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역사는 유목민의 역사이다. 유목민은 원래 중앙아시아, 몽골, 사하라 등 건조 사막 지대에서 목축을 업으로 삼아 물과 풀을 따라 옮겨 다니며 사는 사람들을 말하지만, 현대의 유목민은 디지털 기기를 들고 다니며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따라서 21세기는 새로운 유목민, 노마드(nomad)의 시대이다. 라틴어로 유목민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노마드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가 노마디즘(nomadism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데서 유래하였다. 노마드란 공간적인 이동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불모지를 새로운 생성의 땅으로 바꿔가는 것, 즉 한자리에 앉아서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매달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어 가는 창조적인 행위를 지향하는 사람을 뜻한다.
 현대에는 디지털 유목민, 디지털 노마드라고 불리는 이들이 주목받고 있다. 휴대전화, 노트북, PDA 등의 첨단 디지털 기기는 모바일 기기들을 통해 편의성과 신속성을 추구하는 유목민의 성향을 충족시킨다. 프리랜서이자 1인 기업인으로서, 자신의 업무를 인터넷을 통해 수행하는 디지털 노마드들은 트렁크나 배낭을 메고 여행을 다니면서 일을 한다. 이들은 주로 블로거나 작가,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웹디자이너, IT 시스템 관리자, 마케팅 전문가, 컨설팅 전문가, 사이버 보조, 텍스트 작성자, e-book 작가, 페이스북 매니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유롭고 창조적인 디지털 노마드들은 스마트폰 사용 이후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인터넷에 접속하여 필요한 정보를 찾고 쌍방향으로 소통한다.
 미래에는 새로운 유목민이 등장한다. 기후변화 등 환경 영향으로 2050년까지 국경 안에서 이주하는 인구가 1억 4천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물 부족이나 해수면 상승 등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지역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세계은행(WB)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악의 기후 조건을 피하기 위한 이주 현상은 저개발 지역인 아프리카 사하라 남쪽과 남아시아, 중남미 등에 집중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기후변화로 작황이 나빠지고 폭풍 해일 등이 몰아치면서 각국 영토 안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경제·사회·정치적 이유로 인한 각국의 이주 인구 수백만 명 외에 기후변화에 따른 이주민이 추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전 지구적 노력과 국가적 차원의 개발 계획이 수행된다면 이주민 전망치를 1억 명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주의 시대, 미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미래에 개발되는 기술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변화되는 사회의 모습, 특히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와 가치 방식까지도 읽어야 한다. 대학은 유목민의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場)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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