라 사람이 보면 기이하다고 느낄 정도며, 대학생도 이 기이한 음주문화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0년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전국의 대학생 3천 96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남학생의 27.5%와 여학생의 28.7%가 일주일에 3번에서 5번의 술자리를 가진다고 답했다. 상당수의 학생이 이틀에 하루는 술을 마시는 셈이다. 일주일에 한 번 마시는 학생은 전체 응답자 중 28%였고, 거의 마시지 않는 학생은 6%, 거의 매일 마시는 학생은   8%로 집계됐다.
 인문대학에 재학 중인 김 모 씨는 "일주일 중 5일은 술을 마신다. 학과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술집으로 향하는 것 같다"며, "5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는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편"이라고 밝혔다.
 다수의 대학생이 술자리를 빈번하게 갖는 만큼, 사고 소식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3일 발표된 대한보건협회 자료를 보면 2009년에 2명, 2010년에 2명, 2011년에 2명, 2012년에   1명, 2013년에 3명, 2014년에 1명, 2015년에  2명 등 대학생 음주 사망자는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과음으로 인한 실신, 성추행 등의 사건까지 더하면 그릇된 음주문화의 폐해는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무형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우리나라는 유독 술에 관대한 분위기가 만연하다"며, "대인관계를 맺는 과정에서도 술을 필수처럼 여기는 문화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처럼 대학가에서 음주 때문에 사고가 매년 끊이지 않는 이유는 우리나라 특유의 잘못된 음주문화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절주문화로
 오랫동안 음주로 인한 사고가 이어지자 대학가에서는 절주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작년 강릉의 모 대학에서는 축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주점을 없애고 문화체험관 및 푸드 트럭을 운영했다. 술이 없으면 그만큼 사건·사고가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배재대는 신학기에 들어서면서 '술 강요하지 않는 건전한 대학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학생 대표들은 '내려놓자 술잔, 높이 들자 전공책'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음주 대신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면학 분위기를 형성하고자 했다. 학과에서는 선배가 후배들에게 술을 강요하지 않고, 동아리방 등 교내에 술을 반입하지 않는 것이 캠페인의 핵심이었다.
 부산시는 작년부터 '술 취한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대대적으로 절주문화를 선도 중이다. 100인 이상 근로자 상시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건전음주 다짐 서약서 작성 행사를 진행해 2-2-2 실천(술자리에서 2잔 이상 안 권하기, 반 잔[1/2잔]만 채우기, 2시간 이내 마무리)을 권고하고 있다. 서약서에는 타인에게 음주를 강권하지 않고 스스로도 절주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우리대학은?
 아직 우리대학에서는 절주문화를 선도하는 동아리가 없다. 하지만 학생복지처에서는 이미 지난 OT 기간에 뒤풀이 행사를 전면 금지하며 혹시 모를 안전사고나 신입생들의 과도한 음주를 예방하고 있다. 또한, 학교당국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술을 강요하지 말라는 권고가 내려지면서 절주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다.
 평소 음주를 즐기지 않는다는 문휘연 씨(문예창작학과 2년)는 "요즘에는 선배들이 술을 강요하거나 벌칙 게임을 하지 않아서 좋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알아서 마실 만큼 마시고 절제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술은 번뇌의 아버지요, 더러운 것들의 어미"라고 불경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칸트는 "술은 입을 경쾌하게 한다. 마음을 털어놓게 한다. 술은 도덕적 성징, 곧 마음의 솔직함을 운반하는 물질"이라고 말했다. 술을 두고서 이처럼 반대되는 평가가 나오는 데는 술이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 모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술이 대화의 매개체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될 수도 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술이 함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문제는 술이 아니라 과도한 음주와 기형적인 음주문화일 것이다. 남이 하지 않는다면 자신부터 절주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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