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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회 원광 김용 문학상당선작 - 시원세경 - 심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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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5  13: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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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시티

 

   당신은 어느 건물에서 사셨나요? 누군가는 내게 없다고 했어요. 도로를 잇다 보면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죠. 우리도 그래서 모였어요. 저는 네모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시청 앞에서 누군가에게 각을 세웠지요. 도망치지 마세요. 당신은 아니에요. 제가 살지 않는 마을이 달라질수록 마음도 달라졌어요. 어느새 떨어진 블록을 맞춰봅니다. 자신만의 벽을 세우며 당신을 기다렸어요. 공장을 등지고 바람이 불어올 때 오래된 시장에 사는 사람들을 봤어요. 누군가가 나보고 당신을 독점하지 말라 했어요. 우리가 살던 마을은 드디어 없어졌어요. 도로가 넓어질수록 우리도 집약될 겁니다. 사라진 마을에는 메가타워가 세워졌어요. 건물 안에 모든 것이 존재한다면 믿을 수 있나요? 누군가가 꼭대기에서 돈을 뿌리자 사람들은 밑으로 내려갔어요. 학교주택시장문화는 서로 층을 이뤘어요. 저는 이 네모난 건물을 사랑합니다. 공장 사람들은 메가타워에 다리를 달기 시작했어요. 커다란 각을 이리저리 세우며 뒤뚱거리는 모습은 정말로 귀엽겠죠. 그런데 당신은 어디로 가셨나요? 문득 당신을 생각하면, 8차선 교차로 한복판에 난 멈춰있어요.

 
 

 
 
 
시 부문 당선 소감
 

스스로 가진 시상을 살피다 

 원세경(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시를 쓰다 보면 스스로 어디에 멈춰 있는지 모를 때가 많았습니다. 염승준 교수님께 인식론을 배웠을 때, 내 주변 사람들이 내 존재의 증인이라는 사실에, 나를 가장 모르는 것이 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를 처음 알아봐 주신 분은 강연호 교수님입니다. 누군가 내 재능을 알아봐 줘서 정말 기뻤습니다. 제가 막혀있을 때마다 교수님은 묵묵히 기다렸습니다. 정영길 교수님은 문장력을 강조했습니다. 시에 쓰일 문장의 힘을 키우기 위해 다독과 다작에 힘썼습니다. 이혜경 교수님은 매력적인 외견처럼 매력적인 시상으로 학생들의 작품을 꼼꼼히 살폈습니다. 서덕민 교수님의 독특한 시 세계는 저에게 다양한 영감을 줬습니다. 이상복 교수님은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답, 정은경 교수님은 작품을 살펴보는 날카로운 눈, 저를 이끌어준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낍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누나와 매형, 조카 태율과 태원, 김 솔 형님, 승호 형님, 나를 지탱해주는 고마운 친구들, 그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내 동생 상현과 유훈, 처음 말하지만 모두 정말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시 부문 심사평

 
과잉의 언어와 아쉬운 시적 성취
 
 올해 <원광 김용 문학상> '시 부문' 응모작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자폐의 시의식이 하나라면, 생경한 표현이나 언어의 남용이 또 하나의 특징이 되겠다. 이러한 현상은 요즘의 기성 시단에도 드물지 않은 일이다. 소통을 거부하고 시적 감각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문학적 개성이나 미적 성취라고 여기는 풍조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풍조로 인해 읽어내기 어려운 시와 도무지 읽어낼 수 없는 시가 구분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난해시와 불가해시는 구분돼야 한다. 소통되지 않는 시가 난해시의 어깨에 올라 시적 위세를 자랑하게 되면, 가장 세련된 언어 예술로서의 시의 위상은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심사에서 위원들은 과잉의 언어 감각을 지양하고 시적 형상화의 소통을 중심으로 작품을 고르고자 했다. 눈여겨본 작품은 「1인칭 모기시점」 외 4편, 「윙컷」외 3편, 「흐르는 목적」 외 2편, 「슈퍼 엘니뇨, 아타카마」 외 3편, 「장마」 외 4편, 「도시와 파랑새의 칸타빌레」 외 2편, 「심시티」 외 2편, 「강릉」 외 3편 등이었다. 이들 작품들은 시적 자폐의 혐의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웠으며, 응모자의 언어 감수성이 각자의 개성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군데군데 드러나는 불안정한 문장이나 과장된 시적 포즈 등을 완전히 지워낸 것은 아니었다. 숙고 끝에 「물고기처럼 말하는」 표제작은 「장마」, 「도시와 파랑새의 칸타빌레」, 「심시티」등 세 작품으로 압축하게 됐다.
 「물고기처럼 말하는」은 죽어가는 '광어'와 병실에 누워 있는 '삼촌'을 병치시켜 "삶이 발라지고 시간이 납작해"지는 순간을 설득력 있게 포착해내고 있었다. 그런데 설정이 너무 도식적인 것이 흠이었다. 「도시와 파랑새의 칸타빌레」는 전언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음에도 '새'와 '사내' 사이에서 "끊임없이 수신되는 몽상들"을 끝까지 밀고 가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심시티」는 말을 부리는 과정이 다소 거칠었지만, 시적 상상력이 돋보였고 그 자체가 도시를 경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소재의 특성과 잘 어울렸다. 더불어 '메가타워'라는 가상 속에서 삶의 무방향성 혹은 무지향성을 무리 없이 드러내면서 "8차선 교차로 한 복판"을 존재의 긍정과 부정의 교차점으로 그려낸 통찰의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논의 끝에 「심시티」를 당선작으로 밀기로 했다. 축하와 함께 응모한 모든 분들께 격려를 보낸다. 요즘 같이 부박한 시대에, 여전히 시를 쓰는 문청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심사위원 : 강연호(시인, 원광대 교수), 문신(시인, 원광대 HK+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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