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치근 교수(복지보건학부)

 봄바람이 분다. 저 고비사막에서 불어온 황사 먼지가 한반도를 뿌옇게 뒤덮는다. 진도 앞 바다의 시린 바람이 정신없는 이 땅의 혼란한 모습처럼 휘몰아치고 있다. 박근혜정권의 국정농단은 어떻게 일어났고, 사드는 무엇이며, 중국의 보복은 어디서 온 것인가? 뭐 하나 속 시원히 밝혀진 게 없다.

 정치인, 관료, 기업인, 교수 할 것 없이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해대고,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지위 고하,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거짓말과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을 한다. 한 번 거짓말을 하면 그걸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하고, 그러다가 본말이 전도되고, 본질은 자리를 잃고 엉뚱한 걸로 분란이 일어나 서로 간에 적개심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간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친다. 정치적, 이념적 지향점만 같으면 그것이 가짜이든, 거짓이든, 과장이든 무조건 믿으려는 진실스러움의 약점을 파고든다. 최근 국정농단과 대통령의 탄핵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거짓과 이기적 진실로 깊이 병들어 있는지 실감했다. 무엇이 진실이고, 옳고 그름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이성적 사고는 무시되고, 자기 믿음만 진실이 돼 버렸다.
 교수는 강의와 연구실에서, 법조인은 법정에서 그 주장과 다툼을 해야 한다. 교수가 정치판에서, 법조인이 거리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자기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시위를 한다면, 전문적인 지식과 자신의 본연의 임무는 설자리가 없으며 자신을 부인하는 모순에 빠진다.
 정직은 사회적 신뢰의 기반이다. 정직하지 않아서 사회에 만연한 불신 풍조 속에서는 아무도 이득을 보지 못한다. 군사력보다, 경제력보다 더 강한 것이 국민을 묶어 주는 신뢰의 힘이다. 그래서 공자도 "백성들 사이에 신뢰가 없다면 나라도 세울 수가 없다"고 했다.
 봄이면 흔히 인용되는 당나라 시인 동방규(東方逵)의 소군원(昭君怨)이란 시의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이란 "오랑캐 땅에는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은 봄이로다"는 뜻이다. 그는 봄 날씨를 얘기했을까 봄을 맞는 마음을 얘기했을까? 물론 현실을 개탄하는 마음을 읊었다. 당의 4대 미인 중의 한 명인 왕소군이 오랑캐의 왕비가 된 것을 안타깝게 여겨….
 지금 봄 같지 않다고 믿는 많은 우리 국민들, 민주주의, 법치주의, 국민생명보호, 국가안위…. 이런 우리의 기본 가치를 송두리째 거부하고, 수구 보수가 답이라는 사람들이 태극기를 휘날리며 거리를 활보하고, 국정농단 세력과 그 부역자들이 이 나라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이제 4월이 우리 앞에 다가왔다. 누가 그랬듯이 이 잔인한 4월은 우리 사회가 대통령 선거라는 큰 정치적 결정을 하는 시기로 정신이 없을 것 같다. 필자는 우리 국민들이 정치 얘기를 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우리는 둘만 모이면 정치 얘기를 한다고 한다. 내 관심사에 몰두해서 살기도 벅차다. 우리 젊은이들은 취업 빙하기에 몰려 운신의 폭이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슬프게도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를 '이게 나라다'라는 구호로 바꾸기 위한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 봄바람이 혼란하게 휘몰아치는 잔인한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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