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환 기자

  늘 그렇듯 사회에는 여전히 기삿거리가 즐비해있다. 불미스러운 일, 안타까운 일, 아름다운 일, 그리고 알려져야만 하는 일…. 기자는 지금껏 그 일들과 똑바로 마주하고, 공부하고, 기사로 써내려 왔다. 1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이 걸음걸이를 멈추려 한다. 이 글은 한 미숙한 언론인의 마지막 글이 될 것이다.
  되돌아보면, 참 숨 가쁘게도 지내왔던 것 같다. 작년 이맘때쯤, 어리숙했던 기자가 두근대는 가슴으로 신문사에 지원을 했고, 면접을 봤고, 운 좋게도 수습기자가 됐다. 그때는 솔직히, 기자 생활을 오래 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 맞닥뜨린 기자 생활은 모든 게 낯설었고, 모든 게 힘들었다.
  터놓고 말해서, 요즘 대학생들 중 누가 그 많은 기사를 매일 꼼꼼히 챙겨보겠는가. 있다고 하더라도, 종이 신문이 아닌 스마트폰을 통해 접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부끄럽지만, 기자 또한 신문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그랬다. 종이 신문이 위기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매주 공강 시간의 여유를 즐길 새도 없이 기사를 쓰라니, 처음에는 헛웃음이 나왔다. 나도 똑같은 학생인데, 나도 남들과 똑같이 내 멋대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이렇게 보면 단순히 억지를 부리는 것 같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어린 생각들로 많이 지쳐있었다.
  그때는 정말 정신없이 살았다. 수업을 듣는 와중에도 기사, 밥 먹을 때도 기사, 집 가는 길에도 기사 생각뿐이었다. 지쳐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한 번 끝까지 버텨보자는 오기 하나만으로 그렇게 생활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지치기만 했던 기자 생활은 삶의 일부분처럼 익숙해졌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빨리 접하고 공부하면서 점차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신문 기사는 남들에게 읽히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물론 그게 가장 중요하지만, 신문 기사는 기자가 써내려 가면서 스스로 본인의 가치관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참으로 많은 사건·사고를 접해왔다. 그리고 기사화시켰다. 기자가 써왔던 모든 기사가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했겠지만, 작년에 비해 기자의 시각은 조금 더 높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1년 동안 쌓인 회의 노트와 취재 노트를 정리하며, 기자 생활의 끝이 바짝 다가왔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노트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기자 생활의 발자취였다. 군입대를 앞둔 터라 떠나가는 발걸음에 절로 아쉬움이 묻어나온다. 1년간의 기자 생활은 이미 내 몸에 깊이 배어있어, 다음 주도 마감을 준비하고 있을 것만 같다. 습관이라는 게 고치기가 정말 힘들다는데 걱정이다. 그리고 여전히 기자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일들에 등을 돌려야만 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지나온 길에 그리움을 둬서는 끝이 없을 일이다. 이만 기자로 활동했던 지난 시간에 이별을 고할 때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찼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누군가 기자에게 대학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단연코 신문사 생활이라 말할 것이다. 처음 신문에 기자의 글과 이름이 실렸을 때, 취재와 인터뷰를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녔을 때, 날이 밝을 때까지 신문사에서 기사를 썼을 때, 이제 모두 추억으로 접어둬야 할 때다.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은 이 글이 신문에 실릴 마지막 글이라는 게 아쉬우면서도 후련하다. 기자는 이제 학보사 기자가 아닌 일반 학우로서 우리대학의 앞날을 지켜볼 것이다. 신문사를 나오고 공강 시간에 마감 걱정 없이 푹 자보는 게 가장 하고 싶었는데,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기자는 이제 아쉬움과 미련을 그러안고 펜을 놓는다.

김정환 기자 woohyeon1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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