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선 기자

 

 

  현대 사람들은 삶에 여유가 부족하다. 한 사람의 긴 인생을 년 단위로 나누고, 1년을 12개의 달로 나누고, 1달을 30일로 나누고, 또 1일을 24시간으로 나눠 만들어진 오늘은, 사람들이 평범하지만 안정적인 일상을 보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진 우리의 하루에는 크고 작은 일과가 들어차기 마련이다. 이러한 일의 대부분은 주기적이고, 기한이 정해져 있다.

 우리는 카운트다운이 걸려 있는 일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내려고 한다. 리포트 하나를 작성해도 문장 하나를 적는 데 많은 고민을 하고, 글을 쓰는 와중에도 글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지웠다가 다시 쓰기도 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단어를 대체할 용어를 떠올리기 위해 저녁 내내 고심한다. 그러다 제출일이 코앞으로 다가와 시간이 촉박해지면 대충, 빨리 마무리하고 제출하게 된다.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성취감을 느끼기 어렵다. 이런 과정이라면 우리는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피로할뿐더러 의욕까지 잃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꼼꼼하게, 빨리, 대충'의 순서를 거치는 사람들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번 아웃 증후군이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태워 재밖에 안 남은 상태와 같다고 해서 소진 증후군, 연소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가 지난 6월 21일부터 25일까지 한국과 미국 직장인 1만 6천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내 직장인 10명 중 9명은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에 의하면, 번아웃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은 분노와 짜증이 늘고 두통이 생겼으며, 수면장애와 폭식 증상도 겪는다. 또한, 감정의 소진이 심해 '우울하다'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에너지 고갈 상태를 보인다. 국내 직장인의 90%가 이 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이는 개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발전에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번아웃 증후군의 극복 방안으로 대화상대를 찾는 것과 잔업을 지양, 능동적인 휴식을 제시한다. 되도록 정해진 업무 시간 내에 일을 해결하고, 그 외의 시간까지 일을 가져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꼼꼼하게, 빨리, 대충'의 순서를 거쳐 업무를 해결하는 사람은 전문가가 제시하는 극복 방안을 실천하기 어려울 것이다. 처음부터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하고 글을 수정하는 것에 시간이 많이 할애되기 때문이다. 정해진 마감 시간 안에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휴식 시간을 희생해서라도 리포트에 열을 쏟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이들이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해결하는 것'과 '능동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해결 패턴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 예컨대, 사막을 숲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저 매일같이 나무를 심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가 자라기도 전에 싹의 모양을 걱정해서는 숲이 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사막을 숲으로 만드는 것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나무를 빨리, 많이, 대충 심고, 숲이 형성되면 꼼꼼하게 정리를 해주는 것이다.
 우리도 사막을 숲으로 만드는 사람의 마음으로 빨리, 대충 글을 완성하고, 꼼꼼하게 교정을 보는 건 어떨까? 작은 가지의 모양보다 커다란 숲을 기대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충분한 시간 동안 잠을 잘 수 있으며, 하루종일 일과를 피하고만 싶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정명선 기자 sjfkd191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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