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BS TV Jobs 유튜브

지난달, 우리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의 이목과 관심이 집중된 행사가 우리나라 평창에서 열렸다. 바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개회식 전까지만 해도 각종 루머와 비판, 그리고 비난까지도 쏟아졌기에 걱정의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은 화려하게, 그리고 성대하게 수놓아진 불빛들과 그리고 펼쳐진 각종 첨단 기술은 보는 이들의 걱정을 잊게 만들었다.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줬던 평창 동계올림픽은 예술적인 차원에서도 호평을 받았지만,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인들은 과연 얼마나 평창에 관심을 가졌을까? 최근 강원도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 2월 한 달 간, 미국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에서 '평창'의 페이지 뷰가 세계 주요 도시인 뉴욕(약 44만 4천 건)과 런던(약 32만 3천 건), 도쿄(약 16만 2천 건)보다 높은 약 63만 7천 건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이는 강원도뿐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미국의 NBC와 같은 주요 언론과 동계스포츠에 비교적 관심이 적다고 알려진 페루 TV, 베트남 국영 TV 등 각국 언론에 홍보하고 각국에 한류를 알리는 문화피디 파견 등 대외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물이라는 관측이다.

개막, 문화와 기술의 향연
 개막식 '평화의 땅' 공연, 원 모양의 심상치 않은 무대 요소가 등장한다. 천 조각 같은 날개와 사람의 얼굴을 가진 하얀 괴조(怪鳥). 바로 '인면조(人面鳥)'다. 인면조는 사람의 얼굴에 새의 몸을 가졌으며, 무려 천 년을 산다고 전해지는 신령한 동물이다. 청룡·백호·주작·현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사신(四神)은 낯선 괴조를 중심으로 각자 자기 자리를 찾는다. 이윽고 빛의 입자가 하늘로 떠올라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국보 제228호)'를 그려낸다.
 이 연출은 증강현실(AR)을 도입해 펼쳐졌다.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문화충격에 빠졌다. 우리 국민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인면조'는 빠르게 주요 검색엔진에서 인기 검색어의 상위권을 차지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Human faced bird'는 '#Inmyeonjo'로 검색되기 시작했고, 폐막식에 다시 한 번 등장한 인면조에 대해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TIME>에서는 고구려의 고분벽화에 그려진 동물이라고 서술했다. 사용자 참여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Goguryeo'를 검색하면, 'Three Kingdoms of Korea'로 연결된다. 즉, 인면조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위키피디아를 활용할 사람들은 이 기괴한 동물이 고구려의 것임을 알게 될 것이고, 이는 곧 우리나라 역사를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는 길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많은 역사학자가 걱정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은 고구려에 대해 중국의 역사라 칭하는 중국의 사업이다. 한국, 나아가 세계인들의 무관심과 무지 속에서 중국은 차근차근 고구려를 옭아맬 줄을 짜고 있다. 이러한 줄 짜기에 '인면조'는 동북공정의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존재임이 틀림없다. 거꾸로 말하자면, '인면조'는 우리에게 있어서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귀한 손님이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무렵,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행동하는 평화' 공연에서는 무려 1천218개의 드론이 등장했다. 스노보더의 형상을 갖춘 드론들은 서서히 대형을 바꿔 오륜기를 공중에서 펼쳐내는 군무(群舞)를 보여줬다.
1천218개의 드론을 동시에 제어한 시연 기록은 '최다 무인항공기 공중 동시비행'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록을 만든 드론 오륜기는 한국의 IT 기술로 IT 강국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먹고, 먹이고, 알리고
 국가의 문화를 논할 때, 음식 이야기는 빠질 수 없는 소재다. 머나먼 땅 한국에 와서 고국의 음식을 그리워 할 사람들을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대회 기간 동안 '세계음식문화관'을 운영했다, 중국, 태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14개국 현지 셰프가 직접 조리하는 음식과 전통주류 112개 품목을 만날 수 있는 음식부스와, 맥주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라운지 등이 국내외 방문객들의 침샘을 자극했다.
 한편, 이슬람의 음식문화 '할랄 푸드(Halal food)'도 눈길을 끌었다. '할랄'은 '허용된 것'을 의미한다. 곧 '할랄푸드'란 무슬림에게 허용된 음식이란 뜻이다. 돼지고기 등 금지된 음식과 허용된 음식을 구분하는 할랄 푸드가 필요한 이슬람 문화권 선수들을 위해, 케이터링 공식 후원사인 신세계푸드에서 KMF(한국이슬람교 중앙회)의 할랄 인증을 획득해 '할랄 푸드 존'을 운영했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무슬림을 위한 우리나라의 세심한 배려였다.
 인기 유튜버 '영국남자' 조쉬는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부터 "한국을 소개하고 한국 여행에 대비시키기에 딱 좋은 기회"라며 외국인 선수들에게 홍보했다. 그는 알파인스키 미국 국가대표 보드 밀러(Bode Miller), 독일의 스키점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르틴 슈미트(Martin Schmitt) 등 여러 선수들을 만나 컵라면과 소주를 건네며 '건배', '짠'을 외치고, "누군가와 소주 한 잔을 한다는 건 한국인들이 정을 나누는 방법 중 하나이며, 그 특별한 순간을 공유한다는 것"라고 소개했다.
 한국 문화를 알린다는 소식을 듣고 정작 찾아가 보면, 너무나 진부한 내용으로 채워져 실망한 경우가 있다. 두서없는 김치와 K-pop의 등장과 같은 시도는 참신하지도 않은 뿐더러, 흥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문화는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이다. 문화는 우리의 생활은 물론, 과거의 역사까지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전 세계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전 세계인이 인터넷으로 한국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우리의 자랑거리만을 뽐내기보다는, 인터넷에는 잘 나오지 않는 생활 속의 사소한 것들을 확대해 보는 등 새로운 시도, 새로운 도전이 앞으로 더 많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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