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7시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 지프라운지 내 전주 돔에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사회를 맡기로 했던 프랑스 감독 겸 배우 에두아르 바에르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이상용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이자 영화평론가와 박혜진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았다. 사회자의 간략한 소개가 끝난 후 전주국제영화제의 조직위원장 김승수 전주시장의 개막선언이 돔 전체에 울려 펴졌다. 김승수 조직위원장은 "전주는 영화다!"라는 구호를 시작으로,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인 '영화표현의 해방구'에 걸맞게, 권력으로부터 상처받았던 예술인들이 표현에 방해받지 않는 영화제를 통해 치유될 수 있는 멋진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이어 퓨전국악밴드 훌(wHOOL)과 국악인 김용우, 그리고 국립무용단 문서희 씨의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신나는 퍼포먼스는 관객들의 흥을 돋궜다. 화려한 공연이 끝나고 개막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 몸과 영혼>이 상영됐다. 이 영화는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이다. 상영에 앞서 일디코 엔예디 감독은 "영화를 통해 우리 인간은 외롭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우리는 지구를 같이 공유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라며 짧은 소감을 남겼다.
 한편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는 58개국에서 229편(장편 179편, 단편 50편)의 작품이 출품돼 18년 영화제 역사상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10일간의 축제는 JIFF는 6일 폐막식을 끝으로 최다 상영, 최다 매진, 최다 관객의 신기록을 세우고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10일간의 대장정, 영화의 거리를 거닐다
 영화제는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총 10일간 열렸다. 229편의 영화가 한 영화관에서만 상영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거리를 따라 메가박스와 CGV 그리고 전주 돔에서 상영됐으며, 티켓 예매는 각 영화관과 지프라운지 내에서 할 수 있었다.
 흔히 전주국제영화제를 독립영화제라고 부른다.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영화와 반대되는 영화들이 대다수 상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소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영화들을 접할 수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김정선 씨  (22, 서울특별시 성북구)는 "영화제에 오기 전까지는 접하지 못했던 영화들이 많아 신기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대학 학생 조수민 씨(행정언론학부 1년)는 "이 정도로 큰 행사인 줄은 몰랐다. 평소 단편영화를 볼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고 알게 돼 정말 좋았다"고 말하며 한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일반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와 전주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장점은 무엇보다 감독과 관객과의 소통이다. 일부 영화에만 한정된 '감독과의 대화'는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 초청된 감독에게 질문을 던지며 영화제에 참가하게 된 소감과 영화 제작의 계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다.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감독은 관객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으며, 관객은 영화를 보고 가시지 않았던 궁금증의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다.
 특히, 이번 감독과의 대화에서 국내 최초로 시도된 음악앨범으로 주목받았던 단편영화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의 감독이자 가수 요조는 "요즘은 뮤지션의 작품이 앨범으로 소비되기 보다는 한 곡 단위로 소비되는 시대가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예전에 CD 플레이어로 앨범 전체를 듣던 시절, 뮤지션이 순서대로 설정해 놓은 서사의 흐름을 따라서 음악을 들었던 향수가 그리웠는데, 이를 영화라는 틀 안에 녹여 보고 싶었다"는 의미 있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영화의 거리 속 소소한 즐거움
 영화의 거리에서는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들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거리를 따라 전주아트마켓과 남부시장 청년마켓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목걸이나 팔찌 같은, 본인들이 직접 제작한 공예품들을 판매하는 풍경이 펼쳐지는가 하면 버스킹존에서는 많은 뮤지션들이 공연을 펼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거리에 레드카펫 포토존과 영화제 상징물 및 영화 스틸컷을 활용한 포토월, 그리고 핸드프린팅 방명록 이벤트 등은 관객들에게 영화제를 알리고 행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영화제에서는 볼거리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영화를 편히 볼 수 있도록 우수한 편의 시설까지 갖추고 있었다. 영화의 거리와 고속버스터미널을 왕복하는 무료 셔틀버스는 교통비의 부담을 덜어줬다. 영화를 편하게 관람하기 위해 무거운 짐을 맡길 수 있는 물품보관소와 영화정보 및 영화제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배치해 놓은 PC존은 편의 시설의 질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전주 돔에서는 무슨 일이?
 지프라운지 속 전주 돔에서는 영화 상영과 이후 이어지는 뮤지션들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지난달 1일에는 슬로베니아 출신 록밴드 라이바흐가 북한에서 광복 70주년 기념 공연을 개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리베라시옹 데이>가 상영됐고, 이어 라이바흐 밴드의 실제 공연이 무려  1시간가량 펼쳐져 전주 돔을 순식간에 록 페스티벌 현장으로 바꿔놓았다. 가족과 함께 영화제를 방문한 이태경 씨(16, 성남시 분당구)는 "무엇보다 영화 속 밴드가 눈앞에서 공연을 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밴드의 음악에 맞춰 관객들이 모두 하나가 된 것 같아 좋았다"고 소감을 표했다.
 원광대학교 프라임 인문학진흥사업단과 함께하는 전주국제영화제
 우리 대학은 프라임인문학진흥사업의 일환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참가 지원을 도왔다. 이승진 공연·영상콘텐츠제작 및 스토리텔링전문가양성사업팀 책임교수(유럽문화학부)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일반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영화들이 굉장히 많이 출품돼 상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사업단에서는 학생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영화제가 다른 데서는 접할 수 없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2학기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참가 계획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동현 수습기자 kdhwguni16@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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