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물음에 자기 소신껏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유권자로서 인정받는 연령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대들은 정치가 우리 삶과 근접해 있다는 사실조차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이유에선지 20대 투표율은 17대 대선 47%, 18대 대선 68.5%로 모든 연령대 중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렇게 그 당시 청년들의 참여가 심각할 만큼 저조했다는 여론이 확산되며 20대는 후보자들의 공략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말에 일어난 국정농단 사건으로 앞서 말한 물음에 얕게나마 답할 수 있게 되면서, 19대 대통령선거의 20대 투표율이 관심사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청년들의 관심과 참여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에 강력한 엔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한, 사전투표날에는 SNS를 타고 공식 투표용지 중에 가짜 투표용지가 섞여 있다는 가짜 뉴스가 퍼지면서 한때 혼란을 빚기도 했었다. 다행스럽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가짜 투표용지는 없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한 최초 유포자에게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투표에 따른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20대가 이끄는 사전투표
 사람들은 투표를 하기 위해 신분증을 손에 든 채 길게 줄을 서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비장한 분위기마저 흐른다. 바로 사전투표장의 모습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진행한 19대 대선 적극 투표 참여 의향 조사 결과를 보면,   20대는 86.9%, 40대는 92.2%로 발표됐다. 40대보다 약 6% 낮은 수치다. 위에서 언급했던 17대 대선과 18대 대선을 봐도 20대의 참여는 저조했다. 이처럼 여러 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의 전체 투표율이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전투표만은 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이번 전북의 사전투표자 수는 약  48만여 명이다. 그중 20대가 약 44%나 차지했고, 전국 20대 사전투표율도 23.9%나 됐다. 20대의 사전투표율이 상당히 높았다는 의미다.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의 사전투표만큼은 20대가 이끌었다고 말할 만하다. 20대의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번 선거는 국정농단 사태와 이화여대 입시 비리 사건, 촛불집회, 조기대선까지 20대의 영향이 작지 않았다. '나 하나쯤이야' 하고 생각했던 과거와는 달리 정치적 효능감이 커진 20대들이 내 손으로 정부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일찍이 사전투표장으로 향한 것이다. 또한, 이번 대선은 황금연휴라고 할 만큼 투표 날을 포함한 연휴 기간이 길었다. 20대도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뒤에 연휴 기간을 즐기려는 심리가 작용해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밝힌 것처럼 아직은 전체 투표율 중에서 20대의 투표율이 높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번 대선은 후보자가 많았던 만큼 고정적인 표심보다는 유동성 높은 젊은 층의 표심이 어디로 갈 것인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미래의 대한민국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젊은 층의 의견이 반영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선거 문화도 그만큼 젊어지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정치인도 아이돌처럼
 '이니', '달님', '명왕'. 언뜻 들으면 아이돌 팬이 가수를 애칭 하는 말 같은 이것은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어준 별명이다. 대통령 팬카페까지 생긴 것을 보면 19대 대통령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또한 '대통령 굿즈'라고 불리며 대통령의 자서와 대통령의 사진이 커버로 쓰인 잡지가 불티나게 팔렸다는 사실은 이제 정치계에도 팬덤 문화가 생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대 대선에서 20대의 참여가 많았던 이유도 바로 정치인에 대한 친근함에 있다. 과거 뉴스나 토론 방송에서만 볼 수 있었던 딱딱한 이미지의 정치인들은 현대에 들어 예능이나 인터뷰 영상에 출연하며 그 이미지를 탈바꿈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러 후보들이 화제가 됐던 영상을 패러디하고 신조어 테스트를 하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이에 국민들은 심상정에게 '심블리', 홍준표에게 '홍그리버드' 등의 별명을 지어주며 민주주의의 대표자가 될 후보자들의 자질을 평가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정치인을 웃음거리로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다. 홍준표 후보자가 문 후보에게 질문하면 문 후보자가 쩔쩔맨다는 뜻의 '문쩔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의미로 '유배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배배 꼬였다는 의미로 '심배배'라는 별명이 붙어 깎아내려진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별명이 친근함의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폄하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에 언론인 김어준은 "정치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가 자연스러워졌다. 유권자들은 욕을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치를 이끌고 가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19대 대선은 유독 선거 문화가 젊었다. 대선 후보들의 독특한 홍보 문구들과 포스터들이 눈에 띄었고, 방송사들 간의 재치 넘치는 개표방송을 보는 재미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세월호, 이화여대 입시 비리 사건, 촛불집회 등 여러 사건이 있었음에도 아직은 20대의 발길을 투표장으로 돌리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SBS 개표방송에서는 SNS에 관련 해시태그를 달아 투표 인증샷을 올리면 개표방송 중 추첨을 통해 화면으로 보여주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이처럼 투표 자체를 이벤트처럼 인식시켜 투표가 어렵고 무거운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20대들이 좀 더 활발하게 정치에 참여하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민주 수습기자 hellomylady97@wku.ac.kr

  정인경 수습기자 jik9353@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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