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테네에서 발견된 레슬링 조각 아테네국립고고학박물관 소장

 배드민턴팀과 야구팀의 우승 소식 이후 운동부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런 변화에 맞춰, <원대신문>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고자 우리대학 운동부를 소개하는 코너를 기획했다. /편집자 

 한창 평창올림픽 준비로 떠들썩하다. 올림픽 준비기간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성화 봉송이 아닐까 싶다. 지난 1일 시작된 성화 봉송은 인천, 제주를 거쳐 부산에 도착했다. 중계방송을 보다가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바로 양정모 선수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 금메달에 대해 이야기하면, 빠질 수 없는 사람이 두 명 있다. 손기정 선수와 양정모 선수다. 손기정 선수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인으로서는 첫 금메달이지만, 가슴에 일장기를 단 그는, 시상식에서 월계수로 일장기를 가린 사진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해방 이후 첫 금메달을 가져온 선수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 선수로 참가해 한국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겨 줬다.
요즘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레슬링은 프로레슬링이다. 하지만, 이제 소개하고자 하는 레슬링은 프로레슬링과는 다르다.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프로레슬링과는 달리, 레슬링은 선수 대 선수, 인간 대 인간의 치열한 맨몸 싸움을 보여준다.
필자는 얼마 전 우리대학 레슬링부의 김성태 감독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감독은 최근 몸 상태가 나빠져 병원에 다니고 있었다. 통증 때문인지 종종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이 지나갔지만, 레슬링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훈장님처럼 진지한 표정이었다. 레슬링의 뜻은 무엇이고 어디부터 시작이었느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옛일을 회상하듯 이야기를 꺼냈다.
"레슬링(Wrestling)이란 붙어 싸운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싸우냐고요? 상대방과 마주 보는 앞, 뒤뿐만 아니라, 상·하·좌·우 모든 방위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싸웁니다. 상대방이 어디에 있든 기술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죠." 레슬링 경기를 본 적이 있다면 무슨 말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맞붙기 전에 서로를 마주 보며 빈틈을 노리다가, 번개같이 격돌한다. 누군가의 기술이 시도되고, 응수하는 기술이 나온다. 위·아래는 쉴 틈 없이 바뀌며, 끊임없이 움직이며 싸운다. 그야말로 용호상박의 모습이 어울리지 않을까.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김 감독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혹시 소크라테스를 아십니까?"
소크라테스? 몸을 쓰는 경기인 레슬링에, 4대 성인 중 한 명인 소크라테스가 웬 말이란 말인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소크라테스와 레슬링은 무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레슬링의 역사에 있다. 레슬링의 역사는 아주 먼 옛날, 인간이 무기를 사용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헐벗은 인간들에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내 몸' 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 무기를 사용하게 됐지만, 육체를 이용한 승부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이것이 '레슬링'의 시초다. 맨손으로 힘과 기술로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 B.C 2900년경의 메소포타미아에서, B.C 2100년경의 이집트에서, 그리고 B.C 1000년경의 고대 그리스의 자료에서 그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즉,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음 호에서는 소크라테스에 이어 플라톤과 그리스 신화에서의 레슬링, 그리고 우리대학의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