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대학 학생생활관 중 하나인 어학관에서 엘리베이터 안쪽과 화장실, 복도 곳곳에 의문의 포스트잇이 붙여졌다. 포스트잇의 내용은 '모든 여자는 아름답다', '집안일은 사람의 일이지 여자의 일이 아니다' 등 페미니즘과 관련된 문구들이었다. 이를 본 어학관 사생들 일부는 '페미니즘을 알리는 취지는 좋지만, 지나치게 여성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몇몇의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페미니즘은 라틴어인 '페미나(Femina)'에서 파생된 단어로, 여성의 특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며, 여성의 권리와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적·정치적 운동을 의미한다. 여성의 권리와 기회의 평등을 지켜내기 위해 시작된 여러 형태의 운동들을 통해 여성들은 투표권을 행사하고,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재 과도한 페미니즘 때문에 여성 우월주의, 어긋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생겨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페미니즘의 그림자
 우리나라는 여성들을 위한 많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성들에게 안전을 보장하고 주차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여성전용주차장, 대중교통 내 여성만 탑승 가능한 여성전용차량, 여성들의 건강권과 모성보호를 위해 도입된 생리공결제 등 여성들을 위한 공간과 제도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남성들의 건강권을 위한 제도나 남성전용주차장, 남성전용차량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더 중요한 문제는 혜택을 받고 있는 여성들이 주어진 제도를 악용하거나 자신들이 받고 있는 혜택을 통해 더 많은 권리를 주장하고, 이익을 내세운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많은 남성들이 분노하고, 대다수의 여성들마저 페미니즘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겠다며 변질된 페미니즘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페미니즘은 여성들의 권리와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특권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남성들의 권리 또한 보장돼야 하며, 변질된 페미니즘이 아닌 진정한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남학생도 쉴 곳이 필요해요
 이러한 사례는 우리대학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의 성비가 전체적으로 남성 쪽으로 쏠려있던 시절, 비교적 소수였던 여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개설된 총여학생회와 당시 총여학생회에 의해 만들어진 여학생 휴게실을 들 수 있다. 여학생 휴게실은 적은 수의 여학생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전용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 본 취지였으나, 남녀 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은 지금에서는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휴게실 이용에 있어 성 구분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런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부 페미니즘 운동가들은 여전히 휴게실이 여성의 해방이라는 의미를 가진 공간이므로 여성에게만 주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학생 휴게실이 성추행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여성의 흡연을 백안시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이 함축돼 있다며 '남녀평등을 위한 여성 인권신장'을 외치는 사람이 여성만의 혜택을 주장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최영현 씨(원예산업학과 1년)는 "여학생 휴게실이 생기기 시작할 당시에는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의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한 현재에도 여학생 휴게실이 여성의 권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래디컬 페미니즘의 경향이 강하다"며, "역사적인 의미로 여학생 휴게실이나 총여학생회가 필요하다면 남학생들을 위한 전용 휴게실과 학생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왜곡된 페미니즘
 남성과 여성이 공평해져야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이것이 사회적으로 규정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실제로 여성의 인권과 권리를 외치는 페미니즘 운동은 그동안 겪어왔던 여성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큰 발판이 됐다. 그러나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인식이다. 권리와 함께 주어진 책임을 회피하는 일부 여성들의 행보는 우리나라에 변질된 페미니즘을 가져왔다. 남녀가 평등한 사회가 아니라 여성이 편리한 사회를 원하는 왜곡된 운동을 만든 것이다. 변질된 페미니즘. 그것은 이미 남녀평등이 아니라 여성 우월주의를 바라보고 있으며, 양성평등을 외치는 페미니스트의 올바른 소리까지도 들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우리대학 학생 1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SNS 설문조사에 따르면, '페미니즘의 정확한 정의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무려 73.1%의 학생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나라 페미니즘 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과하다'고 답한 학생이 71.2%로 가장 높았으며, 15.4%의 학생만이 '좋다'고 답했다. 또한,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개선된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있다'고 답한 학생이 41.3%로 가장 높았으나, '양성평등에는 찬성하나, 현 페미니즘은 반대한다', '페미니즘을 통해 개선된 점은 있으나 부작용이 훨씬 많다'는 기타 의견도 적지 않았다.
 
 설문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페미니즘의 정확한 정의를 알고 있으며, 현 사회의 일부 페미니즘이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개선된 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이 본 페미니즘의 올바른 의미를 실현하기 위한 긍정적인 개선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여성전용주차장과 지하철 칸, 여성 복지만을 위해 준비된 단체. 남녀의 평등한 권리와 인권을 주장한다면, 개선되는 혜택과 권리, 그에 따르는 책임 또한 남녀 모두를 위해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김하영 기자 hamadoung13@wku.ac.kr
  정명선 수습기자 sjfkd191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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