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범 기자

 지난 14일, 영국의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이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호킹 박사는 21세의 나이에 불치병으로 악명 높은 루게릭병(근위축성측색경화증)을 앓게 됐고, 그는 2년 정도의 시한부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활발한 연구 활동과 많은 저서 출간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무리 어려운 인생이라도 당신이 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말한 호킹 박사는 그야말로 인간 승리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병과 마주하며 이뤄낸 업적들과 살아가는 모습은 그를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줬다.
  군 복무 기간 중,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특정 기관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몇 가지 봉사활동에 관련된 설명을 듣고, 우리는 기관 내에 위치한 교실에 들어섰다. 그 한 발자국은 내 삶에 있어 큰 영향을 남긴 한 발자국이었다.
  가장 먼저 느꼈던 감정은 당혹감이었다. '아이'라는 설명이 있었기에 어린아이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만난 사람은 나와 같은 나이거나, 비슷한 또래였다. 다음으로 느꼈던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그들이 보여준 아이 같은 순수함이라는 이름의 거울은, 하루하루 물질적인 쾌락과 안락함만을 채워나가던 나의 모습을 비춰 보여줬다.
  함께 음식을 만들거나 산책을 하는 등의 봉사 시간이 끝나고, "놀아줘서 고맙다", "맛있는 걸 만들어줘서 고맙다", "다음에 또 놀러 와라" 등의 배웅을 받고 부대로 복귀했다. 표면적인 면만 보면 그저 '시간을 할애해 그들에게 도움을 줬다'로 끝나는 수준의 작은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 작은 일상은 내부적으로 불규칙스럽고, 의문과 후회로 얼룩진 생각들을 만들어냈다.
  같은 나이였지만, 그와 나는 장애의 유무라는 차이가 있었다. 이 차이 하나가 수많은 일들을 갈라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동정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나를 동정했으리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작 본인은 신경 쓰지 않는 '콤플렉스'라는 단어를, 기자는 얼굴이 검게 변하도록 가득 칠하고 다녔으니까.
  사람은 누구나 '콤플렉스(Complex)'를 가지고 있다. 주로 부정적으로 생각되는 단어지만, 내가 하기에 따라서 삶의 연료가 될 수 있는 긍정적인 말이기도 하다.
  콤플렉스의 늪에서, 자신을 괴롭혀나간 이들은 수도 없이 많다. 개중에는 극단적인 선택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누군가 기자에게 "그렇다면 콤플렉스는 항상 마이너스(-)의 요소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웅변가이자 정치가였던 데모스테네스는 선천적으로 약한 호흡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며 발성연습을 했고, 긴장하면 어깨가 올라가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천장에 칼을 매달아 자신의 콤플렉스를 고쳐냈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헬렌 켈러, 청각장애가 있었던 베토벤 또한 콤플렉스를 이겨낸 사람들이다. 지난 9일 시작해 18일에 막을 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역시 인간 승리의 현장이다. 50여 국가에서 모인 1천 500여 명의 선수들은 뜨거운 감동을 선사해줬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런던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당신의 발만 내려다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보라"고 말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스스로를 콤플렉스로 묶어놓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그 속박에서 벗어나 그 너머를 바라보는 건 어떨까? 그 너머에서 잔잔하게 빛나는 우주는 당신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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