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글자는 예로부터 문자에 내재된 과학적 원리와 독창성으로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문자로 평가받아 왔다. 우리글이 훈민정음으로 걸음을 시작했던 때에는 하늘, 땅, 사람을 뜻하는 세 개의 문자만으로도 여러 형태의 모음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며,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문자의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가독성이 좋았다.
 현대에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은 우리나라 최초의 문자로 기능하던 훈민정음과는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지만, 훈민정음만이 갖고 있던 고유의 우수성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교수 로버트 램지는 한글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알파벳"이라고 칭하며, 한글의 반포를 기념하는 한글날에 학생들과 자축연을 가질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글자의 주인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말로 표현이 가능한 언어도 외래어로 사용하거나, 임의로 형태를 변형한 문자를 사용하는 등 우리 글의 우수성을 퇴색시키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소리를 담는 문자, 한글
 1446년 음력 9월 상순,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쉽게 언어를 깨우치기를 바라는 애민정신의 결과물로 '훈민정음'을 펴냈다. 백성을 사랑하는 성왕의 마음으로 반포된 훈민정음은 오랜 세월에 걸쳐 변화되면서 지금의 '한글'로 자리잡게 됐다.
 대부분의 다른 글자는 구체적인 그림으로 출발해 3000여년의 시간 동안 상형문자, 표의문자, 표음문자의 단계를 거쳐 발전했다. 그런데 한글은 처음부터 소리가 있는 표음 글자의 성격으로 창제됐으며, 표음문자임에도 불구하고 표의성까지 가지고 있어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더불어, 간단한 체계성 덕분에 글을 쉽게 배우고 문자를 빠르게 입력할 수 있어 속도가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정보화 사회에서도 우수성을 자랑하고 있다.
 글자와 소리가 1대 1로 대응되는 특성으로 뛰어난 음성인식에 유리한 것도 한글의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한글만의 모아쓰기 특징으로, 영어처럼 따로 쓰여 읽을 때 보다 2.5배 더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정체된 한글의 세계화
 그러나 1910년,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일본이 우리 국민들에게 일본어만을 사용하도록 강요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은 수 십년 동안 우리 민족의 언어를 사용할 수 없었다. 일본의 민족말살정책으로 인한 일제의 잔재는 일상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다데기(양념)', '싹쓰리(모조리 쓸어가다)', '몸빼바지(일할 때 입는 바지)' 등이 그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현대 사회에 와서는 재미를 목적으로 변형한 신조어 또는 영어 등의 과도한 사용으로 순수한 우리말과 문자가 왜곡되고 있다. 한류를 대표하는 콘텐츠로는 가장 먼저 회자되고 있는 K-pop. 우리나라의 대중가요에서는 우리말 만큼이나 많은 영어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fantasy'나 'love'는 노래 가사 중에서도 가장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우리 말 '환상', '사랑'으로 대체 표현이 가능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어로 더 많이 쓰여지고 있다.
 일상 속에서 '신조어'로 기능하는 일회적인 문장들 또한 등장하고 있다. 2014년, 중국계 캐나다인인 가수 헨리가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하나도 모르겠다'는 말을 "1도 모르겠다"라고 잘못 사용한 이후, 많은 사람이 이 표현을 따라 사용했다. 처음에는 강의 수준이 높아 이해하기 어려울 때나, 모르는 시험문제가 나왔을 때 주로 사용하곤 하던 것이 최근에는 이를 패러디한 노래(A-PINK '1도 없어')가 등장할 정도로 굳어진 표현이 돼버렸다. 커뮤니티에서는 위와같이 변형된 유행어나 '댕댕이(멍멍이)', '띵작(명작)'과 같이 변형된 신조어를 잘 모르고 있으면 '아재'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언어와 문자의 고유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우리 언어가 가지는 의미 또한 빛을 바래게 만들고 있다.
 우리말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해외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고 교육하는 세종학당은 전세계 57개국 174개소가 설립돼 운영중이지만, 확장되는 규모와 국가에 비해 예산지원이 부족하고 관리가 미흡해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 글자를 수입해 사용하는 나라로 유명했던 인도네시아 바우바우 시의 거주민족 '찌아찌아족' 또한, 한글을 가르칠 세종학당이 부족한 예산을 문제로 문을 연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철수하는 바람에 수년째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가 극찬하며 배움을 바라는 우리의 언어를, 우리는 세계에 제대로 수출하지도 못할뿐더러 국내에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썩히고 있는 셈이다.
 
 우리말, 세계의 중심에 서다
 이처럼 우리말의 보급과 활용이 국내외에서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유학생에게 우리말을 보급하고자 노력하는 우리대학의 한국어교육원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한국어교육원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세계 여러 국가에서 모여드는 학생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곳이다. 학문적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은 우리 말을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이 어학연수 과정과 수업을 통해 언어와 문화를 효과적으로 익히고 사용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더불어 장학금, 의료서비스, 진학상담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학생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통문화 체험, 역사 문화탐방, 음식문화 체험 등 여러 행사를 마련해 우리 문화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개성 한국어교육원장(스포츠과학부 교수)은 "유학생들이 우리 언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수한 유학원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것은 물론, 학생들을 가르칠 강사들도 블라인드 방식으로 면접을 거쳐 전문인만을 모집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세계에서 우리 언어를 원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어가 모국어이기 때문에 문법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다. 한국의 언어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도 자세히 공부하고 익혀 세계로 전했으면 좋겠다"며, 우리 말의 세계화를 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어교육원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익산백제역사유적지구 테마 탐방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말과 글은 사용하지 않으면 퇴보하기 마련이다. 훈민정음에서부터 한글에 이르기까지 우리글은 과학적인 원리와 문자의 독창성, 우수성을 전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푸대접을 받고 있지는 않는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언어와 문자가 본 모습으로 사용되고 전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한국인으로서의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명선 기자 sjfkd1919@wku.ac.kr
  이옥영 수습기자 dhrtkd2003@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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